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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중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이유

실질금리 마이너스에도 저축률 세계 최고 수준…1980년대 말 한국 상황과 비슷

2017.04.24(Mon) 09:51:58

[비즈한국] 중국이 임금 상승과 주택가격 급등, 그리고 위안화 가치 상승 영향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964억 달러(국내총생산의 1.8%)에 이른다. 

 

중국의 경상수지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흑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2016년 중국 저축률이 45.8%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경상수지는 저축률과 투자율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소비+투자+순수출(=경상수지). 이 식에서 소비를 좌변으로 옮기면, 국내총생산-소비=투자+경상수지가 된다. 여기서 ‘국내총생산-소비’는 결국 저축이니, 다음과 같이 고쳐 쓸 수 있다. 저축=투자+경상수지. 이제 투자를 좌변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은 관계를 얻을 수 있다. 저축-투자=경상수지

 

중국의 투자율과 저축률 추이. 자료: 국제통화기금 세계경제전망(2017. 4)


정부가 예금은행의 금리(1년 기준)를 1.5%로 묶어 두고 있는 나라에서, 게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왜 중국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저축하는 걸까? 오랫동안 이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데, 최근 읽은 책 ‘아시아의 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정부는 다른 나라의 정부들만큼 물가상승을 걱정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개발계획을 따르고 제품을 해외에 팔 수 있는 한 은행들은 돈을 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처럼 자금이 지원되는 환경에서 연간 평균 수출 증가율은 1960년대에 40%, 1970년대에는 25% 이상을 기록했다. 그에 따라 GDP 대비 수출 비중도 1960년대 3.4%에서 1980년대에는 35%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한편 물가 상승률은 연 평균 15~20%였다.

 

정부가 선호하는 기업에게 제공되는 자금은 풍부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했다. 가장 저렴한 융자는 대개 -10%에서 -20%의 실질금리로 수출업체에 제공되었다. 수출업체의 입장에서 국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올릴 수만 있다면, 사실상 돈을 빌리는 편이 이득이었다. -본문 274쪽

 

경제개발을 우선하는 정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며, 이는 현재 중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무한정 진행될 수 있을까? 가계가 마이너스의 실질금리에 저항해 저축하지 않으면 어쩌려고? 

 

‘아시아의 힘’ 저자 조 스터드웰은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다. 한국 사람들은 마이너스 실질금리 속에서도 열심히 저축했다. 

 

(마이너스 실질 금리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저축의 붕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부분적인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수학적 모델이 가정하는 만큼 예금자들이 예금금리에 민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금자들은 대신 복지제도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미래에 대비해 돈을 모아두는 데 집중했다. 

 

예금이 유지된 또 다른 이유는 소비할 물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입 소비재는 금지되었거나 고관세로 엄청나게 비쌌다. 또한 엄중한 자본 통제 때문에 1980년대까지 해외여행이 금지되었다. 

 

한국 국민들은 저축을 계속했으며, 1980년대 말에 최초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저축 열기가 왕성했다. -본문 276쪽

 

1980년대 말  한국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했던 것처럼  지금 중국인들도 노후를 위해 저축을 계속하고 있다.


이 비슷한 일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 국민을 포괄하는 제대로 된 복지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노후를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중국인들이 여전히 많다. 더 나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저축을 멈출 수는 없다. 

 

물론 중국 사람들이 영원히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중국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으며, 1년에 2000만 대 이상의 차가 팔리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국은 소비보다는 저축이 더 우세한 나라인 것 같다. 따라서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며 중국이 당장이라도 외환위기를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희망은 적어도 1~2년 안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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