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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이 해피엔딩으로 향하기 위해서

상실감을 채우기 위한 열쇠는 사랑이다

2017.01.18(Wed) 10:25:25


‘너의 이름은’ 스틸컷.


모든 것을 건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자신이 주도한 계획은 자신으로 인해 실패했다. 그러다 소년은 소녀를 떠올린다. 소년은 실패해도, 소녀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꿈 속의 소녀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소년은 소녀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다.


소녀는 넘어진다. 헐떡대며 산을 내려가며 “학교로 피난가세요”라고 소리 지르지만 아무도 그녀를 듣지 않는다. 그녀를 돕던 친구들은 이미 경찰과 부모님에게 잡혔다. 혼자 남겨진 소녀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려 달려간다. 마을과 산을 가로지르며 뛰던 소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친구들은 잡혔다.

“다시 한 번”보단 “이제 그만”이라는 말이 입가에 머문다. 그녀를 다시 일으킨 건 꿈 속의 이름 모를 소년이 손바닥에 적어준 문장이었다. 그것은 바로 “좋아해”. 소녀는 다시 힘을 내 달려간다. 마을 이장인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해 마을 사람들을 피난시킨다. 

인간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나와 너란 글자는 점 하나 차이지만, 그 점은 사실 무한대의 거리를 갖고 있다. 나와 너 사이엔 끝을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그 거리감을 줄일 수 있을까. 

나와 너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고, 나라는 자아를 ‘우리’라는 자아로 팽창시키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내일 점심 뭐 먹지?’라는 만인의 고민이 내일 같이 점심 뭐 먹지?라는 아주 개인적인 고민으로 바뀐다. 내일 뭐 하지?가 내일 같이 뭐 하지?로 바뀐다. 말이 세계관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같이’라는 부사는 우리의 자아가 사랑으로 인해 얼마나 넓어졌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너의 이름은’ 스틸컷.


소년과 소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위험과, 아무도 듣지 않는 경고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외할머니를 데리고, 아니 혼자서도 탈출하기 힘든 시간에 마을 사람들과 탈출하게끔 만드는 계기는 팽창된 자아 덕분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음에도 할 수 있던 이유는 믿어주는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름은 머리 속에서 지워졌지만,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둘은 버틸 수 있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은 우리에게 묻는다. “네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너는 최혜정 선생님처럼, 정차웅 학생처럼, 박지영 승무원처럼 남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까 먼저 탈출한 승무원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다. “나 살기도 벅찬데…”라는 말이 입안에 머물고, 자괴감은 턱 끝까지 찼다.

어느 순간 각자도생이라는 잔혹한 사자성어가 사회를 휩쓸었다. 남에게 보이는 온정이 마치 약자들의 쓸데없는 연대의식과 패배자에 대한 필요없는 동정으로 치부받는다. 선한 의지로 출발한 모든 행위는 세상을 알지도 못하는 순진한 치들의 바보 같은 행위로 묘사된다. 

남을 걱정하는 게 사치를 넘어서 바보짓인 세상이 됐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추구하는 건강한 개인주의가 아니라 아픈 타자를 향한 연대가 바보짓이 되는 나쁜 개인주의만 팽배했다. 

“모든 게 사라질 수 있다”는 문장을 깨달은 사회는 다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겪은 사회는 연대의식이 강해지는 해피엔딩과 염세주의라는 새드엔딩의 선택지를 얻게 된다. ‘너의 이름은’은 연대의식이라는 해피엔딩을 향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사랑, 그러니까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너의 이름은’ 스틸컷.


사랑은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공동체의식이다. 나를 고민하던 개인이 너를 향해 궁극적으로 우리라는 작은 공동체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아가 팽창해 우리를 고민하고, 사회를 고민하게 된다. 신혼부부는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자식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광장에 나왔듯이 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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