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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4050 뉴노멀 중년이 온다

멋진 아저씨가 되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

2017.03.13(Mon) 13:59:26

[비즈한국] 요즘 파마하고 염색하는 중년 남자들이 많다. 한번 시작하면 못 끊는다는 파마와 염색을 말이다. 피부관리샵에도 남자들 보는 게 어렵지 않다. 볼록한 배 집어넣고 비비크림 정도는 기본으로 발라주는 아저씨들도 많다. 옷도 세련되게 입는다. 

 

이들은 아저씨라 불리길 원치 않지만, 여전히 아저씨다. 겉모습이 바뀐다고 사람의 클래스가 확 바뀔 리 없다. 물론 겉이 바뀌면 속도 영향을 받는다. 꼰대가 멋진 어른으로 바뀔 리는 없지만, 촌스런 아저씨가 멋진 아저씨로는 바뀐다. 

 

꼰대가 멋진 어른으로 바뀔 리는 없지만, 촌스런 아저씨가 멋진 아저씨로는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멋진 아저씨가 멋진 어른으로도 바뀐다. 서서히 바뀔 가능성은 있단 얘기다. 여기서의 멋은 외면에만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로 이어진다. 그러길 바란다. 그게 안 되면 겉만 젊어지고 속은 여전한 꼰대와 아저씨들일 테니 말이다.

 

4050 중년들의 새로운 변신을 일컬어 뉴노멀 중년(New Normal Middle Age)이라고 부르는데, 40대 중심이던 영포티(young forty)가 확장돼 4050을 아우르는 뉴노멀 중년이 된 셈이다. 

 

BC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6년 4050대가 수영장 지출이 2015년 대비 31.7% 가량 높았고, 헬스장 지출은 무려 188.8% 증가했다. 피부, 미용 관련 지출도 107.2% 증가했다. 뉴노멀 중년들로선 젊고 건강한, 그리고 멋진 모습을 유지하는데 관심이 크다. 

 

패션, 뷰티에 눈뜬 중년들,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4050들의 변신에는 경제위기도 한몫 한다.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늙고 나약한 모습으로는 곤란하다.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그들의 변신을 설명할 수 있는 셈이다. 

 

일단 변신을 시작하면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만큼 만족스러워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거나, 돈만 벌거나, 인맥관리 하느라 에너지를 쏟는 것이 주는 스트레스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좀 더 자길 위한 삶을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년들이 좀 더 이기적인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자기 인생에서 누가 주인공인지 깨닫는 계기이기도 하다. 

 

계기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쟁 도태에 대한 위기감이었을지 몰라도, 변신을 시작하면 삶의 태도가 바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계기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쟁 도태에 대한 위기감이었을지 몰라도, 변신을 시작하면 삶의 태도가 바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뉴노멀 중년의 변신 이유에 YOLO(You Only Live Once)도 숨어있다. 

 

2030들만 한번 사는 인생인 게 아니다. 중년들에게도 인생은 한번 뿐이다. 미래가 없는 이들이 오늘에만 집중하는 게 YOLO가 아니라, 인생을 주체적으로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게 진짜 욜로다. 

 

그런 점에서 중년들의 욜로가 절실하다. 한번 뿐인 인생이라는 자각이 커지면 함부로 막 살지 않는다. 나쁜 짓 하며 살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꼰대에선 스스로 벗어나려 애쓸 것이다. 가진 건 겨우 나이나 직급밖에 없으면서 뭐든 이기려 하는 것만큼 못난 것도 없다. 

 

한번 뿐인 인생이라는 자각이 커지면 함부로 막 살지 않는다. 적어도 꼰대에선 스스로 벗어나려 애쓸 것이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생각하는 건 큰 용기다. 경험과 지식이 과거에 머물고 있거나, 잘못된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볼 용기는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하다. 절대권력 같던 대통령도 파면된 시대다. 자기 자리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탐욕을 밥그릇 지킨다는 핑계로 감싸며 저지르는 부정한 짓에도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인맥타령도 접어야 한다. 국정농단도 인맥끼리 해먹은 거다. 해먹을 기회가 없어서 못 해먹은 사람도 많을 거다. 

 

고령화사회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라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늙은 사람은 많지만 어른은 점점 줄어드는 게 한국이다. 어른은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사람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다. 보톡스 시술을 많이 받으면 표정 읽기가 어려워진다는 말도 있던데, 피부관리 받고 화장한 남자들의 얼굴도 부끄러움을 숨기기 좋은 건 아닐까 걱정된다. 

 

외모가 멋지게 변한 만큼 부끄러울 땐 부끄러워하는 에티튜드를 탑재하는 것, 그것이 진짜 클래스가 아닐까? 시간만 지나면 노력 없이도 되는 게 어른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저절로 되는 건 늙은이일 뿐이다.

 

*김용섭은 트렌드 인사이트 앤드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며, Kbs 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을 비롯 다수 매체에서 최신 트렌드를 읽어주고 있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 ‘당당한 결별’, ‘라이프 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 ‘라이프 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 ‘라이프 트렌드 2014: 그녀의 작은 사치’,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외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trendhitchhik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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