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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IT는 뭘 해도 안 되는' LG의 전자책 흑역사

2010-05-26, 아이리버와 합작 전자책 개발…차가운 시장반응에 결국 백기

2017.05.26(Fri) 06:00:00

[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오늘 2010년 5월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G디스플레이는 “당사는 (주)아이리버와 전자책 관련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으나,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리버와 중국 합작법인 L&I를 출범해 2011년 첫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 HD를 출시했다. 사진은 아이리버 스토리 K HD. 사진=아이리버 홈페이지 캡처​

 

다섯 달 뒤인 2010년 10월 LG디스플레이와 아이리버는 자본금 5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광동성에 전자책 단말기 생산 법인 ‘L&I’를 설립했다. 2009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해외 전자책 시장에 진출한 아이리버는 이미 중국에서 유명 전자책 콘텐츠 기업 ‘차이니즈올닷컴’과 제휴도 맺은 상태였다. L&I는 LG디스플레이가 전자책 생산을, 아이리버가 개발과 디자인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당시 전자책 시장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LG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아마존이 출시한 ‘킨들(Kindle)’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는 등 전자책 단말기는 수년째 유망주로 거론되었고 종이책은 곧 멸종할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시류에 편승한 삼성도 2009년 시제품 SNE-50, SNE-60/60K를 잇달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내 전자책 시장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플랫폼과 콘텐츠가 부족했고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도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등장이 치명적이었다. 전자잉크를 사용하는 전자종이는 LCD보다 전력소모가 적고 눈의 피로가 덜했지만 화면 전환 속도가 느렸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 비해 전자책 단말기는 활용도에서도 뒤졌다.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아이리버는 2011년 전자책 콘텐츠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삼성 역시 SNE-60을 끝으로 전자책 단말기 사업을 접었다. 

 

그럼에도 L&I는 중국 시장을 토대로 아마존 킨들처럼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 2011년 출시한 L&I의 첫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 HD’는 세계 최초 고화질 e-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실제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높은 선명도를 자랑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L&I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전자책 매장에 출시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태블릿PC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거셌고, 2013년 LG디스플레이는 전자책 단말기 사업을 정리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DRM이 기기끼리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꼽힌다. 사진은 YES24의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사진=YES24 홈페이지 캡처

 

공시 후 7년이 지났다. 현재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예스24(Yes24)의 ‘크레마(Crema)’​, 교보문고의 ‘샘(SAM)’, 인터파크의 ‘비스킷 탭(Biscuit Tab)’의 삼파전이다. 특히 교보문고는 국내 최초로 단말기와 전자책을 월 1만 5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를 운영해 전자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전자책 콘텐츠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졌다. 그럼에도 전자책 시장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저조한 시장 반응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다. 전자책 독서율은 출판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전자책 사업 활성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 기술인 DRM(Digital Right Management)의 호환 문제다. 전자책 단말기끼리 호환되지 않아 편의성과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출판사, 유통사, 개발사가 DRM 호환과 콘텐츠 구축을 위해 협업할 때다.  

 

전자책의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영국출판인협회와 전미출판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전자책 매출은 17~18.7%  감소했지만 종이책 매출은 7~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자책은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대중화되며 더 이상 전자책에 도입된 기술이 놀랍지 않다. 게다가 ‘디지털 디톡스’라는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 전자책 관련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방형 전자책 유통협업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문체부는 지난해 9월 출판사, 전자책 유통사,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한국형 전자책 표준 메타데이터를 도출하며 사업 추진의 기반을 닦아놨다. 이번 사업은 전자책 서지정보 표준화 사업과 전자책 공용 DRM 도입 사업 총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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