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중화 자본의 서울 부동산 쇼핑 ‘수익형’ 확장

서울살이의 동경과 실익추구…중국인 관광의 서울 비중심지역 확산도 한몫

2017.01.03(Tue) 22:01:42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76)는 서울 청담동의 빌라 한 동을 부동산에 내놓았다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집을 보겠다며 찾아온 이가 중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쓰촨(四川)성의 한 호텔 경영자를 대리해서 찾은 이 중국인은 빌딩을 세울 땅을 찾는다고 했다. 강남의 수익형 부동산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중국 거부들이 서울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 자본의 서울 부동산 ‘쇼핑’이 거침없다. 사진은 중국인 쇼핑객의 관심을 끌고자 한 백화점이 옥상에 설치한 대형 ‘쿵푸팬더’ 풍선. 사진=연합뉴스


‘차이나머니’의 서울 부동산 쇼핑이 예사롭지 않다. 제주도에 머물던 투자가 강원도를 거쳐 서울 강남과 연남동을 비롯한 홍대 인근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좋은 ‘환경’을 쫓던 중화권 자본이 한류 열풍으로 인한 서울살이의 동경과 실익추구가 맞물려 수익형 투자로 바뀐 것이다. 명동에 머물던 중국인 관광이 서울 비중심지역으로 확산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인이 소유한 서울지역 토지는 4139필지(17만㎡, 2016년 6월 말 기준)로, 2013년 말(1537필지)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구로구의 경우 중국인의 부동산 거래건수가 2014년 1분기 21건에서 2015년 1분기 38건, 2016년 2분기 83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 빌딩 전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과거 조선족·화교 출신 서울 거주자가 집을 살 목적으로 부동산을 거래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중국 본토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중국의 부동산 투자 수익률 하락과 서울에 대한 동경,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 등이 투자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중에서도 연예인들의 방문이 빈번하고 패션·트렌드를 주도하는 청담동·압구정동·신사동에 자금이 집중된다. 중국인은 중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투자한다는 일종의 투자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빌딩 전문 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 등은 성형 관광 등을 겸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에게 강남의 주요 상권과 100억~200억 원대 매물을 소개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핫플레이스인 강남으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목 좋은 곳에 빌딩을 사려는 화교도 늘고 있다. 물건을 놓치지 않기 위해 4억~5억 원의 웃돈을 얹는 사례도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인들의 ‘식성’은 상업용 부동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실거주나 중국인 유학생 등을 상대로 한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6만 1940명(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6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취업자 가운데 46%(43만 7000명)는 조선족이다.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마포구 홍대 일대다. 인천·김포 공항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문화거리 홍대에 살려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마포구의 중국인 부동산 거래 건수는 2014년 18건에서 2015년 43건, 2016년 4월까지 1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대문구의 가재울뉴타운 파크뷰자이의 경우도 30가구가 중국인이 차지했다.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도 중국인이 10실을 사들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인 소유의 주택에서 한국인이 전·월세를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가 주택 매입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중국인은 2015년~2016년 2분기 강남·서초구의 9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를 17건이나 사들였다. 15억 원을 호가하는 마포구 합정동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중국인 10가구가 살고 있고,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서초구 반포자이의 경우 244㎡(전용면적) 규모 2가구는 각각 32억 원에 중국인에게 팔렸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도 12억 3000만 원에 사갔다. 부산 엘시티도 중국인이 17가구를 매입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서울 부동산 투자를 두고 지나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중국인들이 지나치게 비싼 값에 부동산을 사들이는 한편, 공인중개사들도 가격을 뻥튀기 하는 경우가 생겨 주변 부동산 시세를 덩달아 띄웠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2010년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됐을 때부터 서울로 중화권 자금 유입은 예견됐다”며 “투자 지역이 광범위 하고 수익성 좋은 부동산에 집중되다 보니 캐나다·호주 사례처럼 집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캐나다 밴쿠버 지역 주택거래 중 3분의 1이 중국인 소유다. 호주 부동산에도 2016년에만 240억 호주달러(약 21조원)를 투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핫클릭]

· [홍춘욱 경제팩트] 1990년대 일본 집값이 무너진 게 인구절벽 때문?
· 취업자 증가수·고용탄성치 하락세…2017년 취업시장 최악 전망
· [르포]얼어붙은 강남부동산, 11.3 대책 이후 1.5~2억 하락
· 도심 속 흉물 전락 ‘타운하우스’ 잔혹사
· 몰락이냐 변신이냐, 재래시장의 고민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