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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유튜브로 왕좌에 복귀한 크레이그 데이비드

너무나도 빠른 성공과 몰락을 극복하고 돌아온 알앤비 탕아

2017.04.17(Mon) 10:26:53

[비즈한국] 라디오에 나오면 스타가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TV로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계기가 되어 성공하는 가수가 많습니다. ‘강남 스타일’ 유튜브 뮤직비디오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싸이, ‘위 아래’ 직캠으로 스타가 된 EXID의 하니, ‘꽈당 동영상’으로 인지도를 얻은 여자친구 등이 떠오르네요.

 

해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한물 간’ 알앤비 스타로 여겨졌던 영국 가수 크레이그 데이비드(Craig David)입니다. 최근 앨범으로 탑 10에 복귀하며 돌아왔는데요. 그 핵심에는 SNS와 유튜브가 있었다고 합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필 미 인(Fill Me In)’.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힙합과 알앤비를 섞은 ‘투스텝’을 유행시키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레게 밴드 멤버던 아버지에게서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지요. 2001년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1집 ‘본 투 두 잇(Born To Do It)’을 발표합니다. 영국 개러지 밴드들과 연주하며 실력을 닦아왔던 그는 영국 개러지 사운드를 묵직하게 담은 사운드로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여기에 최신 트렌드 알앤비 보컬을 완벽하게 체화한 보컬이 추가됩니다.

 

1집은 800만 장 이상 팔렸습니다. 영국 음악 역사상 가장 크게 성공한 알앤비 앨범 중 하나지요. 크레이그 데이비드에게도 전성기 시절이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세븐 데이즈(7 Days)’. 스팅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에서 등장한 기타 사운드를 샘플링해서 투스텝 개러지 사운드로 재해석했다. 최신 트렌드 알앤비 보컬 또한 ‘세련된 재해석’에 중요한 포인트였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1집은 8년이 지난 2009년, MTV가 실시한 ‘역대 최고 앨범’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1위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입니다). 그만큼 디지털 다운로드 세대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음악이었지요. 그러나 너무 큰 성공은 또한 저주이기도 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1집 ‘본 투 두 잇’. 너무나도 큰 성공으로 크레이그 데이비드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이후 어떤 음악을 해도 1집과 비교당해야 했다.


투스텝 개러지 사운드 유행이 지나면서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방황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찾지 못한 거지요. 레트로 소울 같은 과거 지향적인 음악은 흑인에게 기회가 잘 오지 않습니다. 보수적인 청중은 아무래도 백인이 더 많기 때문이지요. 대세 음악인 힙합을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어셔,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힙합의 본거지 미국 출신의 막강한 경쟁자들이 전성기에 돌입했던 시기니까요. 

 

스티비 원더 초기작 ‘포 원스 인 마이 라이브(For Once In My Life)’를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리메이크했다. 1960~1970년대 혁신의 끝이였던 음악을 다시 가져와 복고풍 음악을 시도했지만 상업적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하고, 모타운 음악을 리메이크 하는 등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과감하게 들어갔던 대형 기획사 워너 뮤직에서도 찬밥 신세였지요. 그렇게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사라진 가수가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인섬니아(Insomnia)’. 한국에서는 휘성이 리메이크해서 화제가 되었다. 과감하게 시도한 일렉트로닉 알앤비였지만 큰 성공을 하지는 못했다. 당시 전성기였던 미국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네요(Ne-Yo)가 발표했던 곡 ‘클로저(Closer)’와의 표절 시비가 일어나기도 했다.

 

저스틴 비버가 일렉트로닉과 인디 알앤비를 결합해 세계를 재패한 2015년. 아직도 2001년에 발표한 1집으로 기억되던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BBC에 출현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재치 있게 본인의 과거 곡이 ‘너무 오래된 노래다’라며 당시에 한참 유행하던 저스틴 비버의 ‘왓 두유 민(What Do You Mean)’ 반주에 본인의 과거 히트곡 ‘필 미 인(Fill Me In)’을 매시업 해서 불렀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BBC 예능 프로에 출연해 ‘필 미 인’을 ‘왓 두유 민’에 맞춰 불렀다.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크게 바이럴되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도 다시 영국 음악계에 관심을 받게 되었다.

 

반주만 바꿨을 뿐인데 ‘최신 느낌’이 났습니다. 2001년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알앤비 보컬 이후 알앤비 보컬은 아예 ‘퓨처(Future)’처럼 랩 느낌이 나는 정도가 아니면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음악만 최신 느낌으로 바꾸자 세련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고민하던 음악적 방향이 해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저스틴 비버의 ‘Love Yourself’를 부른 리메이크 영상. 크레이그 데이비드에게 해답은 ‘저스틴 비버가 만든 유행을 더 원숙하고 테크니컬한 알앤비 보컬로 따라가기’로 보인다.

 

이후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부활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인디 알앤비를 섞은 스타일로 말이죠. 크레이그 데이비드는 오랜만에 신보를 영국 차트 탑 10에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신규 앨범 타이틀 곡 ‘When the Bassline Drops’.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알앤비, 랩이 결합했다. 완벽하게 트렌드에 올라 탄 크레이그 데이비드를 보여주는 곡이다.

 

한때 세계 알앤비 음악의 유행을 주행했던 그. 하지만 한번 유행이 바뀌자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그럼에도 끝없이 음악을 시도하고, 고민했기에 계기를 잡자 다시금 유행의 최전선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없는 내실을 만들어 줄 수는 없겠지요. 너무나도 빠른 성공과 몰락을 극복하고 돌아온 알앤비 탕아, 크레이그 데이비드였습니다.

 

※필자 김은우는 모바일 교육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미국에서 교직을 이수했습니다. 원래는 락덕후였으나 미국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아본 후 흑인음악 덕후로 개종했습니다. 현재는 학부모에게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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