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 비트코인 매입 시 부과됐던 8%의 소비세도 올 봄부터 사라진다. 일본은 그동안 비트코인을 ‘물건’으로 간주해 비트코인을 살 때 꼬박꼬박 소비세를 내야 했다. 이와 같은 개정안은 일본이 사실상 비트코인에 화폐의 지위를 부여한 것과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업체인 ‘레쥬프레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비트코인으로 지불 가능한 점포는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42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4.6배나 증가한 수치다. 고깃집이나 술집 같은 외식업 외에도 미용실, 리폼업체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레쥬프레스는 “비트코인을 지불할 수 있는 점포가 1년 후에는 약 2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사실 비트코인은 한때 일본인 사이에서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팽배했다. 2014년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중 하나였던 도쿄 마운트곡스가 파산하면서 이용자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던 탓이다. 이후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 제정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리고 2016년 5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현금과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가상화폐의 정의를 명확히 함으로써 실추된 비트코인의 이미지도 다시 회복하고 있다. 일본 내 비트코인 사용 인구가 빠르게 확산 중이며, 거래량 역시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5만 엔대로 폭락한 비트코인 환율은 2016년 말 10만 엔을 돌파, 새해 첫주 1월 5일에는 15만 엔으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제 저널리스트 니시다 무네치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트코인은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2014년 마운트곡스 사태는 처음엔 해킹인 줄 알았지만, 결국 관리체제 부실로 인한 파산으로 드러났다. 비트코인의 암호화 기술 자체가 뚫린 것이 아니므로 안전성은 변함없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급상승한 배경 중 하나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자산가들이 투자 수단으로 위안화 대신 비트코인을 선택, 거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화폐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요컨대, 비트코인을 갖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면 가치도 올라간다. 중국 부유층이 특히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산을 위안화로 갖고 있을 때와 달리 비트코인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 규제 없이 자유롭게 자금을 해외로 옮길 수도 있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도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자국통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비트코인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니시다 씨는 “각국에서 환율 통제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이라 향후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달러, 엔화 등 통상적인 통화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다. 비록 나라가 망하더라도 비트코인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의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가격 변동의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한탕을 노린 투기세력들도 대거 포진해 있으니 관련 투자에 나설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일본 온라인 경제매체 ‘주(ZUU) 온라인’은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어떤 변화가 올지를 예측해 관심을 모았다. 일단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이므로 물리적인 형태가 없다. 당연히 지폐나 동전, 카드 등을 지갑에 넣어 다니는 일이 줄어들고, 심지어 지갑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형태가 없다고는 해도 비트코인을 관리하려면 기기는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전자지갑이 설치된 컴퓨터가 사용되지만, 향후 기술개발에 따라 기기도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나 국내 기업의 해외 주재원의 경우 환율변동으로 인해 어느 나라 통화로 급여를 받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때가 있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은 있지만, 세계 공통이기 때문에 환율을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급여를 금융기관 계좌에 입금할 때 드는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주(ZUU) 온라인’은 “앞으로 세제 면에서 정비가 더 이뤄지면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받는 것이 표준이 되는 시대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아직 먼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비트코인의 보급이 지불 결제시스템에 혁신적 변화를 몰고 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 전문가는 이렇게 언급했다. “비트코인은 세계 공통 화폐다. 여기에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안전성도 갖췄다. 새로운 화폐로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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