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발로 쓰다] 전기차 살 준비, ‘정말’ 되셨습니까

보조금 없이 사기 힘든 비싼 가격…충전 인프라·사회적 인식 개선돼야

2017.03.28(Tue) 11:11:00

[비즈한국] 갑자기 전기차가 난리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차량 판매를 시작했고, 이에 맞춰 현대자동차도 100% 전기차량인 ‘아이오닉 EV’의 저가 모델을 내놓았다. 전기 모터로만 움직이는 GM ‘볼트(Bolt)’는 2000대 예약 판매 분이 순식간에 동났다.

 

아직도 한참 먼 훗날의 이야기일 것만 같던 전기차가 어느새 성큼 눈앞에 와 있다. 제주도는 이미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전기차를 마주할 수 있고, 서울도 많지는 않지만 전기차 택시가 운영된다. 공영주차장에는 한두 개씩 전기차 충전소도 마련되어 있다. 그럼 이제 전기차만 사면 될까? 정작 다음 차량을 고를 때 전기차에 선뜻 손이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전기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 가격, 그리고 보조금

 

일단 전기차 보급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가격’이다. 차량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은 역시 크기인데 비슷한 크기의 차량을 전기 모터라고 해서 더 비싼 값에 사는 건 큰 부담이다. 하지만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아직 많이 비싸다. 대개 전기차 값에서 배터리 값만 2000만 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당장의 가격 차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교체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주어진다. 나라에서,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준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기차 보급을 노리는 국가들은 대부분 이 정책을 쓴다.

 

전기차는 기술과 인프라 양쪽의 견인이 필요하다. 아직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가깝게 다가왔다. 사진=최호섭

 

우리나라는 대개 2000만 원 내외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보조금은 1400만 원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 500만~1000만 원의 보조금을 더해준다. 전기차가 보통 40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구입 가격은 2000만 원 대 중반으로 일반적인 가솔린 준중형 차량을 구입할 때의 비용과 비슷하다.

 

이 보조금 정책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서울시의 경우 550만 원, 충북 청주는 1000만 원에 달한다.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따로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차를 구입하는 데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보조금을 무제한으로 주는 것은 아니고 금액, 그러니까 차량 대수에 제한이 있다. 올해 서울은 3438대, 대구는 1722대 등이다. 전기차를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제주는 7361대에 달한다. 이 보조금 규모는 매년 달라지는데, 전기차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만큼 배터리에 대한 비용 부담도 따라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충전 문제

 

사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충전기에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중요한 것도 ‘얼마나 멀리가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집을 떠나서도 충전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어디에서나 충전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게 전기차다. 올 1월 기준으로 전국에 급속 충전기는 750개, 완속 충전기는 9258개가 설치됐다. 

 

하지만 여전히 충전소는 부족하다. 한 차량이 충전기를 물고 있으면 다른 차량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3분이면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주유소와 개념 자체가 다르다.

 

올 초 제주도에서 겪었던 일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제주도의 경우 왠만한 환경에서는 10분 이내에 충전소에 접근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근처의 충전소를 찾았는데, 충전기 3대가 모두 사용 중이었다. 다시 주변을 뒤져 충전소를 찾았는데, 번번이 충전기에 차량이 연결되어 있었다. 

 

몇 곳을 돌아다닌 뒤 간신히 빈 충전기를 찾았는데, 충전하는 30여 분 동안 쉴 새 없이 전기차가 가까이에 왔다가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해야 했다. 충전소의 확충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도 충전기의 수량을 다양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충전에 대한 불안감이 있긴 하지만 ‘아이오닉 EV’의 경우 급속 충전기로 30분이면 200km 가까이 달릴 수 있다. 사진=최호섭

 

충전기 방식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는 AC3상, 차데모, DC콤보 등 세 가지 충전 방식이 들어와 있다. 각각의 차이는 있지만 무엇보다 내 차에 맞는 충전기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여기에 테슬라가 타입2 방식의 수퍼차저 충전기를 도입하면서 충전 방식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곧 콤보 충전기로 단일화하려는 움직임도 있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여러가지 충전 방식이 섞여서 쓰이기 때문에 현실성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전기차 충전소의 활용도도 달라진다.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와 다른 방식으로 고민되고 있다. 일단 충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크다. 쇼핑을 하면서, 혹은 식사를 하면서 차량을 충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름으로 움직이는 차를 탈 때는 기름을 다 쓴 다음에 한번에 쭉 연료를 채워넣지만 전기차는 잔량에 관계 없이 수시로 충전하는 식이다.

