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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가스’ 뚫고 세계 판매 질주, 폭스바겐 앞에 ‘트럼프 장벽’이…

‘북한식’ 기업문화 그대로·독일 검찰 압박·트럼프 ‘국경세’ 경고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2017.02.13(Mon) 17:01:51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그룹이 지난해 세계적으로 1030만 대를 판매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디젤 게이트’ 파문의 장본인으로 소비자를 속였다는 비판과 더불어 한국 등 일부 시장에서는 아예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1~2015년 4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오른 도요타를 간발의 차이로 제쳤다. 마틴 빈터콘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2018년까지 업계 선두가 되자”는 ‘비원(Be one)’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지난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게이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폭스바겐은 올해도 선전할 전망이다. 간판 차종인 ‘골프’의 신형 모델을 비롯해 그룹 전체적으로 60종류의 신차를 투입할 예정이며, 이들 차량의 주요 소비국인 중국 등 신흥시장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은 소형차 감세 정책을 올해도 연장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내년에는 텐진(天津) 등에 2개의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1월 31일 독일 현지 조간신문 1면에도 그런 소식은 없었다. 리더십이 적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폭스바겐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 2015년 9월 디젤 게이트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이후 현재까지 “기업문화를 바꾸자”는 주장을 해왔다. 디젤 게이트가 터졌을 당시 폭스바겐 임직원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에 대해 “북한식 기업문화가 있다”며 잇따라 폭로했다. 지나친 자신감과 무자비하며 배타적인 경영문화가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당시 현지의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의 기업문화는 마치 강제노동수용소도 없는 북한 같다. 무조건 복종뿐이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외신에 소개된 폭스바겐 고위 임원은 “오너 일가는 어떤 경우에도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오로지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는 과연 해결됐을까. 애석하게도 뮐러의 비전은 실현되지 않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강압적인 경영 스타일과 그에 따른 내부 정치 문제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기업 내부적으로는 처음으로 법령준수담당 이사 자리를 신설하고 다임러 벤츠 출신의 크리스티나 호만덴하르트를 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그는 단지 ‘이해의 차이’를 이유로 취임 13월 만인 지난달 말 퇴임했다. 오너 일가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과의 갈등과 핵심 임원·간부들과의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폭스바겐 독일 본사를 대표해 한국에 방문했다는 가르시아 총괄담당이 사과한다고 했으나 손해배상 제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폭스바겐의 상명하복 문화를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1993~2002년 CEO를 맡았던 피에히 전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폭스바겐 경영에 개입하며 이런 기업문화를 조성해 단기간 급성장을 주도했다. 폭스바겐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손자인 피에히 전 회장은 성과를 못 내는 직원을 가차 없이 해임하거나 인사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보조를 맞춘 이는 배기가스 조작을 주도한 빈터콘 전 회장이다. 최근 독일 언론은 배기가스 조작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빈터콘 전 회장이 실제로는 이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내부 혼란이 진화되지 않는 가운데 전·현 경영진에 대한 독일 검찰의 압박이 회사를 옥죄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칫 폭스바겐의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폭스바겐의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9년부터 멕시코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BMW를 상대로 미국 수출시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기름값이 저렴한 미국은 디젤차를 주로 생산하는 폭스바겐의 주무대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폭스바겐의 고급 모델인 아우디의 주요 시장이며, 멕시코를 거점 삼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는 아우디의 멕시코 신공장도 가동을 시작했다. 폭스바겐의 멕시코 생산량은 연간 46만대로 미국 생산 능력의 3배에 달한다.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트럼프의 견제조치가 폭스바겐의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유로화 약세를 비판하는 한편 달러화 절하를 취하고 있어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비용절감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도 의구심이 든다. 폭스바겐 노사는 지난해 11월 승용차 부문에서 올해 37억 유로(약 4조 5315억 원)의 비용 절감을 합의했다. 폭스바겐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률은 5.4 %로 도요타의 7.7%를 밑돌았다. 기타 수익성 지표도 부진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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