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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LG전자 ‘G5’ 둘러싼 협력업체 갈등 폭발

‘무리한 해외 진출 강요, 주문해 놓고 납품 거부’ 일삼아

2017.02.16(Thu) 18:44:03

2월 16일 LG전자 2차 협력사 20여 곳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에서 ‘LG전자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종국 기자


LG전자 스마트폰 ‘G5’를 둘러싼 LG전자-1차-2차 협력업체들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16일 LG전자 2차 협력사들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에서 ‘LG전자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미공단 20여 곳의 업체들에서 온 100여 명의 임직원들은 1시간 동안 피해사례 발표와 ‘G5 케이스 망치로 깨부수기’ 퍼포먼스를 통해 LG의 책임을 물었다.

 

시위에 나선 업체들은 G5 메탈 케이스의 유일한 납품업체인 한라캐스트로부터 의뢰를 받아 케이스 후가공을 담당하는 2차 협력사들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한라캐스트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2차 협력사들은 1, 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6개월짜리 어음(전자채권) 250억 원을 상환 받지 못해 도산할 처지에 몰렸다(‘비즈한국’ 1월 20일 보도 [단독] 1차 협력사 법정관리로 LG ‘G5’ 생산중단 위기 참조).

 

LG전자는 2월 27일 신제품 ‘G6’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판매는 3월부터이므로 그 사이에 플래그십 모델인 G5를 계속 판매해야 한다. 한라캐스트 법정관리 직후 G5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LG전자는 2차 협력사들과 생산 재개 협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생산 재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LG전자는 한라캐스트에 이미 지급한 납품대금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갑질 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런 시간끌기는 당장 자금 확보가 급한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려는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2차 협력사들은 LG전자가 SCM(Supply Chain Management·생산공정관리)을 못한 것도 사태를 부른 원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차 협력사에게 지급된 납품대금이 2차 협력사에게도 정확히 지급되는지를 깐깐하게 확인하는데, LG전자의 경우 이런 관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SCM이 미흡하면 생산 품질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책위는 “협력업체 관리에 있어 삼성전자가 사악하다면, LG전자는 무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사례 발표에 나선 김우영 동산 대표. 사진=우종국 기자


피해사례 발표에 나선 김우영 동산 대표는 “G5 케이스 생산에 참여한 1차 협력사는 중국 BYD, 한국의 파인테크, 한라캐스트 총 3곳이다. 지난해 말 BYD도 이곳 트윈타워 앞에 와서 LG 측에 책임을 묻는 시위를 했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자비로 항공권을 끊어 여기까지 왔겠는가. LG의 협력사 관리 수준이 엉망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G5 메탈 케이스의 생산업체는 한라캐스트 한 곳만 남은 상태다.

 

LG전자가 한라캐스트에 무리한 베트남 투자를 종용한 것도 새롭게 드러났다. 대책위 자료에 따르면 LG전자는 한라캐스트에 해외 동반 진출 및 설비투자를 요구했고, 한라캐스트는 베트남 자회사 설립을 위해 총 31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2016년 초 한라캐스트 자산 약 500억 원의 60%에 해당한다. 

 

2차 협력사들은 1차 협력사인 한라캐스트 법정관리에 대해 LG전자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그러나 LG전자는 G5의 실적이 좋지 않자 2016년 말 재고조정을 결정하고 한라캐스트에 주문한 제품을 납품받지 않았다. LG전자는 ‘실버’ 색상을 주문해 놓고도, 당장 필요한 ‘티탄’ 색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납품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한라캐스트 매출은 월 110억 원에서 25억~30억 원으로 급감했고 재고자산은 16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LG전자의 ‘갑질’이 한라캐스트 법정관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연대발언에 나선 이선근 ‘동반성장 국가혁신포럼 민생거북선위원장’은 “남양유업의 갑질 사례 보도 이후 매출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LG 또한 이런 상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시가 있는 날로, 이 위원장은 “재벌들의 갑질과 오만함이 결국 국정농단 세력이 되는 길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LG전자에 납품해야 할 G5 케이스를 부수는 퍼포먼스. 사진=우종국 기자


발언순서가 끝난 뒤 대책위들은 한라캐스트에 납품하는 G5 케이스 실물을 쌓아두고 야구방망이로 내려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현재 G5 케이스 32만 개가 만들다 만 채로 협력사 공장에 쌓여 있는 상태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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