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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핏에서] 노 크루라인, 승무원의 ‘새치기’를 도와주세요

승무원 전용 검색대 한국 공항에만 없어…승무원들이 빨리 가야 빠른 비행준비가 가능하다

2017.01.06(Fri) 08:45:39

하늘을 나는 비행기. 상상하면 여행의 기쁨에 신이 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테러의 위협, 사고 가능성 때문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칵핏에서’는 비행기의 조종석 ‘칵핏(cockpit)’에 앉아서 조종하는 현직 조종사들이 비행기, 항공사, 조종사 등 사람들이 항공업계 전반에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코너입니다. 실제 조종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면 피곤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휴가를 내기위한 눈치작전부터 시작해야한다. 최대한 주말과 이어지는 일정으로 계획해야하며 다음은 예약의 연속이다. 항공편, 숙박, 거기다 주위에서 부탁한 면세점 쇼핑리스트 등. 당연히 챙겨야할 짐도 많다. 

 


휴가 당일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입이 쫙 벌어진다. 사람이 정말 많다. 집에서 공항까지 한 시간 걸렸는데, 표 받는 데만 또 한 시간, 검색대 통과하는데 한 시간, 라운지에 들려서 우아하게 한 끼라도 해결해볼까 했는데, 식사는 물론이요, 면세점 쇼핑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별 수 없이 시계만 쳐다본다. 마음이 급해진다. 티켓 값 아끼려고 직항 대신 환승으로 끊었는데, 비행기 연착하면 큰일인데, 아니야 잘 될 거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어.

 

간신히 탑승권을 받고, 눈썹 휘날리며 검색대로 간다. 빨리 검색대 통과하고, 자동입출국 심사대를 통과해서 쇼핑을 해야 한다. 늘어선 줄을 보니 여기도 장난 아니다. 다행히 우리는 스마트한 여행객답게, 지난번 여행에서 미리 자동입출국 심사 등록을 받아 놨다. 서울역에서 사전출국심사도 마쳐 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한 셈이다.  

 

그러나 곧장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승무원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입출국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빠르게 통과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러려고 내가 사전출국심사를 받았나하는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만한 상황이다. 공항에 나가보면,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비행기에 오르기도 전에 피로가 몰려온다.

 

이번 글은 편안한 여행을 위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다. 또한 인천공항공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에게 크루 라인(Crew Line) 하나 만들어달라고, 간절히 건의를 드리는 글이다.  

 

크루 라인은 승무원들의 빠른 검색대 통과를 위해 만들어 놓은 줄이다. 승무원들이 검색대를 빨리 통과하는 만큼, 빠른 비행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외 공항에서는 크루 라인과 공항 직원 라인이 같이 있다. 크루 라인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을 준비하는 일반직 조종사의 예를 들어보자. 

 

아침 9시에 태국 방콕으로 출발하는 KE657편이다.

 

AM 7:15. 이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면 지각이다. 말이 지각이지 곧장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집에서 인천공항 가는 교통편은 버스 밖에 없다.

 

AM 7:40. 유니폼으로 환복하고, 식사를 마쳐야 한다. 기장이 도착하면 운항승무원 브리핑을 한다. 비행 계획은 제대로 나왔는지, 가는 구간에 난기류는 없는지, 활주로, 유도로 혹은 접근단계와 항로에 제한 사항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직후 객실 승무원들과의 합동브리핑이 이어진다.

 

AM 8:00.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전속력으로 검색대까지 달려가야 한다. 이 시간대 장거리 비행이 2~3편(동남아로 가는 비행기가 몰리는 시간, 미주로 몰리는 시간, 유럽노선으로 가는 비행기가 몰리는 시간이 각각 다르다) 몰리게 되면, 승무원 30~40명이 한 검색대에 몰리게 된다. 같은 회사 사람이어도 양보는 없다. 양보해주다가는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뜰 수 없다. 

 

이제부터 승무원들은 초치기에 들어간다. 검색대 통과하고, 출국심사대 통과한 후에 저 멀리 떨어져 있는(20번대) Gate까지 최대한 우아하게 그리고 표 나지 않게 종종걸음으로 가야한다.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작은 가방을 선반에 집어넣고 각자 맡은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 객실 승무원은 400여 개의 좌석 상태 확인, 운항승무원은 비행 정보 입력 및 기상상태 확인을 마쳐야 한다. 기내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모든 것을 25분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AM 8:35. 비행기 상태에 아무런 차질이 없다면, 기장이 사무장에게 탑승을 해도 좋다는 탑승사인을 주고 탑승이 시작된다.

 

필자는 며칠 전 블라인드 앱을 검색하는 와중 K 항공사뿐 만이 아니라,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로부터도 ‘검색대만 통과하는데 무려 20분이 걸려서 비행기가 delay되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 세계에 Crew Line이 없는 공항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올라온 글을 봤다. 또한 일반 승객들의 불만제기에는 민감하고, 승무원들의 불만엔 콧방귀도 안 뀐다는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의 태도를 성토하는 글들도 불을 뿜었다. 그 이면에는 일반 승객들이 ‘저 승무원들은 뭔데, 왜 새치기를 하냐’, ‘너희 (인천공항공사 직원) 들은 왜 안잡냐’ 등의 배경이 있지 않나 싶다.

 


이 글을 쓴 목적은 단 하나다. Help you, help me. 

 

승무원들은 비행기를 제시간에 안전하게 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면세점에 들르고, 라운지에 들려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시간이 없다. 굳이 언급은 안했지만 출발해야 하는 비행기가 연착되면, 주기 구역에 들어오게 돼 있는 다른 항공기도 유도로에서 출발항공기가 자리를 비워줄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비행기의 출도착이 지연되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 쌓여서 그렇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혹시 인천공항 직원 분들이 계시면 제발 건의 한마디만 해 달라. 크루 라인하나 만들어달라고 말이다. 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혹시라도 바로 뒤에 승무원이 초조하게 서 있으면 먼저 검색대 통과할 수 있게 통 크게 양보해 주시라. 복 받으실 거다.

 

겨울이 한창이다.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제주공항 폐쇄가 기억나시는가. 다음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매버릭 현직 민항기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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