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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미국에선 시위 때 어떤 노래를 부를까

9가지 테마로 본 미국 집회음악 총정리

2017.03.28(Tue) 10:28:44

[비즈한국] 최근 한국은 집회의 시대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주문을 내리는 순간까지 끝없는 시위와 집회의 연속이었습니다.

 

집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투쟁가요’입니다.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모으는 거지요. ‘임을 위한 행진곡’부터 ‘다시 만난 세계’까지. 다양한 음악이 정치적 표현을 위해 거리에 울려 퍼졌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도 시위의 시대입니다. 트럼프 덕분에 시위 팻말을 제작하는 미술용품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 집회 노래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최초의 저항 음악. 흑인 영가. ‘고 다운 모지즈(Go Down Moses)’.

 

대중음악의 시초는 흑인 영가입니다. 흑인 노예들이 백인 음악을 재해석해 불렀던 노래들이죠. 이를 엘비스 등의 백인 스타들이 흉내 내 성공하면서 대중음악이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집회 노래 또한 흑인 영가입니다. ‘오 프리덤(Oh Freedom)’, ‘고 다운 모지즈(Go Down Moses)’ 등 성경 속 이스라엘 노예들과 자신들(흑인 노예)을 동질화한 노래들이죠. 미국의 19세기는 남북전쟁, 노예해방 등 흑인 인권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인데요. 그때마다 집회 참석자는 흑인 영가를 즐겨 불렀다고 합니다. 흑인 영가는 흑인 인권집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2.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외치는 목소리.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시위 노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밥 딜런입니다. 시적이고 진보적인 메시지를 가사로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음악가가 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최근까지 훌륭한 곡을 만들고, 끊임없이 공연하는 뮤지션입니다.

 

밥 딜런이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시기는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1962년 1월부터 1963년 11월까지 20개월 남짓한 기간이죠. 1960년대는 마틴 루터 킹으로 대표되는 흑인 인권운동의 전성기이기도 했지요. 이 기간 그는 흑인 인권운동에 참여하면서 ‘의식 있는 뮤지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시적인 가사를 담은 포크 음악과 함께 말이죠. 20개월이라는 시간이 밥 딜런이라는 아이콘을 형성하는 핵심이 된 셈입니다.

 

3.역대 최고 기타리스트의 반전운동. ‘머신 건(Machine Gun)’.

 

1970년대는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집회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지요. 베트남을 반대하는 음악도 많이 발표됐습니다. 반전운동과 록 음악, 히피 문화 등이 섞여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같은 전설적인 음악 행사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가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입니다. 그가 ‘밴드 오브 집시즈(Band of Gypsys)​’라는 팀명으로 발표한 곡 ‘머신건(Machine Gun)’은 그 자체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였습니다. 강렬한 기타가 끌고 가는 즉흥 연주가 음악을 압도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화려한 기타 솔로가 폭탄, 전투기, 그리고 로켓을 표현하는 표현이라는 거지요. 

 

4.힙합. 레이건 미국에게 저항하다. ‘파이트 더 파워(Fight The Power)’.

 

미국 사회에서 1980년대는 레이건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보수적인 시기였습니다. 세금과 공공투자를 줄인 레이건의 정책은 가난한 흑인 사회에 큰 타격이었습니다.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의 성과로 흑인도 공립학교에 갈 수 있게 되자 백인은 흑인을 피해 교외로 도망갔습니다. 세금이 부족한 흑인 사회는 공공서비스부터 무너졌습니다.

 

악기조차 살 수 없게 된 흑인 젊은이들은 레코드와 마이크만 갖고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듭니다. ‘힙합’입니다. 흑인들은 자신을 고립시킨 주류사회에 대한 분노를 이 새로운 음악에 담기 시작합니다.

 

‘파이트 더 파워(Fight The Power)’는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네미(Public Enemy)’​가 발표한 곡입니다. 흑인 교회문화를 담은 경구, 제임스 브라운의 펑크음악을 재해석한 강렬한 음악 등 흑인문화에서 많은 요소를 따왔습니다. 힙합만이 담을 수 있는 공격적인 음악이 (흑인음악을 훔쳐서 부자가 된)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유색인종을 쏘아 죽이는 백인 영웅) ’존 웨인’까지 백인 주류사회의 영웅들을 부정하고 권력에 저항하는 반항의 메시지와 합쳐져 힙합만이 줄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5.여성 해방을 위한 송가. ‘스윔슈트 이슈(Swimsuit Issue)’.

 

집회 음악이라고 해서 모두 흑인 인권 운동과 반전 운동을 담은 건 아닙니다. 페미니즘을 담은 노래도 있죠. 펑크 밴드 소닉 유스의 ‘스윔슈트 이슈(Swimsuit Issue)’가 그 대표작입니다.

 

이 곡에는 너바나 등 후발주자를 연상시키는 그런지 록에 이쁜 척하지 않는 강력한 여성 록 보컬이 합쳐진 음악입니다. 그 속에는 주변 친구의 성추행, 수영복을 입고 잡지 표지에 등장하는 여성모델 등 주변에서 겪은 여성차별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펑크 록만큼 절규를 표현하기에 좋은 음악도 없을 테지요.

 

6.이라크 전쟁과 함께 부활한 집회. ‘아메리칸 이디어트(American Idiot)’.

 

가벼운 팝 펑크를 하던 밴드 그린데이 ​9·11 이후의 미국은 음악적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된 걸로 보입니다. 하향세였던 이 팝펑크 밴드는 ‘아메리칸 이디어트(American Idiot)’으로 완벽하게 재기합니다. ​

 

1990년대는 집회음악이 시들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클린턴은 전례 없는 ‘호감형’ 대통령이엇기 때문이죠.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가장 빛났던 시절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소련이라는 ‘적국’의 붕괴로 정치 지형도 유연해졌습니다.

