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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찬기가 사라진 바람이 불면, 트렌치코트

다양한 디자인들이 있지만 밀리터리적 기초들은 그 어디라도 꼭 유지하고 있어야

2017.03.07(Tue) 16:48:50

[비즈한국] 가지 않을 것만 같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봄이 오면 두꺼운 외투를 버리고 가벼운 트렌치코트를 입을 수 있어서 좋다. 바람에 옷깃이 날리는 걸 즐기며, 봄이 왔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더 좋다. 트렌치코트는 봄가을 외투계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기본적인 모습뿐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여 새로운 형태로 변신하기도 하니 질릴 틈이 없다.

 

참호를 의미하는 트렌치, 트렌치코트는 습기 찬 환경 속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다. ‘코트버버리 웨스트민스터-롱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사진=버버리 홈페이지


제1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이 참호 속 습기 찬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 트렌치코트의 시작점이니, 누가 뭐래도 남자의 전유물이다. 그러니 어깨에 걸치기만 했을 뿐인데, 남성미가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거다. 남자의 것들은 가볍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트렌치코트도 그 중 하나다.  

 

트렌치코트는 전쟁 속에서 탄생했다. 트렌치(Trench)라는 말 자체가 참호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전쟁 속에서 태어났으리라 짐작했을 게다. 그렇지만 트렌치코트의 전신, 그러니까 그의 할아버지격인 개버딘 소재의 레인코트는 1차 세계대전보다 조금 앞선 1890년 토마스 버버리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비나 눈을 맞아도 한기를 느끼지 못할 만큼 보온력이 뛰어나며 통기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개버딘 원단의 발명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후 비를 막아주고 습기에 방어력을 지닌 개버딘은 1895년 ‘티에로켄’이라는 외투에 사용되었고 이 옷은 1899년부터 3년간 있었던 보어전에서 영국군의 군복으로 채택된다. 

 

그 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전쟁터에서의 효율성을 위해 여러 가지 기능을 지닌 디테일들이 첨가되면서 트렌치코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된다. 견장, 가죽허리띠, D링 등 트렌치코트를 잘 뜯어보면 기능을 위한 여러 요소가 포함되어있다. 모두 전투력을 높이는 장치들이다. 

 

트렌치코트의 구석구석엔 다양한 의미가 배어있다. 전쟁터에서 좀 더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므로 칼라부터 밑단까지 이유 없는 디자인은 발붙일 곳이 없다.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가장 기본적인 트렌치의 구조는 이러하다. 

 

소재는 비바람을 막아줄 개버딘을 사용했으며 색은 군복과 흡사한 옅은 베이지, 길이는 활동에 편리할 정도인 무릎 정도며 팔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레글런 소매를 적용했다. 더블 버튼과 나폴레옹 칼라를 이용했으며 총을 겨눌 때 닳기 쉬운 부위인 어깨 바로 밑엔 천을 한 겹 더 덧댄 스톰 플랫을, 비바람을 막기 위해 등 뒤에도 천을 덧댄 케이프백을 만들었다. 

 

트렌치코트를 고를 때 유의할 점은 다양한 디자인들이 존재하지만 밀리터리적인 기초들은 그 어디라도 꼭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버버리 ‘디태처블 워머 샤워프루프 테크니컬 트렌치코트’. 사진=버버리 홈페이지


구석구석을 점검해보면 또 다른 비밀들이 숨어있다. 어깨 견장은 총이나 망원경을 고정할 수 있게 설계되었고, 허리띠의 D자형 고리는 물병이나 수류탄 등을 걸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가죽 버클은 허리띠의 고정기능을 향상키 위해, 소매 조임은 비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지는 등 하나같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트렌치코트의 구석구석은 모두 필요에 의한 디자인인 것. 

 

하지만 요즘 우리가 입는 트렌치코트는 이런 디자인들이 조금씩 생략된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디자인은 일상화되었고 다소 무거운 개버딘 소재를 벗어나 활동하기 편한 면 나일론 울, 심지어 가죽 에나멜 등으로 변화점을 찾기 시작했다. 

 

또 그 모양새는 싱글 버튼이 되기도, 스톰 플랫, 케이프백, D링들이 없어지기도 했고 레글런 소매도 유지되지 않았다. 또 길이도 짧아져 블루종의 형태도 생겨났다. 또, 베이지색을 벗어나 흰색, 파란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색이 트렌치코트에 적용되었다. 

 

이 봄, 트렌치코트를 잘 입는 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버버리의 아트오브더트렌치(Art of the Trench) 사이트를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의 트렌치코트 스타일링을 볼 수 있다. 어떤 스타일이라도 트렌치코트만 마무리로 툭 걸치면 이 옷은 자연스레 제 멋을 발산한다. 

 

단, 트렌치코트를 고를 때 유의할 점은 다양한 디자인들이 존재하지만 밀리터리적인 기초들은 그 어디라도 꼭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트렌치코트의 모든 요소들이 다 사라진다면 그건 그냥 코트에 불과하니 말이다. 봄을 좀 더 만끽하려면 카키나 어두운 베이지 보단 좀 더 밝은 색을 선택하길 권한다.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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