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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삭막한 숲속에 피어난 금빛 봄소식

가지복수초(미나리아재비과, 학명 Adonis ramosa Franch.)

2017.03.22(Wed) 10:14:00


[비즈한국] 푸른 빛 사라지고 갈색과 무겁고 어둑함이 사방에 깔린 황량한 겨울은 을씨년스럽다. 한겨울 숲속에 들어서면 더욱 삭막하다. 잎새 떨군 앙상한 나목이 쓸쓸해 보이고 빈 가지 사이로 숭숭 구멍 뚫린 듯 드러난 파란 하늘이 차갑기만 하다. 흰 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뒤덮이면 순백의 세계가 차가워 보이긴 해도 밝기라도 할 터인데 요즈음은 눈도 별로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푸른 새싹 돋아나고 아기자기한 작은 꽃망울 톡톡 터지는 봄이 더욱 애타게 그리워진다.

 

긴 겨울 엄동설한 끝나자마자 꽃이 피는 봄꽃 소식이 그리운 때에 어김없이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 중의 하나가 복수초다. 얼어붙은 대지에 봄기운이 감도는가 싶으면 재빨리 새싹을 내밀고 탐스럽고 복스러운 황금의 미소를 꽃피운다. 추위가 채 물러서지도 않은 이른 봄에 꽃을 피우다 보니, 종종 꽃이 피고 나서 눈이 내려 복수초 꽃이 눈에 파묻힌다. 이를 보고 마치 복수초가 눈을 헤집고 꽃을 피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복수초는 차디찬 눈에 덮인 채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생체에너지 소비를 극대화하는 꽃이 아니다. 수억 년을 자연에 적응하면서 살아온 식물의 세계는 인간 세계의 사람보다 훨씬 지혜롭고 뛰어난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우는 풀꽃들은 대개가 키가 작고 여리다. 따라서 주위 나무에 잎이 돋고 다른 키 큰 식물이 자라나 햇볕을 가로막기 전에 빨리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한살이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이른 봄 풀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산물인 셈이다. 

 

이른 봄꽃을 찾아 나선 황량하고 삭막한 숲속에서 가지복수초 꽃을 만났다. 화려하고 탐스러웠다. 주변을 환하게 밝혀줄 듯 샛노란 꽃잎이 마치 황금 술잔처럼 밝게 빛났다. 차갑고 얼어붙은 깜깜한 땅속에서 어찌 저리도 곱고 화사한 꽃망울을 뽑아 올릴 수가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한 해의 흔적인 양 앙상한 덤불과 말라붙은 낙엽이 뒤덮인 숲 바닥에 솟아나는 새 생명이 한없이 장해 보였다. 한 송이 저 꽃을 피우기 위해 엄동설한의 얼어붙은 땅속에서 얼마나 힘든 인욕(忍辱)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을까? 화사하고 탐스러운 한 송이 꽃으로 탄생하기까지의 힘든 여정, 그 고됨과 역경이 식물이라 해서 그냥 넘어가겠는가? 그 역시 하나의 생명체인데…. 비록 풀이긴 하지만 이른 봄에 피어나는 작은 한 송이 풀꽃을 볼 적마다 생명체의 강한 생명력과 신비를 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복수초(福壽草)는 복(福)과 장수(長壽), 또는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눈새기꽃’이라고도 부르며, 중부지방에서는 ‘복풀’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국내에 자생하는 복수초 종류는 복수초, 갈기복수초, 세복수초, 가지복수초로 알려져 있다. 복수초는 우리나라 각처의 숲속에서 자란다.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며 끝이 둔하고 털이 없다. 꽃은 줄기 끝에 한 송이가 달리고, 꽃이 피면 꽃 뒤쪽으로 잎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줄기는 거의 갈라지지 않는다. 

 

갈기복수초는 복수초의 변이종으로 일반 복수초와는 달리 꽃잎 끝이 말갈기처럼 많이 갈라진다. 세복수초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데, 줄기가 많이 갈라지며 잎이 난 후에 꽃이 핀다. 가지복수초는 우리나라 전역에 자라며 개복수초라고도 한다. 잎이 나면서 함께 꽃이 피며 줄기가 곧추서고 가지를 많이 친다. 잎은 어긋나며 줄기 아래쪽은 비늘잎이 감싸고 있다.

 

복수초는 강심작용이 탁월하여 심장쇠약 등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신장 질환, 방광 질환, 복수가 찰 때, 심장병 등 치료와 중추신경 억제 작용, 이뇨작용이 강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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