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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결혼식에서 사랑받는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

이 노래는 ‘축가 레퍼토리’에 포함된 ‘결혼 송가’가 되었다

2017.03.22(Wed) 20:15:57

[비즈한국] 가까운 미래에 결혼식을 하게 된다고 상상해봅시다. 어떤 음악이 나왔으면 하시나요? 따뜻하고 편안한 노래를 고르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두 사람의 행복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가사가 담겨 있다면 더 좋겠죠.

 

음악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새롭고’ ‘형식을 파괴하는’ 음악만 필요한 건 아니겠지요. 삶에 따뜻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선물하는 일도 음악에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틀스를 예로 들면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같은 전위적인 명반도 필요하지만 ‘I will’ 같은 따뜻한 사랑 노래가 주는 감흥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최근에 나온 곡 중 가장 결혼식에서 사랑받는 따뜻한 노래를 다루려 합니다.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입니다.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 BBC 라이브. 2집 ‘X’의 첫 활동 무대였다. 에드 시런은 이 무대에서  ‘쎈’ 타이틀곡 ‘Sing’과 함께 부드러운 사랑 노래인 ‘Thinking Out Loud’를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Thinking Out Loud’는 빌보드 2위를 기록하며 타이틀곡보다 큰 성공을 거뒀다.

 

에드 시런은 ‘Don't’ 등의 곡을 발표하며 일약 스타에 오른 영국 가수입니다. 1991년(!)생인 그는 2014년 2집 ‘X’를 발표합니다. 이 앨범은 전 세계에서 성공했습니다. 이후 ‘Thinking Out Loud’로 작년에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발표된 3집은 영국 차트에서 ‘줄세우기’ 현상을 보이는 등 현재 가장 인기있는 영국 가수입니다.

 

에드 시런의 2집 X. 흑인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에드 시런의 장점은 음악적 다양성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다양한 음악을 하는 이들과 어울리며 음악을 배웠지요. 2집 ‘X’의 싱글 ‘Sing’과 ‘Don't’는 알앤비와 힙합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전자음도 서슴없이 나옵니다. 패럴 윌리엄스 등의 힙합 프로듀서도 곡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곡을 이끌고 가는 건 어디까지나 에드 시런 특유의 리듬이 느껴지는 기타 리프입니다. 흑인 음악을 자기식으로 재해석한 에드 시런만의 ‘블루 아이드 소울’ 입니다.

 

패럴 윌리엄스가 프로듀싱한 에드 시런의 곡 ‘Sing’. 랩처럼 가사가 쏟아지고, 반주에도 힙합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기타 리프가 곡 전체를 주도한다.

 

‘Thinking Out Loud’도 크게는 이런 블루 아이드 소울 기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훨씬 더 정통 알앤비에 가깝지요. 전자음이나 샘플 드러밍 리듬이 없습니다. 랩처럼 리드미컬한 가사도 없지요. 대신 전통적인 팝 밴드 반주가 에드 시런의 기타를 보좌합니다. 코러스조차 옛날 느낌입니다. 심지어 믹싱도 반주 크기를 키운 최근 알앤비보다 훨씬 목소리 소리를 강조했습니다. 편곡부터 믹싱까지 모두 ‘옛날’ 스타일인 셈이죠.

 

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사랑 노래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예전에 유행이 지났다고 여겨진 음악입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잘 시도되지 않는 영역이지요. 이미 이런 종류에 노래는 좋은 노래가 많고, 익숙한 노래를 이길 수는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스티비 원더부터 마빈 게이까지. ‘팝이 가장 팝스러웠던’ 시절의 사랑 노래들 말이죠.

 

 마빈 게이의 Let' get it on. 이 곡의 작곡가 Ed Townsend의 가족들은 ‘Thinking Out Loud’가 이 곡을 표절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이 곡이 오죽 예스러웠는지 표절 시비도 있었습니다.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이 문제가 된 곡입니다. 리듬부터 하모니까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이 곡을 작곡한 Ed Townsend의 가족들이 주장했습니다. 적어도 과거 노래를 연상시킬 만큼 과거 지향적인 음악임은 틀림이 없지요. 심지어 어떤 부분은 1973년에 작곡된 마빈 게이의 노래가 더 세련된 느낌마저 듭니다.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가 특별해진 이유는 일반적인 음악에 에드 시런만의 느낌이 들어가서라고 생각합니다. 짧게 끊어치면서 리듬을 강조하는 기타. 서툴고 투박한 매력을 담은 보컬. 수더분한 외모와 영국 악센트. 음악 내적인 요소와 외적인 요소가 ‘평범한 사랑 노래’와 함께 잘 어울린 총합 덕분에 이런 성공을 거둔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옛날 노래 감성의 수요는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다만 그런 노래는 시장에서 즉각 성공하기 어려워서 시도되지 않을 뿐이지요. 에드 시런은 자신의 캐릭터로 전통 사랑 노래를 매력적으로 포장해서 성공시켰습니다. 덕분에 이 노래는 성시경부터 박진영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축가 레퍼토리’에 포함된, ‘결혼 송가’가 되었습니다.

 

 존박과 곽진언의 Thinking Out Loud 라이브. 최신 곡이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곡은 단골 메뉴가 되었다.

 

“저는 종종 ‘​10년 후에는 뭐가 바뀔 것 같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 질문도 흥미롭기는 하죠. 그런데 아무도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게 뭡니까’라는 질문은 안 하더군요.”

 

아마존을 창립한 제프 베조스가 한 말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많은 게 바뀌지만 ‘결혼식에서 들렸으면 하는 음악’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변하지 않듯이 말이죠.

 

 

So, honey, now

그러니 그대여 이제

Take me into your loving arms

저를 당신에 사랑스러운 팔로 안아줘요.

Kiss me under the light of a thousand stars

천 개의 별 아래에서 키스해줘요.

Place your head on my beating heart

제 뛰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줘요.

I'm thinking out loud

저는 지금 크게 생각하고 있어요.

Maybe we found love right where we are

혹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사랑을 발견했는지 몰라요.

 

트랩 힙합과 EDM이 지배하는 시대에 느닷없이 등장한 올드스쿨 사랑 노래. ‘Thinking Out Loud’​였습니다.

 

※필자 김은우는 모바일 교육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미국에서 교직을 이수했습니다. 원래는 락덕후였으나 미국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아본 후 흑인음악 덕후로 개종했습니다. 현재는 학부모에게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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