 

결국 설치되는 충전 인프라가 관건인데, 국내에서는 신세계가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이마트에 충전기를 설치해 두었고, 백화점과 쇼핑몰에도 충전기를 두었다. 이게 작은 변화 같지만 전기차를 타는 입장에서는 같은 백화점, 마트에 간다면 자연스럽게 충전소가 있는 곳을 찾게 된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콘센트가 없는 커피숍이 생각조차 할 수 없듯 전기차 충전소 없는 주차장을 상상하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이 역시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들어올 때처럼 갑자기 열릴지 모를 일이다.


# 인식의 변화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충전은 사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전기차를 접할 기회가 많은 입장에서 봐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과 달리 전기차의 배터리가 서서히 줄어드는 걸 보는 건 아직도 가슴 졸이는 경험이다. 전기차의 안락함이 좋지만 엔진을 짜내서 으르렁거리며 달리는 운전의 재미도 사실 놓치기 아까운 면이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목표는 결국 편안한 이동 수단이다. 그리고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다. 환경 이야기는 당연한 일이지만 차를 구입하는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편리함과 경제성이 최우선 조건이 될 듯하다. 확실한 건 그 부분이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급속 충전 요금은 지난해 kWh당 313.1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다. 이 정도면 연비 좋은 경유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한시적이긴 하지만 173.8원으로 요금을 내렸고, 가정용 완속 충전의 경우 기본 요금을 없애고 kWh당 52.5원 정도였던 요금을 절반으로 내리기로 했다.

 

충전소, 충전기 부족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사진=최호섭

 

충전소의 수도 근래 들어 빠르게 늘어나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도 충전이 불편하다는 인식을 지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널찍한 땅에 태양광 전지를 깔아 주차장 천정을 덮어서 회사에 출근하면 바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결국 충전 인프라 문제는 전기차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다.

 

충전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도 있긴 하다. 사실 집에 두는 전기차 충전기는 주차장 하나를 점유하는 효과가 있다. 다른 차량을 세워두면 충전기가 필요한 차량은 충전을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주차장에서도 대개 전기차 충전소는 자리를 비워주는 의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차장이 부족한 공동주택에서는 전기차와 충전기가 자리를 합법적으로 점유하는 셈이 된다. 실제로도 이 때문에 주민들이 반발이 있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다행인 것은 근래 새로 짓는 아파트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가 기본으로 세워지고 있고, 앞으로는 일정 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 의무적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대개 500가구 이상이고, 경기도는 주차장이 100면 이상인 신축 건물에는 무조건 전기차 충전기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 외에도 전기차를 다른 시선으로 받아들일 여유도 필요하다.

 

앞으로 10년 뒤면 거의 모든 주차 면에 충전기가 놓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볼트의 2000대 매진은 그런 점에서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조금을 더해 300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충전 문제도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몇 가지 거슬리는 부분 역시 경험해보는 게 최선이다. 이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서 주변에서 쉽게 차량을 볼 수 있게 되고, 렌터카 등으로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 서서히 풀릴 것이다. 전기차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빨리 왔다. 어느 정도는 우리 옆에 와 있다고 봐도 된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못 탈 일도 아니다. 

 

이제 이 새로운 방식의 차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만 남았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표 ‘응답하라, e스포츠 산업’
· [박근혜 영장] 검찰·법원 내부 “기막힌 타이밍” vs “폭탄 돌리기”
· 세월호 인양, 홍가혜 인터뷰 “시간 되돌려도 팽목항 갈 것”
· 전기차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오해와 진실
· 색상도 옵션, ‘테슬라 모델 S’ 이래도 살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