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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남미의 꽃 4] 영원한 젊음의 꽃, 에피덴드룸 세쿤둠

영원한 젊음의 땅 위나이와이나와 마추픽추에서 만난 작고 아름다운 꽃

2017.02.21(Tue) 11:32:52


에피덴드룸 세쿤둠(난초과, 학명 Epidendrum secundum)

 

잉카의 길 트레킹, 3박 4일의 마지막 날 새벽에 고산증과 피로에 지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새벽길을 나서야만 했다. 오늘은 잉카의 길 트레커만이 누릴 수 있는 ‘태양의 문’을 통과하여 마추픽추에 입성하는 날이다. 변화무쌍한 고산지대 날씨가 전설 속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쾌청하게 개어 줄 것인가가 자못 궁금했다. 헤드 랜턴의 불빛이 점점 약해지는가 싶더니 동녘이 밝아왔다. 등줄기에 땀이 배도록 한참 걷다 보니 어느덧 위나이와이나(Wiñay Wayna) 유적지에 닿았다. 이곳에서 꼭 만나고 싶어 별렀던 꽃이 바로 ‘에피덴드룸 세쿤둠’이다. 

 

칙칙하게 우거진 숲길에서 두리번거리며 찾아낸 꽃, 세월의 무게만큼 더덕더덕 짙은 이끼가 달라붙은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앙증맞게 고운 새빨간 꽃, 낭창낭창 휘어지는 가녀린 줄기 끝에 달린 채 빛줄기처럼 다가오는 한 송이 꽃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온몸에 전율을 일으킬 듯한 기쁨이 넘쳐났다. 

 

에피덴드룸(Epidendrum)은 북미와 남미에 수백 종이 자란다. Epidendrum은 ‘위’라는 뜻의 Epi와 ‘나무’라는 뜻의 dendron이 합쳐서 된 이름이다. 이 속(屬)의 식물이 나무 위에서 착생하는 것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중 ‘영원한 젊음’의 난으로도 불리는 에피덴드룸 세쿤둠은 신비로운 전설 속에 감추어진 위나이와이나 폐허의 등산길에서 많이 관찰되는 난초과의 꽃이다. 이 난은 같은 속의 다른 종과 달리 나무 위에만 붙어서 자라지 않고 땅에서도 자라며 바위 틈새에서도 자란다.

 

꽃이 작지만 아름답고 연중 내내 피어 ‘영원한 젊음의 난(Wiñay Wayna orchid)’이라고도 한다. 원주민의 케추아 어로 위나이와이나(Wiñay Wayna)는 ‘영원한 젊음’이라는 뜻이며 위나이와이나 유적지의 이름도 이 꽃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 아름답고 신비한 에피덴드룸 세쿤둠을 마추픽추에 입성하여 다시 만났다. 돌벽만 층층이 쌓여 있고 풀꽃과 나무가 거의 없는 황량한 마추픽추 폐허에서 다시 만났으니 그 기쁨이 오죽 크겠는가? 

 

마추픽추에서 다시 만난 에피덴드룸 세쿤둠.


사실 마추픽추를 들어서면서 은근히 기대하고 마음 졸였던 것은 마추픽추의 신비함과 축조기술, 구조보다는 혹시나 에피덴드룸 세쿤둠을 돌벽 틈에서 다시 만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황량한 마추픽추 폐허를 돌아보면서 딱 두 곳에서 이 꽃을 만날 수 있었다. 한 군데는 돌벽 성 안의 두 평 남짓한 터에 몇 포기 자라는 이곳 특산 식물 가운데서 만났고 다른 하나는 복원한 성채의 억새 지붕 위에서 자라고 있는 한 포기를 보았는데 꽃이 피어 있지는 않았었다. 더구나 지붕 위라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이번 트레킹 도중에 고장 난 줌렌즈가 한없이 아쉬울 뿐이었다. 

 

에피덴드룸은 꽃이 많이 피는 다화성이며 꽃 색도 다양하지만, 꽃이 작은 것이 흠이다. 또 키가 갈대처럼 크고 위로 자라 분식 재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키는 줄이고 꽃은 크게 하려는 것이 원예 전문가의 큰 관심 사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의 에피덴드룸은 뚜렷한 벌브(bulb)가 없고 갈대처럼 길고 가는 줄기의 좌우에 도톰한 가죽 느낌의 잎이 마주나기 하는 이바구엔스(Epi. ibaguense) 계통으로 10도 이하에서는 월동할 수가 없어 실내나 온실에서만 꽃을 볼 수 있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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