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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플랜B는 없다"…'리뷰왕 김리뷰'를 리뷰하다

'미제사건갤러리' 대박으로 운영자 독립…"사업과 책임 커지는 건 나도 부담"

2017.06.09(Fri) 18:30:19

[비즈한국] 말장난 같은 이름의 ‘리뷰왕 김리뷰’는 페이스북에서 약 50만 팔로어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페이지다. 페이스북에 페이지 기능이 생긴 초기, 즉 ‘1세대’에 ‘미제사건갤러리’라는 페이지로 유명세를 탔다. 이제는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사용하는 카드뉴스 틀을 그가 최초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영향력 있는 페이지인 만큼 비교적 큰돈을 벌었던 리뷰왕 김리뷰는 안정에서 모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5년 말부터 김리뷰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힘을 빼고 모든 사람들이 리뷰를 쓰는 플랫폼 ‘리뷰 리퍼블릭’을 시작했다. 

 

‘리뷰왕 김리뷰’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길 거부했다. 사진=이세윤 디자이너


리뷰 리퍼블릭을 ‘글 쓰는 사람들의 유튜브’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김리뷰를 지난 7일 리뷰 리퍼블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망하면 페이지 운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없다.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리뷰는 아직까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처음에는 이유가 딱히 없었는데 반대로 얼굴을 굳이 까야 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사람들이 계속 궁금해 하는 편이 저한테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강연을 하더라도 ‘이 XX가 얼마나 XX​같이 생겼을까’, 이 생각으로 오시는 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내 글이 나라는 사람의 얼굴이나 아이덴티티로 판단되기보다 내 글로 판단이 되는 게 좋은 것 같다.”

 

―김리뷰 이전에 ‘미제사건갤러리’가 있었다. 

“시작은 내가 그 커뮤니티 사이트(김리뷰는 일간베스트를 ‘그’ 혹은 ‘읍읍’으로 칭했다)에서 미해결 사건을 정리하는 시리즈에서 시작했다. 80편 정도 올렸는데 80편 모두 추천을 많이 받아 소위 ‘일베게시판’에 올라갔다. 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욕도 많이 먹고 재미도 없고 질려서 페이스북으로 가기로 했다. 페이스북에 올리다 보니 비축분이 떨어져서 새롭게 쓰게 됐는데 그때 이미지와 글을 구분할 필요 없이 포토샵으로 조잡하게 만들어 올렸다. 어떻게 보면 1세대 카드 뉴스를 만든 셈이다. 좋아요가 자고 일어나니까 50개에서 600개가 돼 있고 또 하룻밤 자다 일어나니까 1만 개가 돼있더라. 1년이 지나니까 20만이 넘었다.”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페이지에 일상적인 것도 많이 올렸다. 페이지에서 내가 먹는 컵라면, 삼각김밥 인증해서 올리기도 했다. 재미있어 하는 분들도 있지만 재미없어 하는 분들은 ‘제목은 미제사건갤러리인데 미제사건은 안 올리고 쓸데없는 것만 올리냐. 소재 고갈이냐’고 했다. 그런데 진짜 소재가 고갈이 됐었다. 소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2014년 7월쯤 두 번 다시 소재 걱정 없는 페이지를 만들자고 생각해 세상 모든 것을 리뷰하는 콘셉트로 만들었다. 그런 의미로 만든 게 ‘리뷰왕 김리뷰’라는 페이지였다. 미제사건갤러리가 1년 만에 20만 명 넘게 모았는데 리뷰왕 김리뷰는 거의 한 달 만에 20만 명 정도를 모았다.” 

