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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남자가이드] 열심히 일한 당신, 좋은 시계를 차라

어른 남자가 차면 안 되는 시계 브랜드는?

2017.03.29(Wed) 15:33:01

[비즈한국] 굳이 패셔니스타나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 하지만 아주 약간의 투자로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은근히 센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바로 당신을 위한 가이드.

 

남자에게 허락된 액세서리는 구두, 벨트, 시계 3가지가 전부라는 말이 있다. 나도 20대 초반에는 왼쪽 귀에 피어싱 7개를 주렁주렁 달고 다녔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액세서리와 멀어지게 됐다. 

 

자유로운 직종이 아닌 이상 남자의 액세서리는 금기와도 같다. 금기가 아니더라도 남자의 과한 액세서리는 패션이 아닌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단추 하나를 풀어헤친 셔츠 너머로 조폭들이나 착용할 것 같은 굵은 금목걸이가 보인다면, 센스 없는 아저씨로 낙인찍히고 만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회생활에서의 체면 때문에, 또는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액세서리를 멀리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는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자도 패션과 소품으로 본인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다. 방법을 모르고, 물어볼 곳도 없고, 남성잡지에 나오는 아이템들은 부담스런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단 하나의 브랜드만 추천해야 한다면 고민 없이 티쏘(TISSOT)를 추천한다. 사진=티쏘 PRC200


센스 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면 구두와 벨트, 시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남성 고객이 명품 매장에 들어서면 직원들은 가장 먼저 신발과 시계를 확인한다고 한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냐고 따지고 싶겠지만, 그렇게 따지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시간에 괜찮은 구두와 시계 하나쯤 구비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쉬운 방법 아닐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즐거움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큰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남자에게 중요한 소품인 구두, 벨트, 시계 중 가장 중요한 하나만 꼽자면 역시 시계다. 구두와 벨트는 새 제품을 사는 게 어렵지 않다. 시계는 값이 꽤 나가기 때문에 한 번의 선택이 몇 년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이왕 살 거라면 공을 들이는 게 낫다.

 

남의 손목에 놓인 시계를 알아보고, 브랜드와 모델을 간파하여 상대의 취향이나 안목을 평가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 것이다. 바빠 죽겠는데 패션이나 시계 등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보통 남자 가이드’를 읽지 않으면 된다. 이 글은 약간의 노력으로 조금 더 센스 있어 보이는 즐거움을 누리고픈 남자들을 위한 것이다.

 

시계에 대해 잘 모르는 남자라도 롤렉스, 태그호이어는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롤렉스가 좋은 시계인 걸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누구나 천만 원을 호가하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차고 다니긴 힘들다. 고가의 시계에 대해서도 다루겠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자들이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시계부터 알아보자.

 

대학 졸업이나 취직 기념으로 괜찮은 시계 한 번 사볼까 고민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시계에 정답은 없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하다. 다만 ‘어른 남자’가 절대 차면 안 되는 금기의 대상은 분명 존재한다. 

 

시계나 패션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겐 널리 알려졌지만, 의외로 실체를 모르는 남자들이 많은 브랜드. 바로 ‘홍콩 독수리’ 엠포리오 알마니다.

 

알마니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 브랜드다. 조르지오 알마니와 알마니 꼴레지오니가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고, 엠포리오 알마니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만치 않은 위상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 선물로 엠포리오 알마니 시계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꽤 많고, 시계를 모르는 남자들 역시 알마니 정도면 괜찮은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엠포리오 알마니의 독수리 마크가 손목에서 보이면, 시계와 패션에 대해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남자라는 뜻이다. 이제는 제법 많은 남자들이 알마니 시계를 홍콩 독수리로 인식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인 알마니의 시계만 천대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름값에 비해 말도 안 되는 퀄리티의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엠포리오 알마니의 시계는 짝퉁 시계의 천국인 홍콩에서 생산된다. 메이드 인 홍콩이기에 홍콩 독수리라는 요상한 별명이 붙은 것이다. 