 

9·11 테러와 함께 모든 게 바뀝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라크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격화되었죠. 반전 시위도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가벼운 팝 펑크를 하던 밴드 그린데이는 ‘아메리칸 이디어트(American Idiot)’로 사회파 뮤지션으로 등극했습니다. 미국에 대한 분노와 조롱을 담은 팝 펑크 곡이었지요. 직접적으로 이라크 전쟁과 부시 대통령을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흥겨운 펑크 곡과 자국을 비판하는 비관적인 가사가 묘한 이질감을 줍니다.

 

그린데이에게 9·11 이후의 미국은 음악적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된 걸로 보입니다. 하향세였던 이 팝펑크 밴드는 이 곡이 담겨진 같은 제목의 앨범 ‘아메리칸 이디어트(American Idiot)’으로 완벽하게 재기합니다. 록 오페라 형식으로 당대 미국의 삶을 그려낸 ‘올해의 걸작’으로 평가받지요. 정치적 비극이 그린데이를 최고의 록 밴드로 변신시켜 준 셈입니다.

 

7.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어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비, 프리(Be, Free)’.

 

제이 콜은 흑인 시위 참여자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영감과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흑인이 받는 차별을 솔직하게 표현한 ‘비, 프리(Be, Free)​’를 발표했습니다. 

 

21세기에 ‘힙합 대통령’ 오바마가 등장합니다. 그는 쿨한 이미지와 진보적 메시지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리먼 브라더즈, 엔론 등의 큰 스캔들을 비교적 잘 마무리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 대통령 정권 후반기에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리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가 다시 태동했습니다. 오바마가 집권했음에도 흑인 빈민사회는 여전히 비참했기 때문이죠. 백인들이 도망간 흑인사회는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오고(퍼거슨) 시민이 경찰이 쏜 총에 맞는 등(마이클 브라운) 여전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를 상징하는 곡으로는 비욘세의 ‘Formation’, 켄드릭 라마의 ‘Alright’ 등의 노래가 있는데요. 켄드릭 라마와 쌍벽을 이루는 힙합계의 젊은 거장 제이 콜(J Cole) 또한 이 시기에 곡을 발표했습니다. ‘비, 프리(Be, Free)​’라는 곡입니다. 

 

그는 직접 퍼거슨에 가서 시위 참여자들과 대화했습니다. 이 대화에서 얻은 영감과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이 콜은 사회에서 흑인이 받는 차별을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음악입니다. 그는 이 슬픈 곡을 가장 잘나가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데이비드 레터맨 토크쇼’에서 공연했습니다. 음악 공연이 사회운동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8.트럼프 엿 먹어라. ‘FDT’.

 

‘​X 도널드 트럼프(F*ck Donald Trump)’​​라는 의미를 지닌 ‘FDT​’​​라는 곡은 미국국토안전부 비밀수사곡이 발매 금지를 시도했을 정도로 공격적 메시지가 담겼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반대 시위가 일어났을 정도로 논쟁적인 사람입니다. 불과 몇 달이 되지 않았음에도 친인척 인사 등용,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 등 수많은 스캔들을 만들고 있기도 하지요.

 

존 레전드부터 에미넴까지 수많은 팝스타들이 트럼프를 반대하는 곡을 발표했는데요.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집회 곡은 래퍼 YG(양현석이 아닙니다!)가 발표한 ‘FDT​’​가 아닐까 합니다. 워낙 공격적인 곡이라 미국국토안전부 비밀수사국은 발매금지를 시도했다고도 하지요. 

 

무슨 내용이기에 그럴까요? 제목 해석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FDT는 ‘​X 도널드 트럼프(F*ck Donald Trump)’의 약자입니다. 최신 하드코어 랩만큼 이런 공격적 메시지를 잘 담을 수 있는 음악 장르도 없겠지요. 이 곡은 트럼프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9.해답은 평화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는​ 평화적 시위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진보적 메시지를 전하는 집회 노래로 가장 널리 알려진 밴드라면 ‘U2’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집회에서 울려 퍼지는 U2의 수많은 곡 중에서도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는 대표 격인 작품입니다. 

 

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란 영국이 북아일랜드 비무장 시위자들을 상대로 발포하여 14명이 죽고 13명이 다친 사건을 말합니다. 이 사건은 IRA 극단주의자들에게 정당성을 주었고 큰 테러로 이어졌습니다. 불과 40년 전,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이 저지른 참사였습니다.

 

U2는 아일랜드 출신이고, 가톨릭입니다. 영국인보다는 북아일랜드인의 입장에 선 밴드인 셈이죠. 그런데도 IRA의 폭력적인 테러가 오히려 북아일랜드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해 그들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는 진짜 싸움은 평화와 폭력의 싸움이며, 그 해답은 평화라고 외치는 노래입니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가 담긴 U2의 앨범 ‘워(War)’의 앨범 커버. 그 외에도 폴란드 노동조합 이야기를 담은 ‘뉴 이어즈 데이(New Year’s Day)’ 등 사회를 비판하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메시지만 훌륭하다고 좋은 집회음악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연설이 아니라 음악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있어야겠지요. 그 이유는 미사일 소리를 형상화한 기타 솔로일 수도 있습니다. 흑인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득 담아 제임스 브라운의 음악을 샘플링한 힙합 비트일 수도 있지요. 음악적 테크닉이 메시지와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감동이 옵니다. 좋은 정치적 메시지이기 이전에 좋은 음악인 노래들. 집회 노래들이었습니다.

 

※필자 김은우는 모바일 교육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미국에서 교직을 이수했습니다. 원래는 락덕후였으나 미국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아본 후 흑인음악 덕후로 개종했습니다. 현재는 학부모에게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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