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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무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비밀

입주사 직원만 사용 가능, 결제 오류 해결할 직원 상주, 무인점포 추가 계획 없어

2017.05.19(Fri) 21:02:53

[비즈한국] 미국의 ‘아마존’이 애플리케이션만 켜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무인점포 ‘아마존고’를 개점한 데 이어, 최근 일본 편의점업계는 2025년까지 전 점포를 무인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세븐일레븐’이 첨단기술로 무장한 무인 편의점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무인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무인점포 개점은 롯데가 신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진행한 사업일 뿐 매장 확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 매장과 거의 흡사한 무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의 개점으로 무인매장 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사진=세븐일레븐 유튜브 캡처

 

지난 16일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31층에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이번 개장은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신 사업의 일환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연초 사업계획보고 자리에서 각 계열사 대표를 향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접목할 구체적 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쇼핑 도우미 로봇 ‘​엘봇’​을 출시한데 이어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프로젝트 팀도 구성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이 무인점포를 표방하기 위해 내세운 핵심기술은 ‘핸드페이(Hand-Pay)’다.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핸드페이는 사람마다 다른 혈관 굵기, 선명도, 모양 등을 이용해 신원을 파악하는 정맥 결제 서비스다. 매장 앞에 설치된 등록대에서 카드정보와 정맥인증을 입력하면 이후에는 별도의 결제수단 없이 손바닥 인증만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물건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으면 360도 자동 스캔해 바코드를 인식하며 정맥인증으로 미성년자의 담배 구매를 제한한다. 

 

거대한 자판기 정도에 불과했던 이전의 무인매장과 달리 일반 매장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이 문 열며 말 그대로의 무인매장 시대가 열리는 것이냐는 기대가 나왔다. 이번 롯데의 무인점포 시도를 시작으로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 계산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앞으로  무인점포 실험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번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은 무인 그 자체가 아닌 핸드페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무인점포의 콘셉트를 취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간편결제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진 롯데에게 핸드페이 기술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유일한 방법이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기업성장에 놓쳐선 안 될 핵심 영역이 되고 있다. 2015년 ‘SSG페이’를 선보이며 ‘쓱(SSG) 열풍’을 끌어낸 신세계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856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37.6% 증가했다. 반면 ‘엘페이’를 앞세운 롯데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2042억 원으로 2015년 2050억 원보다 줄어들었고 순손실도 25억 원가량 늘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의 핵심 기술은 정맥인식 기능인 핸드페이다. 사진=세븐일레븐 유튜브 캡처

 

무인 콘셉트로 유명해졌지만,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처점에는 직원 4명이 교대근무하고 있어 엄밀히 따지면 무인매장은 아니다.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다가 셀프결제 중 발생한 문제 해결을 돕거나 주류 구매 시 성인 여부 확인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 업무 대부분이 단순계산이었다”며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직원들이 계산에 들이는 에너지를 서비스나 매장관리에 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무인점포 실험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임에도 이용객을 제한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 시그니처점은 롯데카드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으며 위치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사무실 층이어서 사실상 입주사 직원만 이용할 수 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가시적인 시점에 다른 카드에 핸드페이 기술을 적용하거나 무인점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인증서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적폐로 규정하고 폐지 공약을 내건 가운데 이를 대체할 방안으로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인인증서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한데다가, 국가 관리하에 있어 다양한 인증기술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는 전자서명과 본인인증 기능 모두를 갖고 있지만, 생체인식 기술로는 본인인증만 가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제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며 “선거운동 당시 문재인 캠프와 접촉해보니 공인인증서를 아예 폐지한다기보다 본인 확인 수단으로 과도하게 쓰이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신 스마트폰은 홍채와 지문인식 기능이 있어 모바일 결제 과정에서 비밀번호 입력 정도는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며 “아직 공인인증서 폐지에 대해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은 없다”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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