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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보호무역, 신기술·혁신으로 넘자”며, 정작 경영·채용 계획은 언감생심

총수들 신년사 핵심 키워드…‘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기업 줄줄이 연루돼 ‘불확실성’ 극대화

2017.01.03(Tue) 10:03:27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일 시무식 연단에 오른 재계 총수들은 신년사에서 변화·혁신을 통한 위기극복, 책임경영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대두되는 보호무역주의, 사드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 등 중국의 보복 무역, 글로벌 저성장이 재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따른 국정혼란과 사법당국의 기업 조사를 극복해보자는 의미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이 때 변화와 혁신, 기술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비즈한국DB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해 값비싼 경험을 치른 것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히 쇄신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고와 리콜·단종 사태가 기업 이미지를 한순간에 실추시키는 창사 이래 최대 사고였다는 언급이다. 

 

권 부회장은 “제품의 품질과 관련해서는 사소한 문제라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 공정 개선과 검증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2017년 위기경영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자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창사 50주년을 맞은 현대차그룹은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고, 사내 인터넷망에 별도의 신년사를 밝혔다. 정 회장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추진하자”고 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이 788만 대로, 2013년 이후 처음 800만 대에 못 미친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히 강고하던 내수 판매에서도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한 점이 치명적이다. 정 회장은 새로운 성장을 일구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고급차·친환경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높이자고 주문했다. 매년 1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자고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글로벌 825만 대다.

 

기존의 성장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자는 진취적인 얘기도 많이 나왔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가진 신년회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새로운 경영 환경을 볼 때 이전의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LG의 창업정신 되새기자. 시대의 변화 속에 성장의 기회와 위기 극복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 “높은 도덕성, 윤리의식이 있어야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딥 체인지(큰 변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새해 슬로건으로 정했다“며 △구성원의 패기 무장 △경영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재계 수장들의 이런 신년 포부는 당차지만, 실제 경영 현장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실정이다. 최순실 사태와 재계 오너들의 비리 연루 가능성, 검찰 조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새해 구체적인 경영계획은 물론 임원 인사까지 미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도 못하고 있어 통상적인 업무를 하는 하부 사업그룹을 제외하고는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롯데그룹 역시 임원 인사가 미뤄졌다. LG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의 공격 경영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조짐이 일면서 섣불리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재로선 지키는 전략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수침체까지 겹쳐 기업들이 방어 경영에 전념하는 바람에 신규 채용 계획도 안개속이다. 10대그룹 가운데 삼성·현대차·LG·SK·롯데·현대중공업, 6개 그룹이 아직 올해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10월, 5년간 7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실적이 악화된 다른 기업들도 신규 채용 인력을 대폭 감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대그룹 중 채용을 늘리는 곳은 GS와 한화 두 곳뿐이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하반기(10월 기준)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올 1분기 300인 이상 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은 8.8% 감소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의 채용시장도 대폭 줄었다는 뜻이다.

 

꾸준한 신규 직원 채용으로 고용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던 금융권도 올해는 인색하다. 핀테크 등 금융의 비대면 업무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점포 및 인력 축소에 나서면서 신규 인력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 조직의 슬림화와 효율성을 감안해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며 “사업계획은 물론 중장기 인력구조 분석 고려해 채용 규모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더 이상 대졸 신입 공채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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