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속적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가 지난 3년간 수천 건의 시정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검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한국’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31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일베는 2014년부터 3년간 3717건의 게시물 심의를 받아 3317회 시정요구를 받았다. 하루 평균 3건의 게시물이 시정조치를 받은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과 2015년 시정요구 건수 각각 998건과 970건이었지만, 2016년 1349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510건의 심의가 진행됐고, 이중 483건의 시정요구가 이뤄졌다.
이처럼 일베가 반복적으로 무수히 많은 시정조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유해매체 지정에 대한 심의는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아무리 많은 게시물이 문제를 일으켜도 시정조치에 따라 해당 게시물을 삭제만 하면 되는 법의 허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는 물론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행위와 약물 남용을 자극 또는 미화하는 것 △도박과 사행심 조장,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것 등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매체에 따라 심의를 담당하는 기관이 다르며, 인터넷 웹사이트는 방심위가 담당하도록 돼있다. 방심위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 건의를 전달하면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이 해당 웹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다. 웹사이트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되면 로그인 후 본인인증을 거쳐 성인으로 확인된 사람의 경우에만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베 전체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한 사례는 없었다. 지난 2013년 2월 성인 메뉴에 한해서만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을 받았을 뿐이다.
지난 3년간만 해도 일베 회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정 지역이나 여성을 비하하거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위는 아예 커뮤니티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또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등 테러 예고나 미성년자 강간 및 살인 모의 및 예고 등의 사건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따라서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준다고 해도 이처럼 수년 간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웹사이트를 유해매체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청소년 보호에 있어 사실상 방치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 게시판이 아닌 일반 게시판에서도 성적인 표현은 물론 범죄모의와 같은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시정조치를 통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며 “성인 메뉴 이외에 전체 웹사이트를 유해매체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규정상 게시물 중 거의 대부분이 문제가 돼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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