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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차 협력사 법정관리로 LG ‘G5’ 생산중단 위기

2차 협력사들 ‘미수금 해결 전엔 생산 안 해’ 버텨…고의부도 의혹도 불거져

2017.01.20(Fri) 19:11:22

1차 협력사의 법정관리로 LG전자의 야심작 ‘G5’가 생산중단 위기에 몰렸다. 사진=LG전자


LG전자 ‘G5’가 1차 협력사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인해 생산 중단 위기에 빠졌다. 미수금이 동결되면서 도산 위기에 빠진 2차 협력사들은 LG전자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G5의 운명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라캐스트가 인천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라캐스트는 LG전자 G5의 백케이스(Back Case)를 납품하는 업체다. G5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이유는 현재 G5의 백케이스를 생산하는 업체가 한라캐스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한라캐스트, 파인테크닉스, 중국업체 BYD 등 세 곳이 생산했다. 

 

LG전자는 올해 3월 10일 신형 스마트폰 ‘G6’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LG전자에 따르면 6월까지 기존 모델인 G5 22만 대를 추가로 생산해야 한다. G5는 개발 및 생산라인 구축비용이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로 판매할 때마다 이익률이 증가한다. 신형 모델 출시에 맞춰 구형 모델을 대폭 할인하며 판매하는 전략을 쓰는 이유다. 

 

그러나 한라캐스트의 재하청을 받을 2차 협력사들이 G5 생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라캐스트 법정관리로 2차 협력사들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도산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주로 위치한 한라캐스트 협력사 12개사는 현재 채권단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차 협력사들은 한라캐스트의 법정관리 신청이 고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라캐스트 사옥. 사진=한라캐스트 홈페이지


이들은 한라캐스트의 법정관리가 고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한라캐스트가 2016년 6월 이전에 LG로부터 G5 케이스 납품대금 1450억 원을 현금으로 받았으나 2차 협력사들에게는 6개월 기한의 어음(전자채권)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1, 2월에 그 어음들의 만기가 도래한다. 

 

채권단의 한 업체 관계자는 “1월에 도래하는 어음은 채권단 12개사를 합치면 170억 원, 2월 도래분은 150억 원이다. 특히 1월분은 1월 8일에 만기일이 집중돼 있다. 만기 도래일을 1월 이후로 미루고 고의 법정관리 신청한 정황이 짙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법정관리는 회사 자금사정이 어려워서 하는 것인데,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아무런 낌새도 없었고, 심지어 한라캐스트 직원들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며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 시중은행에서 빌린 돈만 600억 원이다. 은행조차도 자금사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한라캐스트 대표가 지난해 6월 이미 12월 29일을 D-데이로 하는 법정관리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LG전자에게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신모델 G6는 올 3월 판매 개시 예정으로, 현재는 G5를 주력으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2차 협력사들은 LG전자의 책임을 물으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G5는 30개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공정관리)으로 이뤄지고 기간만도 한 달 이상 걸리는 공정”​이라며 “​LG전자는 모니터링 및 관리의 의무가 있음에도 2016년 2월 양산 시작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 번도 SCM을 점검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2차 협력사들은 G5 메탈케이스의 ‘​카툭튀(카메라 둘레의 돌출 부분)’​ 디자인이 G5의 불량률을 높이는 ‘​잘못된 설계’​라고 얘기한다. 사진=flickr.com/TechStage(CCL)


취재 과정에서 LG전자의 야심작이었던 G5의 결함도 몇 가지 드러났다. 협력사들이 가장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부분은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옴)’였다. 후면 케이스의 카메라와 지문인식 센서 둘레가 살짝 돌출된 부분이다. 합성수지(플라스틱)의 경우 문제가 안 되지만, 이를 메탈에 적용하면 가공 및 표면처리가 어려워진다. 

 

또한 이어폰 잭이 들어가는 구멍이 모서리에 딱 붙어 있다 보니 가공 과정에서 잘 끊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얼핏 보기에 이어폰 잭이 맞닿는 후면이 메탈 부분이므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백 케이스 상단 부위는 사실 플라스틱이다. 안테나 수신을 위해 플라스틱을 접착한 한 뒤 도색 등의 가공과정에서 메탈 케이스와 일체형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G5의 이어폰 잭이 후면에 근접하게 위치하면서 가공공정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flickr.com/TechStage(CCL)


협력사들에 따르면 G5 케이스의 공정 불량률은 삼성전자의 두 배 수준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떨어지니 케이스 가격이 2배 높아진다. 이게 LG전자가 안 되는 이유다. LG전자 모바일의 연간 적자가 1조 원이나 나는 이유는 공정비용을 줄이는 능력이 부족해서다”라고 말했다.

 

‘카툭튀’로 고생한 LG전자는 후속작인 ‘V20’에서는 ‘카툭튀’를 적용하지 않은 평평한 모양으로 설계했다. 최근 티저영상이 공개된 G6의 경우에도 카메라 부위가 평평하다. 이는 삼성전자 ‘갤럭시S7’도 마찬가지다. 반면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7’은 ‘카툭튀’를 적용했는데, 홍보영상을 보면 백 케이스는 플라스틱 부위 없이 전체가 알루미늄이며 안테나는 측면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아이폰의 경우는 ‘아이폰6’부터 메탈 케이스를 적용해 노하우가 쌓인 반면, LG전자는 최초로 메탈 케이스를 적용하다 보니 설계부터 업체 선정 및 공정관리까지 모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셈이다. 

 

‘카툭튀’​​ 디자인으로 고생한 LG전자는 후속작 ‘V20’에서는 평평한 후면 메탈 디자인을 적용했다. V20의 카메라 돌출 부위는 별도 부품이다. 사진=LG전자


한편 한라캐스트에 고의 법정관리 의혹에 대해 문의하자 “답변할 것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LG전자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문의하자 LG전자 관계자는 “(한라캐스트가) 자금을 빼돌리거나 한 부분이 있다면 확인해볼 것이지만, 일단은 베트남 투자에 필요한 토지 구매 등 자금운용의 문제로 보인다”고 답했다. 공정관리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한라캐스트의) 재무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2차 협력사들이 모인 채권단은 현재 LG에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한라캐스트 외에 생산을 맡길 곳이 없어 당장 생산물량이 급한 상황이다. 현재 한라캐스트는 생산을 계속 하고 있으나 2차 협력사들은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 재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법정관리는 채무가 동결되는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장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 채무에 대해서는 “한라캐스트에 현금으로 모두 지급했다”고 답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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