 

―잘나가는 페이지 운영자에서 리뷰 리퍼블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베에서 안 좋은 언행을 저지른 일로 피키캐스트에서 나오게 됐다. 퇴사 후 조금 쉬다가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해서 내 콘셉트를 직접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고 영업을 뛰었다. 그게 잘됐다. 그래서 돈을 벌었다. 책 작업도 틈틈이 해서 세 권을 더 냈다. 정말 많이 들어 올 때는 인세랑 겹쳐서 겸손하게 한 달에 3000만 원씩 벌었다. 그때 내가 행복의 역치 값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오피스텔로 이사 갔는데 그때 돈을 모아서 전세나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욕심보다는 밥 안 굶고, 월세 안 밀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행복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10년 후에도 김리뷰 활동을 하면서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잘 나가도 어느 날 실리콘벨리에 운석이 떨어져서 페이스북 서버가 터지면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 내 살 길을 알아서 찾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실험으로 다음(Daum)에 리뷰 공화국이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사비 500만 원을 들여 매주 리뷰를 잘 쓰는 사람들한테 돈을 나눠줬다. 그 실험에서 ‘독립 플랫폼은 확장성을 추구해야 된다’, ‘보상 체계가 훨씬 더 정교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연히 새로운 개발자를 만나서 공동 창업을 하게 됐다. 얼떨결에 창업을 하게 된 케이스인데 그때부터 개발을 시작해 6월 6일 클로즈베타를 500명 정도 규모로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에 오픈 베타를 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베타서비스 단계다.”

 

―정규서비스는 무엇이 달라지나.

“정규서비스와 베타서비스의 차이는 유저들로부터 수익을 창출 하느냐, 아니냐인 것 같다. 콘텐츠가 유저들을 만족시키면서 합리적인 보상도 갖추려면 결국 텍스트를 실제로 소비하는 주체들이 값을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료 커뮤니티 형태가 실험적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

 

‘김리뷰’가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 ‘리뷰 리퍼블릭’의 차별점과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세윤 디자이너


―기존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리뷰 리퍼블릭으로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 

“인터넷에 글을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관심 혹은 명예욕, 두 번째는 물욕이다. 그런데 경제적 보상에서는 커뮤니티가 버는 수익과 이용자가 구분돼 있다. ‘내가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유튜브 아닌 다른 곳에 올릴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 유튜브에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리뷰 리퍼블릭이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유튜브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사이트 내부에 ‘닷’이라는 가상 화폐로 물질적 보상이 돌아간다.”​

 

 

“​​구조 자체도 기존 커뮤니티와 많이 다르다. 굵직한 사이트의 UI(유저 인터페이스)를 보면 20년 전에 쓰던 게시판 형태와 차이가 없다. 10~20개 글이 보이고 제목을 보고 들어가면 사진과 글 내용을 보고 코멘트를 달고 추천, 비추천을 누를 수 있는 ‘PC통신’ 시절에서 발전이 없는 구조다. 서버관리 외에는 혁신적인 기능이 없었다. 해외에서는 커뮤니티가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레딧’은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를 정말 글 잘 쓴 유저한테 나눠준다. 아직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못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노력을 쏟으면 유저를 폭발적으로 확보하리라 기대한다. ‘2018년 DC인사이드 유저를 반토막 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커뮤니티를 보면 단순히 유저가 많다고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사업 모델은 있나.

“핵심은 유저가 직접 돈을 내야 된다는 거다. 유저가 직접 돈을 내는데 그게 불합리하거나 ‘삥’을 뜯는 게 아니라 구미가 당길 만해야 한다. 커뮤니티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유료 커뮤니티 모델이 황당무계한 것도 아니다. 레딧은 레딧 골드라는 유료 커뮤니티 서비스가 있다. 여러 측면에서 래딧을 벤치마킹했는데 리뷰 리퍼블릭도 월 1~2달러 정기결제를 제안하는 형태로 갈 것 같다. 그에 대한 보상은 다른 유저들한테 줄 수 있는 훈장, 이 사람한테 줄 수 있는 콘셉트에 명예와 존중의 표시를 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내부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사이트에 게임 플레이 기법을 적용하는 시스템) 적용을 검토 중이다. 별개로 우리가 유저의 콘텐츠 저작권을 양도받는다. 그 대가로 가상 화폐를 지원한다. 유저가 과연 소중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양도할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플랫폼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고 저작권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다. 우리 사이트에 올라온 리뷰가 1만 건 정도 되는데 절반 이상의 저작권을 확보했다. 개별 유저보다 회사 하나가 엄청난 양의 저작권을 갖고 있으면 그걸 수익화하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 더 높은 가치에 이 콘텐츠들을 팔수 있다. 콘텐츠 수익화와 유저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리뷰 콘텐츠가 수익이 될 수 있을까. 

