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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반납 약속, '꼼수' 발의와 사과…소송 가능성은?

세비 반납 수혜자인 정부가 승낙한 적 없어 이행 강제 가능성은 낮아

2017.06.01(Thu) 19:29:35

[비즈한국] 약 1년 전 당시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을 위한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못하면 우리들이 받은 세비를 기부 형태로 국가에 반납할 것’이라고 서약했다. 그 약속 기한이 어제(5월 31일)까지였다. 새누리당은 없어졌지만, 당시 실명으로 서명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에게는 자필로 서명한 계약의 이행 의무가 남아 있다.

 

계약이행일이 다가오자 당시 약속했던 의원들이 약속을 지킬지 관심이 쏟아졌다(관련기사 새누리당의 약속, 세비반납 의지 전혀 없어). 법안 발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약속도 있었기 때문에 세비반납을 실행할지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는 계약한 의원에게, 의원들은 당으로 책임을 전가하기 바빴다. 

 

바른정당 정병국 전 대표와 의원들이 5월 3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총선 당시의 ‘대한민국과의 계약’ 약속 이행 불충분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비즈한국’을 비롯해 연이은 언론 보도에 부담감을 느낀 탓인지 자유한국당은 기한을 하루 남겨둔 5월 30일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5대 개혁 관련 법안을 국민과 약속한 1년 안에 모두 발의했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발표했다. 

 

자유한국당이 발표한 5대 개혁 과제는 △갑을개혁 △​일자리 규제개혁 △​청년독립 △​4050 자유학기제 △​마더센터 도입이었다. 보도자료를 보면 갑을개혁은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개정안, 일자리 규제개혁은 규제개혁 특별법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청년독립은 청년기본법, 4050 자유학기제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마더센터는 저출산고령화기본법 개정안을 발의를 통해 국가와의 계약을 지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의만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발의는 무한대로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된다.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의결된다고 해도 갈 길이 멀다. 다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존 법과 상충되는 점은 없는지 검토한 뒤 의결을 받고 본회의에 상정해 전체 의원들의 표결에 부쳐 통과가 되면 법률이 공포된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는 가결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지난 5월 30일 기준 20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가장 많은 의원은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다. 황 의원은 119건을 발의했는데, 가결은 9%가량이었다. 발의된 법안이 최종적으로 발효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발의는 국회의원 10명이 서명하면 가능하다. 세비 반납을 공약한 30여 명의 국회의원이 모이면 언제든 해낼 수 있다. 하루 전에야 간신히 발의만 한 것을 두고 비판이 계속되는 까닭이다. 지난해 총선 때 ‘1년 뒤 보관하라’며 광고한 계약서를 보면 ‘20대 국회 임기 시작 1년 후인 2017년 5월 31일에도 5대 개혁 과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라고 씌어 있다. 법안 발의로 과제가 이행됐다고 볼 수 있을지 애매한 상황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이 약속을 이행했다며 발표한 다음날 일어난 ‘팀킬’로 일은 더욱 꼬였다. 당시 대표자로 서명한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 의원 6명이 “포퓰리즘 공약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바른정당도 세비반납은 안 하는 방향으로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세비 반납은 없다. 다만 각자의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각자의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문제의 새누리당 계약서.


많은 네티즌은 ‘비즈한국’ 페이스북 댓글로 ‘계약서까지 써놓고 나 몰라라 하는 의원들, 소송은 가능하냐’는 질문을 보냈다. 여러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 중 ‘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소송을 할 방법이 있긴 하지만 쉽지는 않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과의 계약’은 조건부 증여의사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세비를 돌려받는 수혜자는 국가인데,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에서 계약을 승낙한 적이 없어 소송이 진행될 수 없다. 소송이 가능하려면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 혹은 법률상 대표자인 법무부 장관, 국고의 관리자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권한 있는 공무원이 승낙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이후 소송은 법률상 대표자인 법무부 장관이 맡게 된다. 계약서를 보면, 상단에 ‘발의하지 않으면’이라고 씌어 있는데, 발의한 것은 맞으니 승소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하단에는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않으면’이라고 썼다. 단순 발의를 이행으로 보기는 어려우니 다퉈볼 여지는 있다.”

 

여러 변수들을 종합하면, 소송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옛 새누리당이 자신 있게 세비 반납을 약속한 배경에는 대통령이 바뀌리란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이었고 임기는 약 2년 가까이 남았으므로 행정부가 여당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정권교체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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