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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1990년대 일본 집값이 무너진 게 인구절벽 때문?

미국 vs 일본, 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부동산시장의 비밀

2017.01.02(Mon) 14:39:56

주택 가격은 다양한 요인 중에서도 수요와 공급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분양 중인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사진=비즈한국DB


1990년 이후 최근까지 지속된 일본 부동산시장의 붕괴는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1970년 이후 세계 주요국 부동산시장 동향을 조사해보면, 유독 일본만 부동산시장이 붕괴된 채 장기불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국제결제은행의 실질부동산가격 통계를 보여주는데, 유독 일본만 주택가격이 급락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실질’ 부동산 가격이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주택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96이라면, 주택가격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4% 덜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스웨덴의 325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주택가격이 225% 포인트 더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주요국 실질 부동산 가격 비교(1995=100),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왜 일본 부동산시장만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했을까? 

 

여러 해답이 가능하겠지만, 최근 읽은 책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이재범·김영기, 프레너미, 2016년)​은 이 의문에 아주 귀한 힌트를 들려준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지만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제일 중요한 요소다. 한국 경우에도 노태우 정부 시절에 200만 호 건설 후 몇 년 동안 주택 가격은 안정화되었다. (중략) 이처럼 공급은 주택 가격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

 

1986년에서 1989년까지 버블로 상승했던 일본의 주택 가격이 199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서 오르지 못했던 이유가 단순히 일본 사람들에게서 ‘이제는 주택이 필요 없다’고 느꼈던 점이 아니었다. (중략)

 

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공급을 줄여버리면 간단하다. 공급 감소는 1~2년 내로 발생하진않는다. 인허가 받고 착공해서 준공까지 2~3년 시간이 걸린다. 공급을 줄여버리면 되었지만 일본은 그런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MLIT(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Transport and Tourism), 즉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폭락이 시작되었던 90년 이후에도 주택 공급은 전혀 줄지 않았다.

 

주택 착공 기준으로 보면 1992년에 약 140만 호가 공급되었다. 1996년에는 약 160만 호로 공급을 더욱 늘렸다. 그 후 지속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었지만 2008년에 약 109만 호가 착공이 될 정도로 계속적으로 100만 호 이상 공급이 되었다. 단 한 번도 주택 착공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었다. 2009년이 되어 약 79만 호 착공이 이뤄져 드디어 100만 호 밑으로 공급이 줄어들었다.

 

1990년을 전후한 일본 주택공급 추이, 출처: KB 경제연구소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고 난 다음에도 이렇게 많은 주택이 공급되니 가격이 회복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일본은 주택공급이 계속 증가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가 악화되자, 일본 정부는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펼쳤는데 그 재정지출의 상당수가 공공주택 공급에 투입되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주택건설 중심의 경기부양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만, 1990년대에는 부작용이 훨씬 더 컸다. 이미 주택시장에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주택건설을 더욱 촉진시킴으로써 ‘공급 과잉’을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택 공급 과잉은 다시 주택가격 하락 압력을 높이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반면 미국은 전혀 달랐다. 2006년을 전후해 부동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된 것은 일본과 마찬가지였지만, 미국의 주택 공급은 매우 탄력적으로 줄어들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주택착공건수는 171만 가구였지만, 2006년부터 2010년의 평균 착공건수는 87만 호로 이전에 비해 무려 49%나 줄어들었던 것이다. 

 

생산활동인구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흐름을 타며 사상 최고치에 다시 근접하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공급 부족’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리 주택 매수 심리가 식어도 주택 공급이 계속 줄어들면, 결국 괜찮은 입지의 신축주택에 대한 수요가 시작되며 부동산시장의 ‘바닥’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겠는가? 일본의 사례만 바라보며 ‘인구절벽=부동산 붕괴’ 주장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할 ‘현장의 실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신규주택 착공 및 건축허가 건수 추이, 출처: 미국 경제분석국(Bureau of Census)


미국 생산활동인구 비중과 실질주택가격 추이, 자료: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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