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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7 3대 트렌드#1] IT를 집어삼킨 자동차의 변신

라스베이거스 현지 참관기…‘또 하나의 모터쇼’로 등극, 연결성·머신러닝이 핵심

2017.01.10(Tue) 19:05:57

매년 1월 첫째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쇼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그 해 IT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의 장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전시회 한켠에 자동차가 한두 대씩 들어서더니 어느새 자동차 기업들이 한 전시관을 통째로 집어삼켜버렸다. CES가 ‘또 하나의 모터쇼’로 불리는 이유다.

 

시연을 위해 트렁크에 꽉 찬 컴퓨팅 시스템. 실제 차량은 더 간소화된다. 사진=최호섭 제공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운송 수단이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집과 사무실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음악 감상실이 되기도 하고, 온 가족의 즐거운 여행길을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문화가 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공간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고민되어 왔다. 차는 그저 안전하고, 잘 달리면 됐고, CD나 라디오 정도면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심지어 무게를 줄인다고 오디오 기능을 떼어버리는 양산차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CES는 달라지는 자동차, 그 안에서도 두 가지 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폰에 자동차 키를 입력해 놓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문에 찍으면 잠금이 풀리고, 화면에 이름이 뜨면서 운전석 위치나 라디오 즐겨찾기 등이 개인화된다. 사진=최호섭 제공


 

# 연결성

 

첫 번째는 연결성이다. 이제 자동차도 연결 시대다. 인터넷에 연결되고, 스마트폰과 연결한다. 다른 자동차와 연결하고 사람과 연결하는 게 자동차다. 일단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시나리오는 거의 완성됐다.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대부분의 양산차의 AV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다. 이로서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음악을 재생하고, 스트리밍 오디오를 들을 수 있다. 기본 내비게이션 외에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지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대중화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뒷자리는 중요한 휴식 공간이다. 일반 차량에도 뒷자리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확대된다. 사진=최호섭 제공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아마존의 음성 서비스가 붙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가전 어디에서나 눈에 띄었다. 특히 자동차에 붙어 기존 음성 안내 시스템을 돕는다. 운전 중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알렉사를 불러내고 원하는 콘텐츠를 재생하거나 목적지를 찾고, 음식점을 예약할 수 있다. 심심하면 농담도 해준다. 이는 단순히 음성 인식 기술이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자동차 업계가 문을 열고 외부 기업들과 협력을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오랫동안 자동차 업계는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쉽진 않았다. BMW의 ‘커넥티드 드라이브’나 포드의 ‘싱크’처럼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 기업이 IT로 대중과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 노력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의 서비스를 자동차로 받아들이면서 소비자들은 저절로 익숙한 경험을 차량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늘 쓰던 서비스를 그대로 쓴다는 부분이 바로 연결성의 핵심이다.

 

# 머신러닝

 

두 번째는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자동차다.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는 사람이 시키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정보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판단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자동차도 이를 빗겨가지 않았다. 이제 달리는 자동차는 사람과 똑같이 주변을 살피고, 위험을 인지하고, 운전을 돕는다.

 

이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ADAS라고 부르는 주행 보조 장치이고,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 주행 차량다. CES는 오랫동안 이 기술들이 실험되던 공간이었다. 이번 CES에서 일어난 변화라면 그 기술들이 이제 일부는 양산차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 배경에는 기술들이 개방되고 공유되는 현상이 있다.

 

BMW의 미래 콘셉트카 ‘i인사이드 퓨처’ 내부. 자동차라기보다 휴게를 중심으로 하는 거실 공간에 바퀴를 붙인 개념에 가깝다. 사진=최호섭 제공


BMW는 지난해 7월 인텔과 협력을 시작했다. 인텔은 프로세서와 센서 기술을 자동차에 맞춰 설계했고, BMW는 이를 차량에 받아들일 채비를 했다. 이제 막 6개월이 됐지만 올해부터 차량들을 만들어 실험할 계획이다. 이 두 회사의 발표는 스스로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만든 자율주행 관련 기술들을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전처럼 ‘나만의 기술’로 가두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엔비디아도 차량용 컴퓨터를 발표했다. PX-2라는 이름의 이 컴퓨터는 센서들을 붙여 길을 인식하고, 주변의 다른 차량과 사람, 오토바이 등을 읽어 들인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 칩을 일반 차량에 달아 도로를 주행하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행사에 앞서 코스를 4일 학습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길을 안전하게 운행했다. 

 

엔비디아는 자동차와 도로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 기술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아우디, 바이두, 톰톰, 보쉬 등의 기업들과 협력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 역시 플랫폼으로 어떤 자동차 기업이든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PX-2를 이용한 아우디 자율주행 차량. 실제 차량에 카메라와 컴퓨터만 달아 자율주행을 구현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왜 이렇게 기술을 개방하기 시작했을까. 이제 연결성이나 주행 보조 장치등의 기술은 더 이상 그 기술만으로 자랑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차량과 스마트폰, 또는 차량과 다른 차량 간의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누구 하나가 모든 기술을 주도할 수 없다. 경쟁에 힘을 낭비하느니 한 덩어리로 뭉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혹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기술들이 집중된다.

 

신형 테슬라 모델S, 엔비디아의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그 결과 자동차 업계의 발전은 매우 눈부시다. 2013년 CES만 해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아주 제한적으로 전시됐고, 이런 기술이 있다고 자랑하는 정도에 머물렀지만 불과 4년 만에 실제 차량에 붙일 수 있는 형태의 컴퓨터가 출시됐고, 안전에 대한 우려 없이 일반인들에게 스스로 운전하는 차량을 공개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완전한 자율 주행 자동차의 등장도 2020년 정도로 공언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의 발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고민이 끝난 것도 아니다. 이제 기술의 발전은 점점 성숙될 것이고, 다음 단계는 이 기술들을 적용한 차량이 바꿔 놓을 문화와 환경, 법률 같은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차 안에 커다란 TV를 두고, 자리마다 개인용 오디오를 달고, 스스로 주차했다가 부르면 달려오는 차량. 적지 않은 자동차 기업들이 CES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놓은 비현실적인 콘셉트카들이 그리 허황된 꿈만은 아니게 됐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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