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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 결판 시나리오 셋

업계 1위 메디톡스가 2위 대웅제약에 출처 공개 요구 TV 광고까지…대웅 ‘일축’

2017.01.31(Tue) 18:08:01

주름을 펴는 미용 시술인 보톡스의 원료는 맹독성 세균 ‘보톨리눔균’이다. 보톨리눔 균주에서 추출한 독소는 불과 1g만으로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충분히 희석해서 사용하면 획기적으로 주름을 펴주는 약물로 사용 가능하다. 이를 ‘보톨리눔 톡신’이라고 한다.

 

‘보톨리눔 톡신’을 얻을 수 있는 균주는 맹독성 물질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톨리눔 톡신을 미용 목적의 약품으로 만들어 상용화한 제약기업은 8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중 3개 기업이 미용성형 강국 대한민국에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그리고 휴젤이다.

 

최근 이들 기업은 경쟁을 넘어서 깊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비는 1위 업체인 메디톡스가 먼저 걸었다. 대웅제약과 휴젤이 사용하는 보톨리눔 균주의 출처가 의심이 되니 이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한 것이다.

 

미국 앨러간 사에서 지난 2002년 최초로 상용화 한 보톨리눔 톡신 ‘보톡스’는 즉각적인 효과와 비교적 저렴한 시술비용으로 대중화된 주름 개선제다. 사진=앨러간 홈페이지


메디톡스의 이 같은 주장은 단순한 후발업체 견제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해외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최근에는 아예 출처 요구 주장을 담은 TV CF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휴젤 측은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의구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 막말로 대웅제약이 훔친 것 아니냐

 

메디톡스 측은 출처가 의심된다고 표현했지만, 최근까지 움직임을 보면 결국 대웅제약이 어디에선가 균주를 훔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디톡스는 규제가 까다롭지 않은 1970년대 양규환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연구용 목적으로 균주를 분양받아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위스콘신대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동정한 이른바 ‘홀 균주’다. 그런데 대웅제약은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자사 소유 마구간에서 보톨리눔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이를 홀 균주라고 자체 명명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휴젤에 보톨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공개하라는 주장을 담은 TV광고를 지난 21일부터 방영했다. 사진=메디톡스


실제로 대웅제약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진뱅크에 등록한 균주의 염기서열 정보 1만 2912개와 위스콘신대의 홀 균주 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톡스 측은 서로 다른 대륙의 토양에서 완벽하게 일치하는 유전체를 가진 균주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라고 주장한다. 메디톡스가 초청한 위스콘신대 에릭 존스 박사의 의견도 이와 동일하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유한 균주의 출처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식품의약국(FDA)​ 시판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균주 출처를 정확히 밝혀야 하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시시비비를 명백하게 가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웅제약이나 휴젤은 메디톡스의 무리한 요구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적법하게 취득한 균주를 두고 메디톡스의 비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법적 조치는 물론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메디톡스는 왜 염기서열 공개에 집착하나

 

메디톡스가 광고 비용까지 불사하며 대웅제약의 보톨리눔 균주 출처를 공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만든 보톡스 주사제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서 임상 3상까지 통과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 보톨리눔 톡신 시장은 앨러간 사가 독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보톡스’라는 명칭도 앨러간의 고유 제품명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임상을 통과하고 미국 FDA에 시판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시판이 승인될 경우 앨러간 사의 독점체제가 무너지게 될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양분할 공산이 크다. 양사의 보톨리눔 톡신 효능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이 만든 나보타는 미국을 제외한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에서 이미 시판 중이다. 사진=대웅제약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메디톡스와 앨러간의 관계다. 지난 2013년 메디톡스는 앨러간과 액상 보톨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전 세계 독점 판매계약(한국, 일본 제외)을 체결했다. 계약만 4000억 원에 달한다. 메디톡스가 앨러간 사에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생산까지 담당한 다음 로열티를 함께 받는 구조다. 

 

이노톡스는 액상으로 만들어져 물에 희석하는 과정이 필요 없고 비동물성 원료를 사용해 알레르기나 기타 바이러스 및 세균 침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차세대 보톨리눔 톡신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런데 이노톡스는 아직까지 미국서 임상 2상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이 임상 3상까지 끝내면서 시판이 임박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앨러간은 미국서 반독점법 관련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구세대 제품 이익 극대화를 위해 신약 출시를 일부러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 소송을 건 일부 의사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앨러간이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내 시판을 막고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메디톡스를 앞세워 흠집을 내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노톡스 시판이 늦어진 이유는 미국 GMP급(우수의약품제조 기준) 공장에서 만든 시제품으로 임상 3상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며 “나보타가 미국 내 시판을 시작하면 앨러간이 이노톡스 출시를 서두르게 될 것이 분명한데 회사 이익만을 위한다면 굳이 대웅제약의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균주 출처 논란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대웅제약이 FDA 시판 승인을 앞두고 균주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경우 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제약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염기서열 일치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 ‘셋’

 

지난해 10월부터 수면위로 불거진 보톨리눔 균주 출처 논란은 해를 넘겨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각 사 모두 장외 설전만 이어갈 뿐 소송은 아직 조심스러워하는 상황. 따라서 대웅제약과 휴젤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에 응하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공산이 크다.

 

만약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유전체 염기서열 전체가 완벽히 일치할 경우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학적으로 볼 때 다른 대륙에서 발견된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우연히 완벽하게 일치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대웅제약의 ‘홀 균주’가 메디톡스가 아닌 중국 란주연구소의 균주와 염기서열이 일치할 경우다. 이 경우에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보톨리눔 톡신 균주는 생화학무기의 원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국가 간 이동 및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다른 균주와 완전히 다른 경우다. 이 경우 메디톡스는 그간 출처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해 타격이 불가피하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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