“우리 핵심 가설 중 하나는 ‘좋은 리뷰가 좋은 광고가 될 수가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좋은 일본 여행 리뷰를 읽으면 일본으로 떠나고 싶다. 리뷰는 광고와 다르다. 목이 마른데 콜라 광고를 보고 콜라를 먹은 것과 같은, 이미 있던 욕구 80에서 나머지 20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일본 여행 욕구가 0인데도 리뷰를 보면 100이 될 수 있다. 구매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리뷰를 보고 ‘아 일본 가고싶다’고 느낀 순간, 글 마지막에 바로 항공권, 호텔을 결제할 수 있게 해주면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의 경쟁 페이지는 어딘가.

“경쟁 페이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없다고 생각한다. 경쟁자는 어제의 나이기 때문에…. 사실 페이스북을 잘 안한다. 중국집 아들도 중국음식은 잘 안 먹지않나. 그래서 다른 페이지를 잘 모르는 것도 있다. 다른 페이지 구독자가 몇 만인지 관심도 없다. 어차피 나는 ‘심볼’로 남고 싶지, ‘넘버’로 남고 싶지 않다. 

 

―무슨 말인가. 

“상징으로 남고 싶은 거지 숫자로 남고 싶지 않다. ‘걔는 김리뷰야. 걔는 리뷰를 써’ 이렇게 설명이 되고 싶지, ‘걔 구독자가 몇 십만 명이야’라며 다른 페이지와 비교당하고 싶지 않다.”

 

―예전 일베를 했다는 이유로 세탁왕 김리뷰라는 별명도 있다. 

“세탁이 빨려야 세탁이다. 지워지는 얼룩이 아니기 때문에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이번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로 안했다고 변명하지도 않는다. 반성한다고 없어지는 일이 아니니까 ‘반성했으니깐 끝이야’가 아니라 계속해서 책임을 지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흰 티셔츠에 페인트 묻었는데 빤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내가 했던 행동이 세탁될 수준은 아니니까 그런대로 입고 다녀야한다. 다만 입고 다니면서 더 X 같은 짓거리만, 더 많은 얼룩을 묻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지금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당연히 일베 때문에 욕먹고 퇴사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때 빼면 몇 달 전까지가 힘들었다. 그 이전 고생은 평생 그렇게 살았으니까 힘들지 않았는데 최근 리뷰 리퍼블릭 투자 받겠다고 돌아다니는데 팀원들 임금도 제대로 못주고, 일할 장소 제공도 제대로 못하면서 힘들었다. 책임져야 할 것들은 많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 없을 때였다. 리뷰 리퍼블릭을 하면서 내가 여기서 다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공포감도 생겼다. 가진 게 클수록 잃었을 때의 두려움도 커지는 것 같다.” ​ 

 

―못하면 다시 페이지 운영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아니다. 성공 시켜야 한다. ‘안되면 말지’ 이런 생각으로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렇다고 쳐도 팀원들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각오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플랜B’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단기 목표는 뭔가.

“회원 수가 올해 말 까지 10배가 되는 거다. 30만 명 정도는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운이 좋아서 페이지가 커졌다. 운이 다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나도 ‘노잼’인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눈치 없이 맞는 말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괜히 반박할 수 없는 팩트를 가지고 얘기를 해봤자 듣는 사람 기분만 나쁘지 의미가 없다. 그런 얘기 해봤자 갑자기 ‘예스잼’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강도 높은 자아비판을 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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