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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미칠듯이 황홀한 영화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장

2017.01.14(Sat) 10:27:21

미친듯이 황홀한 영화다. 엠마스톤의 다소 촌스러운 원색의 의상과 라이언 고슬링의 구식 양복마저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시작되는 영화의 오프닝과 천문대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데이트 시퀀스와 엔딩 무렵 보여주는 씁쓸한 상상의 시퀀스 등 어디 하나 빼놓을 것이 없다. 전작 ‘위플래쉬​’에서 음악과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면, 이번작 ‘라라랜드​’​​​에선 음악과 춤 그리고 가사로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가 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음악과 춤 그리고 가사가 전부인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라라랜드​’​​는 꿈을 다루고, 사랑을 다룬다. 스크린 속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동력이자, 방향을 잡아주는 풍향계이자 연인이었다. 관객들은 120여 분간 그들의 성장과 독립을 지켜본다.  

 

‘라라랜드​’​​ 스틸 컷.


남자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조율하지 못한다. 이상에 너무 치중해 생계를 내팽겨친다. 친구의 주선으로 겨우 얻은 직장에서 남자는 사장이 원하는 노래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재즈곡을 친다. 한 번 쫓겨난 직장에서 남자는 다시 쫓겨난다. 자신만의 재즈바를 열겠다는 포부는 있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현실에 집중했을 때 남자는 방향을 잃는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음악을 하느라, 원래의 꿈이었던 ‘진짜’ 재즈를 잊고 만다. 여자가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꿈에 다가가고 있냐고 물어봤을 때, 남자는 되려 화를 낸다. 현실에 빠져 꿈을 놓친 건 자신인데, 오히려 여자를 책망한다.  

 

여자는 현실에 지친다. 캐스팅 디렉터는 오디션 와중에 여자의 연기를 끊고 방해한다. 겨우 2차까지 간 오디션에서 여자는 10초 만에 떨어진다. 어릴 적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1인극은 객석의 반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온 관객은 여자의 연기에 “끔찍하다”고 말한다. 1인극을 위해 빌린 극장의 대관료도 내지 못할 지경이다. 수많은 실패에 지친 여자는 자신을 찾는 영화 캐스팅 디렉터의 연락도 피한다. 몇 번 오지도 않던 디렉터의 연락 앞에서 여자는 “또 안 될 거야,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말하며 좌절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조율하지 못하는 남자와 현실 앞에 지쳐 쓰러진 여자는 서로에게 동력이, 풍향계가 되어준다. 꿈을 잃고 현실에 매몰되고 있는 남자 앞에 여자는 꿈의 방향을 잡아준다. 그가 꿈꾸던 재즈바의 이름을 지어주고, 원치 않는 음악에 평생을 바칠 문턱에 있던 남자에게 꿈을 깨우쳐준다. 

 

남자는 여자가 지어준 이름의 재즈바를 연다. 남자는 여자의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건다. 낙향해 집에 있던 그녀를 다시 오디션장으로 끌고 간다. 영화 초반 “누군가 나를 봐주었으면” 이라고 노래하는 여자는 이제 “남들을 위해 노래하겠어”라고 노래한다. 남자의 응원에 힘입어 여자는 오디션에 합격하고, 그렇게 영화의 여주인공이 된다. 

 

‘라라랜드​’​​ 스틸 컷.


가장 좋은 연인의 상은 어떤 것일까. 혼인을 하고 자식을 낳는 게 가장 모범적인 연인의 상일까?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만드는, 인간적인 도약을 도와주는 연인이 가장 좋은 연인이 아닐까. 남자와 여자는 가장 힘들 때에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지탱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도왔다. 

 

그들의 이별이 단순히 꿈과 사랑 사이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였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랑을 선택해 남자가 여자를 따라 프랑스에 갔더라도, 헤어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점에서 꿈과 사랑이 양립 불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도운 과정을 생략한, 결과만을 바라보는 해석이다.  

 

그들의 이별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다. 가장 젊을 때에, 가장 배고플 때에, 가장 열렬히 불타올라 사랑을 하고 서로를 성장시킨 연인들에게 ‘꿈을 쫓느라 헤어졌다’라는 문장을 붙이는 것은 무례하고 틀렸다. 그들의 이별은 헤어짐이 아니라 독립이다. 꿈을 위해 서로를 놓아준, 꿈을 향해 가는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는 모습의 독립이다. 

 

서로 없이 꿈을 향하지도 못하던 그들이었다. 서로를 성장시켜, 각자 꿈을 쫓게 만든 그들의 사랑은 “그때 헤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보다는 “그때 너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어” 혹은 “너 덕분에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었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장이다. ​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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