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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시신인양X…’ 김영한 비망록 속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유가족 과도한 요구’ ‘청와대 보고 과정 혼선 없음’ ‘세월호 특별법-국난초래’ 등 눈길

2017.03.24(Fri) 18:17:33

[비즈한국] ‘세월호 인양-시신인양☓, 정부책임, 부담.’ 지난해 8월 급성간염 증세로 갑자기 사망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김영한 비망록) 속 내용이다. 지난 23일부터 국민과 유가족들이 3년간 가라앉아있었던 세월호의 인양 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참사 직후 청와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김영한 비망록’에 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비망록 속 세월호 관련 부분을 ‘인양’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통화 기록을 제출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무리라고 단정짓는 부분이 눈에 띈다.


김영한 비망록은 김영한 전 수석이 청와대로 부임한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120쪽 분량으로 작성된 업무일지다. 비망록에는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비서실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언급한 사항들이 날짜별로 상세히 적혀있다. 여기서 맥락상 長(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VIP·령(領)은 박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월호 유가족 과도한 요구’​(6월16일)​

 

세월호 유가족과 여론이 참사 당일 청와대의 대처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하자 이를 무리라고 단정한 부분이 먼저 눈길을 끈다. ‘세월호: 통화내용 제출 요구, 유가족 과도한 요구’(6월16일), ‘철저 수사 중인데도 유족들 수사권 부여 주장-경과, 방향, 의지 등을 소상히 알려 국민 납득 요망’(7월 20일) 등의 메모가 이를 보여준다. 

 

비망록엔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을 피하고자 외부의 책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7월 8일의 메모에선 ‘선장·선원의 배반적 유기행위, 해경 출동 구조 작전의 실패, ○○​○​ 일당 탐욕’이라 꼬집으며 ‘청와대 보고 그 과정의 혼선 없음, 정부가 변명 아님, 실태는 똑바로 파악’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비망록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영화 ‘다이빙 벨’ 상영에 다양한 압력을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도 적혀있다. 사진=비즈한국 DB

 

# ‘세월호 특별법-국난초래, 좌익들 국가 기관 진입 욕구 강’​(7월 13일)

 

참사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린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책임자에 대한​ 재산 추적에 힘을 쏟는 모습도 드러난다. 실종자 수색이 한창이던 8월 기록한 메모에는 ‘세월호 구상권 확보 철저-추진상황 점검. TF’라고 적혀있다. 그 이후에도 ‘○○​○​ 재산 추적’(9월 1일), ○○​○​ 전 회장 측근 △△​△ ◇◇​◇​◇​ 대표에 귀국을 두고 ‘△△​△​ 귀국 시의 장점-은닉 재산 추가 발굴 가능성’(9월 16일), ‘○○​○​ 50억-즉시처리’(10월 14일) 등의 관련 기록이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상을 촉구하는 집단을 ‘좌익’이라 칭하며 경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세월호 폭로 기관 보고’, ‘세월호 특별법-국난초래-법무부 당과 협조 강화, 좌익들 국가 기관 진입 욕구 강’(7월 13일) 등의 메모가 이를 보여준다. 

 

비망록에는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에 대한 경계심이 얼마나 심했는지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이빙 벨-교문위-국감장에서 성토 당부(신성범 간사) 부산영화제 MBC 이종인 대표 이상호 출품’​(9월 5일), ‘​다이빙 벨-다큐멘터리 제작 방영-여타 죄책’​(9월6일), ‘다이빙 벨 상영할 것으로 예상됨-수사’(9월20일) 등 영화 상영 이전까지 끊임없이 동향을 체크했다. 

 

# ‘다이빙벨 상영-자금원 추적-실체폭로’(10월22일)​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에 대한 경계가 실제로 영화 상영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졌음을 암시하는 부분도 있다. ‘문화 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ex) 다이빙벨, 파주, 김현’, ‘다이빙벨 상영-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실체폭로’(10월22일), ‘시네마 달 내사-다이빙 벨 관련’(10월23일) 등의 기록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 1월 19일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예산 전량을 삭감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듬해 절반 수준으로 삭감되었고, 이는 5개의 영화제 중 부산국제영화제가 유일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그렇듯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적 표현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서는 비난 여론을 의식하여 세월호 인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메모도 발견되었다. 24일 인양 중인 세월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비망록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문구 중 하나는 세월호 인양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비망록에는 ‘세월호 인양-시신인양☓, 정부책임, 부담’(10월 27일)이라고 적혀있다. 전날인 10월 26일은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을 중단하고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고 처음 목소리를 낸 날이었다.

 

#​ ‘연말 도래. 세월호 세월 流’​(11월 23일)

 

결국, 세월호에 대한 수색은 11월 11일 ‘세월호 관련 수색 종료-후속조치’라는 메모가 쓰인 날 마무리 된다. 11월 23일에 장(長·김기춘)의 말을 정리해 놓은 메모는 ‘연말 도래. 세월호 세월 유(流)-브랜드 과제 금년 마무리, 성과 보고, 박(朴) 정부 2차연도 업적’이라는 내용이다. ‘흐를 류(流)’를 사용하여 세월호 참사는 세월이 흘렀으니 업적 홍보에 매진하자는 내용에서 참사 수습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그렇게 한동안 김영한 비망록엔 이렇다 할 세월호가 언급되지 않는다. 

 

한편 비망록에서 가장 논란이 된 세월호 인양 불가를 언급한 내용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를 통해 “시신 인양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에 부담된다는 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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