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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토스터와 선풍기로 ‘체험을 팝니다’

‘소형가전업계의 애플’ 발뮤다의 체험 경영

2017.01.17(Tue) 10:25:24

발뮤다 토스터로 만든 토스트를 먹는 사람들. 발뮤다는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사용하는 체험에 방점을 둔다. 사진=발뮤다 페이스북


“어떤 식빵도 유명 베이커리에서 갓 구워낸 것처럼, 기적의 빵맛을 실현해준다.” 

일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발뮤다의 토스터에 대한 평가다. 2015년 출시된 이 토스터는 2만 5000엔(약 26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일반 토스터보다 무려 5배나 비싼 가격. 그런데도 소비자가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 비결은 독자적인 ‘스팀 테크놀로지’. 덕분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빵이 구워지는 것이다. 여기에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도 발뮤다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일본 소형가전업체인 발뮤다는 2003년 데라오 겐 사장(42)이 설립했다. 현재 직원 수는 65명. 홈페이지에는 “가전이라는 도구를 통해 신나고 멋진 체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데라오 겐 사장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17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데라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을 여행했다. 귀국 후에는 10년간 록밴드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하다가, 우연히 접한 잡지를 보고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이후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하고 2003년 발뮤다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거침없이 혼자 힘으로 가전업계 뛰어든 것이다.

 

창업 당시부터 발뮤다는 ‘최소에서 최대를’이란 경영이념을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어왔다.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최대 효과를 제공하는 제품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발뮤다는 큰 성공을 거둔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발뮤다를 ‘소형가전업계의 애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성공까지 힘든 시기도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쳤던 ‘리먼 쇼크’ 때는 매출이 고작 4500만 엔(약 4억 6000만 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1년 안에 발뮤다가 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발뮤다는 자연에 가까운 바람을 재현하는 에너지 절약 프리미엄 선풍기 그린팬으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사진=발뮤다 홈페이지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구한 건 2010년 발매한 선풍기 ‘그린팬’이었다. 자연에 가까운 바람을 재현하는 에너지 절약 프리미엄 선풍기를 내놓아 크게 히트를 친 것이다. 기존 선풍기와 달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은 인테리어 소품 같은 느낌을 줬고,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던 선풍기 시장에 ‘그린팬’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매출은 순조롭게 회복했다. 그해 매출액이 2억 5000만 엔으로 껑충 뛰어올라 파산을 모면할 수 있었다. 더욱이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내놓는 제품마다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2013년에는 23억 엔, 2014년에는 27억 엔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2015년에는 토스터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발뮤다의 매출액은 무려 55억 엔(약 572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토록 소비자들이 발뮤다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매체 ‘IT미디어 비즈니스’는 “발뮤다의 성공 키워드는 체험”이라고 분석했다. 데라오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단순히 가전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좋은 체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발뮤다의 토스터는 스팀 기술을 이용해 빵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준다. 사진=발뮤다 페이스북


예를 들어 “비싼 토스터를 갖고 싶다”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토스트가 먹고 싶다”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물건보다는 체험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발뮤다 토스터를 산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한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가족 혹은 집에 놀러온 지인들에게 토스트를 구워줬을 때 “맛있다”는 칭찬을 듣기 때문이다.​

 

발뮤다가 ‘체험’을 중시한다는 것은 홈페이지만 봐도 일목요연하다. 홈페이지에는 여느 가전업체처럼 제품의 상세 이미지가 실려 있지 않다. 대신 토스터를 사용해 구운 먹음직스러운 빵 사진이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다.

 

데라오 사장은 “단지 이런 제품을 만들었다며 가전, 도구를 제공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대로 가치관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제품에 담아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아무래도 디자인 마무리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를테면 “제품 하나를 만들 때 평균 4000건의 디자인을 스케치한다”고 귀띔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철학은 발뮤다를 지탱할 것이며, 물건보다는 체험을 키워드로 주방가전을 차례차례 선보일 예정이다. 덧붙여 그는 “로보틱스 상품 연구개발도 시작했다”고 전했다.

 

발뮤다의 데라오 겐 사장은 뮤지션 출신으로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해서 발뮤다를 창업했다. 데라오 사장이 전기밥솥 론칭 행사에 등장한 모습. 사진=발뮤다코리아 페이스북


발뮤다는 일본에서 제품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초 원가가 싼 중국에서 생산했지만, 2014년부터 ‘메이드 인 재팬’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발뮤다 관계자는 “중국 생산라인은 품질 관리를 위해 개발담당자가 생산현장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체류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반드시 생산효율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한 명이 복수 공정을 담당하고, 생산라인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효율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일본 ‘장인’만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관계자는 “제품의 토대가 되는 금속제의 경우 개발담당자와의 협의가 필수다. 일본에서 생산할 경우 협의가 원활해 불량품이 눈에 띄게 적다”면서 “이것이 발뮤다가 일본 제조공장을 고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7년 발뮤다가 새롭게 선보이는 가전은 전기밥솥이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발뮤다는 가마솥보다 맛있게 밥을 만들어주는 전기밥솥을 목표로 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18개월”이라고 한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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