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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한겨울에야 그 멋이 드러나는 ‘배풍등’

우리 토종식물에서 배우는 월동의 지혜

2017.01.16(Mon) 16:37:40

 

배풍등(가지과, 학명 Solanum lyratum Thunb.)

 

꽃도 지고 잎도 떨어진 한겨울, 말라붙은 줄기에 매달린 새빨간 열매에 하얀 눈송이가 살포시 얹힌 배풍등 열매의 모습이다. 배풍등은 덩굴성 식물이라서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 그 가지에 걸쳐 자란다. 꽃도 빈약하고 열매 또한 작아서 그 열매가 빨갛게 익은 채 한겨울이 되어야만 그 멋이 제대로 드러나는 식물이다. 그래서 이러한 식물의 사진을 찍으려면 여름이나 가을에 그 위치를 기억해뒀다가 겨울에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야지에서 꽃을 만나기가 어려운 한겨울에는 무슨 사진을 찍는가? 야생화가 좋아 들꽃을 찾아 연중 내내 산과 들을 즐겨 나서는 이유를 묻는 친구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사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11월이 지나면 야외에서 풀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굳이 만나겠다면 남부 해안지역이나 제주도를 가야 만날 수 있지만, 그곳이라 해도 대부분은 나무 꽃이다.

 

그러나 풀이나 나무도 겨울을 나고 봄을 맞으며 싹이 트고 꽃이 피면 다시 흙으로 사그라져가는 한살이가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겨울이라 해도 죽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생을 이어갈 봄을 준비해야 하며 지난 한 해 동안 자랐던 흔적을 간직한 채 월동의 삶을 이어간다. 그 모습과 행태는 나무마다 각기 특색이 있다. 가지 끝에 붙은 겨울눈이 나무마다 다르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나이테를 늘리며 줄기를 부풀려가는 나무는 그 껍질의 모양과 갈라지는 형태가 각기 달라 이 또한 재미있는 관찰 거리가 된다. 

 

겨울이라 해도 풀과 나무가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토종 식물은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해왔던 삶의 동반자이다. 따라서 겨울에도 꽃만 없을 뿐이지 식물을 찾아 그 멋과 특징을 알아보는 재미가 없지 않다.

 

 

배풍등은 덩굴성이고 겨울에도 줄기 아랫부분은 살아남는 다년생 식물이다. 잎과 줄기에 털이 많으며 잎은 어긋나고 줄기 아랫부분 잎은 단풍나무 잎처럼 3~5갈래로 갈라지기도 한다. 흰색의 꽃이 8~9월경에 피며 꽃부리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열매는 둥그런 장과(漿果)로 가을에 붉게 익는다.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 붉은 열매가 매달리는데 겨울이 깊어가면서 점점 탄력을 잃고 쭈글쭈글 말라간다. 독성이 있어서인지 산새도 거의 먹지 않아 겨우내 말라가면서 빛을 잃고 시냥고냥 사그라져 간다. 

 

배풍등(排風藤)이라는 이름은 질병인 풍(바람)을 막아주는 덩굴이란 뜻이라고 한다. 유독식물이며 줄기를 신경통, 요통 등의 통증 치료에 쓰며, 뿌리와 잎은 기침약으로 사용하고 열매는 해열, 이뇨, 풍 치료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 일본, 타이완, 인도차이나 등지에 분포한다. 

 

줄기와 잎에 털이 없고 잎이 갈라지지 않는 왕배풍등은 제주도에서 자라며, 줄기와 잎에 털이 없지만, 잎이 갈라지는 산꽈리라 불리는 좁은잎배풍등은 연한 자색 꽃을 피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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