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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정치인들의 현장사진 속에 국민은 없었다

대선주자가 주인공인가, 국민이 주인공인가

2017.02.21(Tue) 13:53:06

지난 1월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반기문이었다. 한국인 최초 UN 사무총장이었던 그는 태풍의 눈이었다가 시대를 읽지 못하는 문제적 인물로 전락했고 결국 사퇴했다. 귀국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자택으로 향하던 와중 그는 편의점, 지하철역 티켓판매기 등에서 문제적 사진들을 찍었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AI 방역현장과 음성 꽃동네를 들른 그는 그곳에서도 논란의 사진을 남겼다. 

 

같은 시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사진을 남겼다. 아니, 그동안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민들과 흑인 인권을 기념하는 행진을 할 때, 백악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사이언스 페어를 열었을 때,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인을 만났을 때의 사진을 공개했다.  

 

비록 모든 권력자의 사진이 일종의 보여주기일지언정 반기문의 그것과 오바마의 그것은 의도부터 사진 속 구도까지 모두가 달랐다. 반기문의 사진은 서민의 생활을 일일체험하는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에비앙을 들었다가 국산 생수로 바꾸고, 직접 현금을 꺼내 티켓을 사는 등의 행동은 본인도 평범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였다. 

 

그에 비해 오바마의 사진은 시민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보다 어떤 이와 함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오바마는 사회적 약자인 흑인들과 함께 걷고 있으며,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있으며 사회를 위해 희생한 파병 군인과 함께 있다.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단순히 행동을 보여주는 반기문의 사진과 다르다.  

 

사진 속 반기문은 메시아였다. 반기문은 사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항상 시혜적 행동을 펼치고 있었다. 방역 현장에서는 몸소 방역도구를 들었으며 음성 꽃동네에선 직접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였다. 꽃동네 수녀마저 반기문의 숟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방역직원과 꽃동네 노인은 무력하게 반기문을 기다리고 있다.  

 

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메시아도, 미국 행정부 최고 수반도 아닌 시민에 가까웠다. 수평적 상황을 강조했으며 메시아보다 평범함을 강조했다. 행동보다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반기문과 다르게 오바마는 평범한 흑인이자 평범한 가장이자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부대를 방문한 오바마의 사진. 사진=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사진은 현실의 투영이다. 권력자를 찍은 보도사진은 현실의 권력을 반영하며 권력자와 피권력자 사이의 권력 구도를 조명한다. 권력자의 사진은 그의 가치관도 반영한다. 정치인이 주도적인 사진은 그의 가치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 점에서 반기문의 사진은 지극히 구식이다. 수직적이며 메시아적이다. 군림하는 지배자의 사진이다. 반기문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많은 한국 정치인들이 그런 사진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당적, 성향과 상관 없이 많은 대선주자들이 메시아적 구도를 선호한다. 그들의 가치관이 구시대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지금은 2017년이다. 수평적 관계, 평범한 사람과 함께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있고, 수직적 관계와 메시아임을 암시하려는 정치인이 있다. 지방분권, 개헌, 격차 해소 등 기득권을 해소하자는 온갖 문장이 뉴스를 뒤덮는다. 이 시대에 어떤 정치인이 우리에게 옳은지는 자명하다. 오바마까지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오바마와 반기문 사이에는 있어야 한다. 어떤 후보가 그 중간점에 들 수 있을까.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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