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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적용 논란

가능성 낮지만 FCPA 빌미로 역외탈세, 자금세탁 수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2017.02.21(Tue) 21:47:57

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는 해외부패방지법의 약자로 외국 공무원 및 국영회사 직원들에 대한 뇌물공여 행위를 처벌하는 미국 법률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자 이 법이 이 부회장에게도 적용되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FCPA로 인한 처벌 가능성이 나왔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적용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FCPA는 미국 법률이지만 미국 회사나 미국 내 공무원에 국한돼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법에 따라 설립됐거나 주 사업장이 미국에 있는 기업, 미국 증시에 상장됐거나 증권거래소에 보고 의무가 있는 기업, 미국 영토 내에서 뇌물 제공 행위를 한 외국 기업에 적용된다. ‘걸면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 

 

FCPA는 외국 회사가 외국 관료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외국 관료는 행정부나 입법부를 넘어 왕족이나 대통령 가족에다 국영기업까지 포함한다. FCPA가 뇌물로 보는 것에는 여행경비, 공익재단 기부, 돈을 빌려주는 것, 선물 제공 등을 포함한다. 

 

기존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유명한 사건은 지난 2008년 12월 16일 미 법무성이 FCPA 위반으로 발표한 지멘스 건이다. 미국 내 회사가 아닌 독일회사인 지멘스의 ADR(미국 예탁 증권의 약자로 미국의 은행이 외국 증권의 예탁을 받아 그것을 담보로 하여 발행하는 증권)이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이유로 적용됐다. 

 

FCPA는 미국 증권거래법 12조가 정한 주식을 발행하거나 증권거래법 15조 D에 따라 정기적 보고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ADR을 발행한 회사들이 해당된다. ADR 때문에 적용된 또 다른 사례로는 2006년 노르웨이 정유회사인 스태트오일(STATOIL) 건이 있다. 

 

ADR을 발행했기 때문에 적발된 회사 중 대표적인 두 건을 추리면 2012년 스위스 회사인 타이코 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 건, 2013년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TOTAL) 건이 있다. ADR을 미국 내에서 발행했다는 이유만으로 FCPA 위반에 적용돼 돈을 내야 했다.

 

외국 회사의 미국 법인이 FCPA를 위반한 사례도 있다. 내시경 등 의료기기로 유명한 일본 올림푸스(OLYMPUS)의 미국 현지법인이 미국 병원과 의사들에게 내시경 등 의료장비 구매 시 리베이트(Kick back)를 적용했다. 지난 2016년 미 법무성은 이 사건에 대해 FCPA 위반을 적용했다. 

 

미국 현지 법인이 미국에서 설립됐기 때문에 올림푸스는 FCPA를 적용받았다. 이외에도 외국 회사가 미국 시민권자를 외국 등 다른 나라에서 고용해 그 사람이 뇌물을 주는 경우에도 FCPA 적용을 받을 수 있다.

 

FCPA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이라도 뇌물이 미국 소재 은행을 통해 송금된 경우 법을 적용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9월 23일 발표된 건인 프랑스 통신회사 알카텔은 ADR이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고, 외국 관료에게 주는 송금이 미국 은행을 거쳐 FCPA 위반으로 벌금을 냈다. 

 

미국과 관련이 없지만 미국 내에서 FCPA 위반 행위가 이뤄져 벌금이 부과된 경우도 있다. 마루베니라는 회사의 일본 국적 직원은 일본 본사에 일하면서 일본에 거주했다. 이 직원이 미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서 남미 국영 석유회사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는 회의를 했는데, 이 회의만으로도 미국 내에서 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지난 2002년 신코 타이완(SYNCOR TAIWAN)이 유죄를 인정하고 200만 달러 형사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사건이 있다. 신코 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일 때 타이완에 있는 관리에게 현금 봉투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만으로도 FCPA를 적용했다. 미국 체류 중 내린 지시만으로도 처벌 받은 사례다. 

 


현재 특검이 문제 삼고 있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뇌물제공 혐의가 미국의 FCPA 적용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적용되지 않는다’가 다수설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ADR을 발행하지 않았고 최순실 측 독일 계좌에 송금된 돈이 미국 은행을 거치지 않았다고 알려져 적용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FCPA 위반 사례 등을 면밀히 대입해 보면 만약 삼성이 미국에서 최순실을 만났다거나, 삼성의 임원들이 미국내에서 최순실에게 돈을 보내는 방법을 공모했다면  적용될 여지가 있다. 돈을 직접 보낸 사람이 미국 시민권자여도 처벌 받을 수 있다. 미국 계좌를 통해 돈을 보내거나 중간에 미국은행을 거쳤어도 FCPA 위반 벌금을 낼 수 있다. ‘아직 더 두고봐야 한다’가 전문가들의 의견인 셈이다.  

 

미 법무성이 조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마무리 될 수 있다. 한국 내 판결을 기다려야 하기에 당장 조사가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조사가 시작된다면 브랜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FACP 위반으로 결론이 난다고 가정할 경우,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400억 원의 뇌물 제공이면 ​벌금액수는 ​1000억 원대까지 나올 수 있다. 자백하거나 수사에 협조한다면 벌금은 낮아질 수도 있다. 

 

한 미국 변호사는 “만약 최순실에게 제공한 금액이 역외 페이퍼컴퍼니에서 시작됐다면 미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시작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미 국세청이 역외 세원법인과 삼성 미국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FCPA 위반 자체보다는 이번 사건을 통해 역외탈세 문제나 자금세탁 방지 위반 조사를 시작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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