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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태풍' 이영한 준우승, ASL 시즌3를 품다

'아버지 저그' 이영한의 대모험이 끝나다

2017.06.13(Tue) 14:31:53

[비즈한국] 지난 4일 ASL 시즌3가 끝났다. 지난 시즌1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치른 결승전의 주인공은 이영호였다. 결승전에서 상대방을 3:0으로 압살한 이영호는 시즌2에 이어 2연속 우승을 거두었다. ‘갓’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우승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는 이영호. 사진=ASL 유튜브 채널 캡처


하지만, 이영호는 진짜 주인공이 아니었다. 커뮤니티의 화두는 이영호가 아니었다. 역대 최고 승률로 우승을 한, 심지어 2연속 우승을 한 이영호가 주인공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커뮤니티의 화두는 우승자보다 준우승자를 향했다. 

 

이영한. ‘태풍’ 저그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가 이번 ASL 시즌3의 태풍의 눈이었다. 

 

성적만 보면 그저 그런 게이머다. 2008년에 데뷔한 이영한은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에 힘입은 타이밍 공격에 능했다. 드론보다 병력 확충에 집중해 빠르게 치고 들어가고 휘몰아치는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그의 별명은 태풍이 되었다. 공격적인 성향과 타이밍 러시를 선호해서 그런지 하이브 운영 능력이 떨어졌다. ASL 이전까지 개인리그 최고 성적은 EVER 스타리그 2009 4강이다. 이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8강과 16강에 머물렀다.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이영한은 2016년 프로게이머를 그만 둔 뒤, GSL 옵저버로 전직했다. 

 

옵저빙과 방송을 병행하고 있는 이영한이다. 사진=이영한 아프리카TV 홈페이지

 

이영한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옵저버를 주업으로 삼고, 아프리카 방송을 하는 그였다. 가정사를 제외하고도 이번 ASL 시즌3는 뜻깊었다. 이영한의 ASL 시즌3 도전은 게이머로서 마지막 승부였기 때문이다.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입대해야 하는 그에게 이번 도전은 게이머로서의 마지막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저그에게 유리한 맵이 많았지만 8강에서 테란을 만나버렸다. 맵은 유리하지만 종족은 불리했다. 나이더스커널, 드랍, 입구돌파 등 기적의 판짜기로 3:1로 윤찬희를 꺾은 이영한을 기다리고 있던 게이머는 역사상 저그를 가장 잘 잡는 프로토스 김택용이었다.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 중요한 길목에서 김택용의 발목을 여러 번 잡았다고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번 시즌의 김택용은 전성기의 저그전을 구사했다. 

 

이영한은 김택용의 입구를 뚫고 결승전으로 올라갔다. 사진=ASL 유튜브 채널 캡처


김택용과의 4강전이 있던 당일, 그는 GSL 경기의 옵저빙을 진행했다. 1시부터 시작한 옵저빙은 4시가 되어서야 끝났고, 곧바로 7시에 스타크래프트 커리어의 마지막 경기, 혹은 커리어 하이를 세울 수 있는 4강전을 시작했다. 1경기에 꺼낸 3CM 드랍은 김택용의 커세어에 막혔지만, 폭풍드랍으로 2경기를 따내고 연이은 타이밍공격으로 3경기를 따냈다. 마지막 4경기에 이영한은 김택용의 질럿 러시를 막아내고, 저글링-럴커 올인으로 김택용의 본진을 뚫고 결승전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승리 후 할머니를 와락 안은 이영한의 모습. 사진=ASL 유튜브 채널 캡처


신에게 도전한 아버지 저그는 패배했다. 무력한 0:3 패배에도 팬들이 환호한 이유는 이영한이라는 드라마 때문이었다. 성장한 영웅이 아니라 같이 성장하고 있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신에게 대항한 아버지 저그였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스포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만화 ‘타이의 대모험’이 ‘포프의 대모험’으로 불리듯이, 이번 ASL 시즌3의 진주인공은 이영한이었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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