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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과징금 ‘퀄컴’, 세계 경쟁당국이 예의주시하는 까닭

특허·모뎀칩셋 장악 글로벌 단말기 시장 마음대로, 퀄컴 “공정위 상대 처분 불복 소송”

2016.12.29(Thu) 03:02:03

‘모바일 칩 시장의 최강자’인 퀄컴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 300억 원이란 사상최대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아야 했을까.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은 크게 2G 3G LTE 등 데이터 신호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 특허라이선스, 이를 처리하는 모뎀칩셋, 이를 장착하는 휴대폰 단말기 제조다. 

 

퀄컴은 특허라이선스와 모뎀칩셋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를 바탕으로 휴대폰 제조사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어왔고 경쟁 업체들의 진입을 차단해 왔다. 공정위는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건 것. 

 

퀄컴의 모뎀칩셋 스냅드래곤. 사진=퀄컴 제공


 

퀄컴은 표준 필수특허(SEP) 6000만 건을 넘게 보유하고 있다. SEP는 다른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해 하나의 SEP만 보유해도 완전한 독점력을 갖는 특성이 있다. 

 

퀄컴은 모뎀칩셋도 제작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뎀칩셋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그래픽처리장치, 베이스밴드, 와이파이칩 등 다양한 기능을 요구한다. 퀄컴은 이러한 핵심 기능을 하나에 담은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판매해 왔고 현재 대다수의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다. 

 

퀄컴의 횡포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다. 퀄컴은 인텔, 미디어텍, 비아 등 모뎀칩셋 경쟁사에 라이선스를 거절하거나 제한적으로 공급해 왔다. SEP는 국제표준으로 경쟁사와 라이선스를 공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퀄컴 이외의 다른 모뎀 칩셋 업체들이 스냅드래곤과 같은 모바일 칩셋을 만들기 위해 퀄컴의 SEP를 제공받아야 했지만 퀄컴은 이를 거부한 것. 

 

퀄컴은 경쟁사가 아닌 휴대폰 제조사에 직접 SEP를 제공하고 라이선스를 맺지 않는 제조사에는 모뎀칩셋도 공급하지 않았다. 퀄컴은 휴대전화 제조사로부터 단말기 가격의 약 5%에 해당하는 특허권 사용료(로열티)를 따로 받아 고가의 스마트폰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챙겼다. 또한 퀄컴은 전 세계 200개의 휴대폰사가 보유한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퀄컴은 2G·3G·LTE 라이선스를 끼워 팔거나 모뎀칩셋과 라이선스를 끼워 팔며 과도한 특허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모뎀칩셋을 생산하면서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 모바일 칩셋을 넣기 위해 퀄컴에 라이선스 제공을 요청했으나 지나친 금액을 요구해 퀄컴 제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다. 협상도 사실상 불가능해 퀄컴의 요구대로 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퀄컴 모뎀칩셋은 휴대폰 제조사에게 안전한 제품이 되는 반면 경쟁사 모뎀칩셋은 특허 라이선스 없는 하자있는 제품으로 오인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결국 2008년 기준 도이치뱅크가 선정한 전 세계 주요 11개 모뎀칩셋 제조사 중 9개사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2008년 대비 전체 모뎀칩셋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으나 퀄컴의 라이선스 거절 등으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경쟁사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방식으로 퀄컴은 2015년 기준 전 세계 4G, 2G 시장에서 각각 69.4%, 83.1%를 점유하고 있다. 퀄컴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 251억 달러(약 30조 3600억 원) 중 특허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9억 달러(약 10조 원)을 기록하며 30%에 달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전체 매출에서 20%를 한국에서 거두고 있으며 한국에서만 연간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특허 사용료를 챙기는 것으로 파악한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퀄컴에 휴대폰 제조업체가 퀄컴의 특허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부당한 계약 조건 강요를 금지와 다른 모뎀칩셋 제조사의 판매 활동을 제한할 수 없도록 시정명령했다.

 

공정위 결정은 공식 의결서가 나와야 효력을 발휘하는데 통상 의결서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려 이번 조치로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퀄컴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대로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퀄컴 관계자는 “휴대폰이 제대로 작동하고 포괄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각종 리스크를 무릅쓰고 개발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삼은 한국 시장 매출과 관련해 당사 전체 매출의 20% 비중이라는 지적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퀄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전 세계 경쟁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9년에도 퀄컴이 2G 이동통신 기술을 휴대폰 제조사에게 라이선싱 하면서 경쟁사의 칩을 사용하는 경우 높은 로열티 부과, 휴대폰 제조사에게 전량 구매 조건으로 리베이트 제공, 특허권 소멸 후에도 종전 기술로열티의 50%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행위를 적발해 273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에도 퀄컴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2월 중국 경쟁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해 2월 휴대폰사에 대한 과도한 로열티, 특허 끼워팔기 등을 시정조치하고 벌금 약 1조원을 부과했다. 일본 경쟁당국은 퀄컴이 휴대폰사에게 무상 크로스그랜트를 요구하는 행위를 시정조치했다. 미국, 대만, EU 경쟁당국도 퀄컴의 특허남용, 조건부 리베이트, 경쟁사 배제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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