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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뜻밖의 5등’ 갤럭시S8 개통행사 체험기

당일 7시 40분 도착해 5등 차지…1호 개통자는 5박 6일 진기록

2017.04.18(Tue) 18:23:41

[비즈한국] 일본에서 유명 게임이 출시되거나,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면, 많은 사람들은 매장 앞에서 장시간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찌감치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3년 전 애플 개발자회의에 취재 차 참석했을 때다. 행사 하루 전임에도 개발자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미리 줄을 서봐야 행사장에 조금 더 빨리 입장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 왜 줄을 서는가 물었다.

 

“그냥 전통이자 문화 같은 거죠.”

 

우리나라 최초의 스마트폰 구매 행렬은 지난 2009년 KT가 아이폰3GS를 최초로 출시하면서 사전예약 고객 1000명을 잠실 농구 경기장에 초청해 개최한 이벤트다. 이후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 마다 이동통신 3사와 애플 프리미어 리셀러(APR)들이 저마다 매장에서 줄 서는 행사를 경쟁적으로 열었다. 일종의 문화 수입 현상이다.​

 

18일 SK텔레콤이 개최한 갤럭시S8 사전 개통행사에 참석한 선착순 100명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제공됐다. 사진=봉성창 기자

 

#기업이 유도하는 선착순 눈치게임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 문화에 익숙한 일본에서 줄을 서는 이유는 ‘품절’ 우려 때문이다. 사려는 사람이 몰리다 보니 품절을 우려해 미리 줄을 서는 것이다. 미국 역시 비슷한 이유지만, 남들보다 1초라도 더 빨리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얼리어댑터’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선착순으로 고가의 선물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부분이다. 줄이 길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홍보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갤럭시S8 출시를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은 어김없이 개통행사를 준비했다. 2주간 사전 예약을 받고, 예약자에 한해 선착순 증정품을 마련했다. 이통사별 1등에게는 수백만 원의 선물이 주어져 화제가 됐다. 특히 SK텔레콤이 개최한 갤럭시S8 개통행사에는 5박 6일을 기다린 1호 개통자가 탄생해 일찌감치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았다.

 

무려 5박 6일을 기다린 갤럭시S8 SK텔레콤 1호 개통자는 취재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사진=봉성창 기자


역대 기록을 살펴봐도 우리나라에서 5박 6일을 기다린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1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줄 서는 시점이 계속 빨라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노트8 1호 개통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최소 일주일 먼저 나와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 

 

2호 개통자 역시 5일 전부터 기다리기 시작했다고. 3호 개통자는 이틀 전 부터, 4호 개통자는 행사 당일 새벽 1시부터 줄을 섰다. 5호는 생각지도 못하게 취재를 위해 방문한 본 기자가 차지했다.


# 5호 개통자가 되다

 

기자는 갤럭시S8을 사전 예약했다. 지금까지 갤럭시S6를 사용하고 있었고 2년 약정이 만료된 시점이었다. 선물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설 생각은 없었다. 아침 일찍 가도 100명 안에 들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개통행사 취재를 마치고 갤럭시S8을 수령한 다음 회사로 복귀해 기사를 작성할 계획이었다.

 

행사가 열리는 SK텔레콤 종각점을 찾은 시각은 아침 7시 40분. 줄 서 있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진행요원에게 물으니 사전 예약자냐며 5번이 써져있는 번호표를 줬다. 기자 신분을 밝힐까 하다가 관찰자 입장이 아닌 구매자 입장에서 행사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일 오전 7시 40분에 도착해 5번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봉성창 기자


30분쯤 서 있자 순식간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며칠 동안 길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1호, 2호 개통자는 끊임없이 인터뷰를 해야 했다. 3호, 4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완곡히 거절했다. 기자들이 던진 질문 대부분은 왜 줄을 섰냐였다. 취재 나왔다가 얼떨결에 서있다는 말을 차마 할 수는 없었다.

 

1~4호 개통자들은 예상했다는 듯 카메라 세례와 인터뷰 요청을 피하지 않았다. 개통자끼리 기다리는 동안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모두 20대 중후반 또래라 금방 친해진 모양이었다. 1~3호 대기자들은 서로 등수를 인정하고 번갈아가며 사우나에 가거나 식사를 하는 등 돈독한 관계가 됐다. 1호 개통자는 말쑥한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5박 6일 노숙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2호 대기자에 따르면 1호 대기자는 인터뷰를 대비해 양복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 다음은 얼마나 기다려야 1호가 될까

 

4호 개통자로부터 어떤 선물을 받게 될 지 들었다. 1등은 TV와 게임 쿠폰 등 500만 원 상당의 경품이, 2등은 200만 원 정도의 노트북, 3등은 100만 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4등은 전기자전거, 그리고 본 기자가 받게 되는 5등 상품은 ‘공기청정기’였다. 선착순 100명 중 갤럭시S8 출시를 기념해 8명까지는 정해진 선물이, 이후에는 추첨 형태로 5만 원 상당의 IT 액세서리가 제공된다. 1, 2등의 격차가 상당했다. 그 격차는 단순히 선물만은 아니었다.

 

9시 정각이 되자 피겨여왕 김연아가 행사장에 도착했다. 줄을 선 사람도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1호 개통자가 매장 안으로 입장하고 SK텔레콤을 대신해 김연아가 그를 맞이했다. 매장 내부에서는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1호 개통자는 김연아가 매장 밖으로 나와 준비된 차량 앞에서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 2호 이후 대기자들은 기다리며 이를 지켜봐야 했다. 40분 남짓의 기념 행사가 끝나고 나서야 입장이 시작됐다.

 

1호 개통자는 피겨여왕 김연아와 사진 촬영을 비롯한 모든 행사의 중심이 됐다. 사진=봉성창 기자


2호부터 입장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취재진은 이미 돌아간 상황. 번호표 순서대로 개통이 이뤄졌다. 이후 과정은 여느 이동통신사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줄을 선 지 2시간 30분 만에 사전 예약한 갤럭시S8플러스 128GB 모델을 손에 넣게 됐다. 담당자에게 공기청정기 배송주소를 적어줄 때 5호 개통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4박 5일 노숙한 2호 대기자에게는 갤럭시S8을 훌쩍 뛰어넘는 200만 원 상당의 선물이 주어졌다. 그러나 모든 관심은 1호에게 집중됐다. 인터뷰는 주로 3등까지만 했다. 그들에게는 갤럭시S8이 얼마나 갖고 싶었길래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행사 뒤 언론들은 5박6일을 기다린 1호 개통자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사전예약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었다는 소식도 곁들여졌다. 차기 제품의 1호 개통자가 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최소 5박 6일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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