 

생산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길거리 리어카 시계에 들어가는 미요타의 저가 무석(non-jewel) 무브먼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제품 퀄리티 측면에서 3만 원 이하의 저가 시계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무브먼트는 시계를 움직이는 두뇌이자 심장이다. 무브먼트의 우수성만으로 시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마니 시계에 들어간 무브먼트는 심한 수준이기에, 시계가 아닌 ‘시계 모양의 팔찌’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것이다.

 

알마니 시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명성만을 앞세워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시계를 차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내막을 알고도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감수하느냐, 아니면 유명한 브랜드니까 좋은 제품일 거라고 믿고 사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30만 원대에서 100만 원 이하의 가격대에서는 어떤 시계를 추천할 수 있을까? 단 하나의 브랜드만 추천해야 한다면 고민 없이 티쏘(TISSOT)를 선택하겠다.

 

1853년부터 시계를 만들어온 스위스 브랜드 티쏘는 합리적 가격대와 우수한 퀄리티로 많은 시계 마니아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1853년, 스위스. 이 두 단서만 봐도 괜찮은 브랜드라는 느낌이 온다. 시계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티쏘라는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20대와 30대 초중반 사회인이 티쏘를 차고 있다면 수천만 원 대의 시계를 가진 마니아도 ‘이 사람, 시계 보는 안목이 있네’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티쏘는 미국 NBA 농구경기와 투르 드 프랑스 등의 공식 타임키퍼 및 파트너로 선정됐다. 여기서 괜찮은 시계를 선별하는 팁이 나온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 타임키퍼로 참여하는 브랜드라면, 기술력을 인정받은 시계라는 뜻이다. 참고로 티쏘로부터 단 돈 10원의 협찬도 받지 않았다. 

 

비슷한 가격대에선 일본 시계 브랜드인 시티즌(CITIZEN)과 세이코(SEIKO)를 추천한다. ‘시계하면 스위스’라는 공식이 있지만, 일본의 기술력은 얄미워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시티즌은 1924년부터 시계를 만들어 왔으며 일본 최초 방수 시계를 만든 유서 깊은 브랜드다. 빛으로 충전해 배터리 수명을 반영구적으로 만든 ‘에코-드라이브’ 라인이 유명하다.

 

세이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 시계의 최강자다. 80년대, 90년대에는 세이코 시계가 부의 상징이기도 했었다. 세이코의 앞선 기술력은 시계 시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였다. 1969년, 세이코가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 아스트론을 발표하며 ‘쿼츠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태엽 대신 전지로 작동하는 쿼츠 시계는 정확성, 관리의 편의성, 제작비용 등에 있어 기계식 시계를 앞질렀고, 부자의 사치품이던 시계는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생활 용품이 됐다. 이때의 타격으로 스위스 시계 업체들은 줄도산을 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지금은 기계식 시계가 고급 시계의 대명사가 됐지만, 세이코의 기술력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티쏘와 비슷한 가격대에 훌륭한 퀄리티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최고급 라인인 ‘그랜드 세이코’는 독립된 브랜드로 분리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할아버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게 걸림돌이다.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해밀턴 재즈마스터.


해밀턴(HAMILTON)은 가격대가 조금 높지만, 뛰어난 디자인과 제품력을 내세워 엔트리 시계 브랜드 싸움에서 대세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지만 스와치 그룹에 편입되어 스위스의 기술력을 전수 받았다. 해밀턴의 재즈마스터 라인은 100만 원이 넘지만 사회초년생들의 워너비이자 베스트셀러이고, 밀리터리 풍의 카키 라인 역시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시계다.

 

슬슬 시계에 관심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은 소명을 다한 셈이다. 의도적으로 패션 브랜드의 시계를 비판했지만, 해당 시계를 차는 사람들이 화내지 않기를 바란다. 모르고 샀다면 다음에는 알고 사면 되고, 알고 샀다면 약간의 비판은 감수하면 된다.

 

시계 하나 고르는데 공부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브랜드의 역사를 알아보고, 각 모델의 장단점을 따지며 나만의 시계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될 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한 당신, 괜찮은 시계를 차고 다닐 자격이 있으니까.​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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