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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속도 최저…자금경색 ‘질식’ 우려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0.683 기록…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악화 전망

2016.12.21(Wed) 14:00:52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꾸리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는 등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갖은 정책을 쓰고 있지만 시중의 자금 흐름은 갈수록 막히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향후 경기에 갖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금 경색으로 인해 자칫 한국 경제가 ‘질식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기업들의 몸 사리기가 심해진 데다 시민들의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021포인트 떨어진 0.683을 기록했다. 이러한 통화유통속도는 관련 통계가 나온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 것으로, 이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금융시장에 풀린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화유통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0.9 수준을 넘어섰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 자금 흐름이 얼어붙으면서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했다. 하지만 통화유통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도 0.750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다. 현재 국내 자금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나쁜 셈이다. 

 

올 3분기 통화유통속도가 관련 통계가 나온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시장에 풀린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픽=이세윤


정부는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11조 규모의 추경안이 통과되자 경기를 부양한다며 9월에만 6조 9000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시중 자금 경색은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한은이 6월에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자금 흐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취하고, 한은이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하며 시중에 자금 공급을 늘렸음에도 자금 경색이 더욱 심해진 이유는 기업과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과 가계의 예금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예금은행에 기업과 가계가 넣어놓은 예금액은 10월 말 현재 1222조 5520억 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기업과 가계의 예금액은 58조 8246억 원 늘어났다.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돈을 쓰기보다 모아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기업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보다는 장기간 은행에 넣어두는 적금과 같은 저축성 예금에 더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다. 기업의 예금액 중에서 86.4%가 저축성 예금에 몰려있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 비율이 52.1%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다. 이는 기업들이 당분간 투자에 나서지 않을 뜻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기업들의 이러한 몸 사리기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1일 공식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첫 수사 화살을 삼성 등 대기업에 쐈다. 특검팀은 이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동시 압수수색하면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는지를 집중수사 중이다. 이처럼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가 기업을 향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돈을 쓰거나 투자 계획을 세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은이 기업들의 향후 6개월 경기 상황 전망을 조사한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제조업의 경우 72, 비제조업은 73을 기록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경기 전망이 나쁜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기업들이 보는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탓에 국내 정치의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기업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AI(조류독감) 부실 대응에서 나타났듯이 정부와 정치권이 중요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도 못하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가계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과 가계 등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중 자금이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가 자금 경색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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