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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효성, '밑 빠진 독' 진흥기업 유상증자에 나서다

2010-5-17 ‘헐값 논란’ 속 인수한 진흥기업, 애물단지 전락…쏟아부은 자금만 4160억 원

2017.05.17(Wed) 06:00:00

[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오늘, 2010년 5월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효성은 ‘자회사 진흥기업 유상증자 참여설’에 대해 “당사와 진흥기업은 현재까지 진흥기업의 유상증자 실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어 “추후 결정사항이 있을 경우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효성그룹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진흥기업은 효성이 2008년 1월 931억 원에 인수한 건설사다. 인수 과정에 조석래 당시 효성그룹 회장(전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현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인수 후 진흥기업 등기이사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잡음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지난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되던 상황에서 대운하 수혜주로 주목받던 진흥기업을 효성이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이 헐값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황태자’ 조현준 사장이 관심을 기울인 기업인 만큼 진흥기업에는 효성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진흥기업 재무사정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2009년 매출 6142억 원, 영업손실 411억 원, 순손실 1495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진흥기업의 유상증자설이 꾸준히 제기됐고, 모기업 효성도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의 공시는 이러한 전망에 대한 답변이었던 것.

 

공시 2개월 후인 같은해 7월, 진흥기업은 운영자금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1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효성은 이 중 지분 81%에 해당하는 1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에도 진흥기업은 좀처럼 경영난이 나아지지 못한 채 순손실을 내며 차입금에 허덕였다. 결국 인수 3년 만인 2011년 6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조 사장도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진흥기업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잇따른 수익성 악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손실 등으로 부실이 더욱 심화됐다. 순손실이 2011년 2137억 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2012년 856억 원, 2013년 724억 원, 2014년 175억 원, 2015년 428억 원, 2016년 752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장 매각 등 강수를 뒀지만,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기업 효성의 자금 부담도 가중됐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대규모 감자와 대여금 출자전환 등을 실시했다. 지난 3월에도 효성과 채권단(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30여 개 금융사 구성)은 진흥기업 상장폐지 및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250억 원씩 총 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또한 소액주주를 제외한 효성과 채권단 보유 보통주의 2 대 1 무상감자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100%를 웃도는 자본잠식률이 30% 수준으로 낮아져 자본잠식 상태가 해소됐다.

 

하지만 효성의 진흥기업 보유 지분율은 59.62%에서 47.26%(6657만 주)까지 낮아졌다. 효성이 보유한 진흥기업 주식가치는 1708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효성이 진흥기업 인수 후 투입한 자금은 주식가치의 2배가 넘는 4160억 원에 달한다. 당시 효성 측은 “대주주 지위 유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할 뿐이다”라며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경영사정이 개선되지 않아 진흥기업은 워크아웃 졸업 시점을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연장해야 했다. 워크아웃 종료 예정 기한은 2018년 12월이다. 진흥기업 역시 2018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180% 밑으로 떨어져 졸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진흥기업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뉴스테이 공약으로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을 총 65만 가구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물량이다.

 

최근 효성·진흥기업 컨소시엄은 인천 송림1·2동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뉴스테이 사업지에서 1조 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지인 부산 우암1구역 재개발, 인천 부평4구역 재개발에도 시공사로 선정됐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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