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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재청구해 장세주 구속시킨 ‘특수통’…이재용은요?

이재용 영장 기각 후폭풍…법원은 사법개혁 대상 될까, 특검은 수사 차질 대책 마련 부심

2017.01.21(Sat) 08:54:00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조의연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4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법원은 사법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고 특검은 이번 영장 기각을 놓고 향후 수사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영장 실질심사 당일만 하더라도 6 대 4 정도로 영장 발부를 예상하는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들이 많았다”며 “이번 영장 기각은 전담 재판부가 온전히 법리로 판단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영장 기각을 놓고 “법리대로 잘 판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호남지역의 한 고등 부장판사는 “언론에 나온 내용들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제한적이지만 수사가 다됐다는 특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구속을 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영장전담 재판부의 판단 아니냐”며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을 때 국가에 미치는 영향과 도주 우려,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잘 판단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문은 크다.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각종 루머들이 퍼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조의연이 대학시절부터 장학금을 받아온 삼성 장학생 출신이다,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등의 글이 돌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영장 기각과 이 같은 루머들에 대해 항의하려는 전화도 폭주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조 부장판사는 삼성장학금을 받은 적이 없고, 심지어 아들도 없는데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하는 의견을 냈을 정도. 그럼에도 조 부장판사의 이름은 여전히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당장 오늘(21일) 진행될 촛불집회에서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기각을 놓고 사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사법부 개혁 필요성을 거론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법리로 판단한 것을 가지고 누가 문제 삼을 수 있겠느냐”면서도 “정치권에서 아직 아무런 말이 없지 않느냐,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을 놓고 사법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이지만 혹시 정치권에서도 관련된 반응이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후폭풍은 법원만큼이나, 특검팀에도 거세다. 특검팀은 이재용 영장 재청구 하지 않는 방침을 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활로를 찾기 위해 신중하게 다시 사건을 살펴보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삼성 뇌물 사건을 담당하며 이 부회장을 직접 수사한 한동훈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건 당시 법원의 한 차례 영장 기각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아 어떻게든 구속시키기로 유명한 특수통이다. 한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를 다시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20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20일 소환했다. 황 전무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함께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그룹 특혜 지원을 주도했다는 의심받는 인물이다. 특검팀은 황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원 과정을 다시 확인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영장 재청구를 위한 추가 단서 확보에 나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다른 사건에서 재벌 총수는 ‘마지막 목표’였다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죄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넘어가기 위한 수사 과정 중 한 명이었으며, 또 다른 과정으로 볼 수 있는 롯데, SK 등 대기업 수사 대상 오너 중 첫 타깃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며 “절대적으로 넘어야 할 산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특검팀 입장에서는 특검팀 수사에 비판적인 일부 여론은 물론 이제 덜 무서워 할 다른 대기업들을 기죽일 수 있는 ‘한 방’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검팀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혐의가 나온다면, 영장을 청구해 법원을 심리적으로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조계 내에서는 “새로운 혐의를 찾거나, 핵심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지 않으면 영장 발부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통상 밤 11시, 정말 늦어도 새벽 1~2시면 나오는 영장 결과를 새벽 4시가 넘어 밝혔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고민했다’는 메시지를 주려 했던 것”이라며 “진술이 크게 바뀔 일이 없다는 전제 하에, 기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엄청난 물적 증거나 새로운 혐의가 나오지 않는 한 법원의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의 법원 행정처 관계자 역시 “발부를 예상했지만, 기각을 결정한 것에 대해 ‘잘했다’는 법원 내 평이 많다”며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특검팀의 무차별적인 영장 청구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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