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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위기 때마다 벼랑 끝 등 떠밀기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이유…IMF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같은 짓’

2017.01.08(Sun) 08:41:41

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한·일 양국 간 4개월째 진행 중이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이 그동안 한국이 위기 때마다 벼랑 끝에서 등을 떠미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 결정 여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외에서 받는 압박이 높아진 상태인 탓이다. 

 

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한·일 양국 간 4개월째 진행 중이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해 한국 경제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6일 각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대항하는 조치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 본국 송환과 한일 고위급 경제 협의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일본은 여기에 더해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5년 2월 만기를 맞았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더 이상 연장되지 않으면서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통화스와프는 외화가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것으로 외환위기 시 방어막으로 작용한다. 

 

한국 정부는 “정치·외교적인 사안을 가지고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중단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2015년 말 3711억 달러에 달해 갑작스런 외환시장 변화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이 어두운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둘러싼 정치권 혼란이 심각한 상황에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한국 경제에 압박을 가할 때마다 위기가 찾아왔던 전례가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본은 외교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엮어서 한국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를 표시하면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 발언에 대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자금 지원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복했다. 일본이 김영삼 정부의  자금 회수 연기 요청을 거부한 뒤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도 자금을 대거 회수하면서 한국은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본은 한국의 통화스와프 확대 요청을 거부했다. 일본과 거리를 둔 이명박 정부는 수출 위주 고환율 정책을 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05년 30억 달러 규모로 맺은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거부했다. 다행히 중국이 한국과 3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는데 합의하자 일본도 통화스와프 확대에 동의하면서 한국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선언으로 한국 경제에 또다시 위기가 맞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외환시장 방어막인 통화스와프는 종료됐거나 올해 줄줄이 만기를 맞는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초에 종료됐고,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와 맺은 통화스와프도 종료된 상태다. 중국과 맺은 통화스와프는 올해 10월, 호주와 인도네시아와 맺은 통화스와프는 올해 2월과 3월 각각 만기를 맞는다. 

 

여기에 국내외적인 불확실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 탄핵과 각 당 조기 대선 체제 돌입으로 국내 정치적 혼란은 커져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오는 20일 출범하면 보호주의와 강달러,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강해지면서 수출과 부채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틀어진 상황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이 한국에 경제적인 압박 카드를 꺼내 들 때는 항상 한국이 위기 직전이었다.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최악인 상태에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까지 선언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며 “정치권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경제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는 힘이 없고, 여야의 맘은 콩밭에 가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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