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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과학을 즐겨라,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NL)

2016.12.16(Fri) 16:57:05

A가 산에 오른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전문 산악인과 같은 지식과 기술이나 장비는 없다. 근교의 낮은 산이지만 그래도 휴일이면 그는 산에 오른다. 땀이 나고 숨이 차오르지만 산에 올라서 맞이하는 맑은 바람과 풍경은 그 몇 배의 보상이다. 그는 산을 좋아한다.

 

B는 학생 시절 산악부였다. 산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여러 교육을 받았다. 그는 산에 오르기만 하지 않는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가 가진 지식과 생각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눈다. 그는 산을 좋아한다.

 

C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운영자이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 공간에서 여러 정보를 나누고 함께 산에 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커뮤니티들과 공동의 이벤트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는 산을 좋아한다.

 

전문 또는 전업 산악인이 아니어도 위와 같이 산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이런 사람들 중에 전업 산악인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는 그 경계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산이 아니라 음악으로 이야기를 바꾸어 보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듣는 사람, 평론하는 사람…. 취미이든 직업이든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더 발전하길 바라고 함께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 그 또한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분야는 토대가 깊고 넓어진다.

 

산을 즐기는 데에 남녀노소와 직업 차이가 없듯, 과학도 점점 더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한동안 과학은 그런 분야들과 같은 처지에 있지 못했다. 과학과 기술의 성과들을 누리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잘못된 사용의 폐해를 겪기도 하면서도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영역이었고 정부와 대자본만의 소유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과학대중화, 대중의 과학화, 과학문화의 확산 등 여러 이름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성과는 어린 학생들의 과학 교육 부문에 집중되었던 것 같다. 매체에서 과학을 다룰 때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눈요깃거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아직도 한국의 포털에서는 뉴스 카테고리에 과학이 없거나 IT 분야에 더부살이를 한다.

 

그래도 그동안의 여러 노력들이 그리 헛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 들어서 조금씩 한국의 과학문화(아직 학자들마다 그 정의가 제각각이니 깊게 생각 말고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는 뜻과 비슷하게 받아들이고 써보자. 마치 야구문화나 등산문화처럼)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이 보인다. 성인을 대상으로 과학을 다루는 팟캐스트가 생겨나고 대중 과학강연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청중이 몰린다. 꽤나 수준 깊은 과학책의 독자층이 조금씩 늘어났고 독서토론이나 대학 수준의 스터디를 하는 모임이 생겨났다. 연극, 미술 등의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의 공로는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게만 있지 않을 것 같다. 과학을 더 알고 싶어하는, 그리고 그 요구를 실천하는 대중. 과학기술을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대중에게 다가간 과학기술자. 이들을 여러모로 지원하는 공공기관 등 모두의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 어딘가에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과학자와 대중,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 바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이다. 

 

올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의 포스터. 서울에서는 12월 24일에 열린다.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전통적으로 이들의 영역은 교육이나 언론 또는 출판이었지만 요즘은 그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나 블로그, SNS 등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강연과 공연 등을 하기도 한다. 재밌게도, 때에 따라 엔터테이너 기질이 필요하기도 한 이들을 찾아내는 오디션 프로그램 ‘페임랩(FameLab)’이 있다. 

 

2005년 영국의 첼튼엄 과학축제(Cheltenham Science Festival)에서 시작된 페임랩은 과학 분야의 전공자/직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3분 동안 과학을 대중에게 가장 잘 이야기하는 사람을 뽑는 대회이다. 페임랩은 이내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30여 개국에서 국가대표(?)를 뽑아 첼튼엄 과학축제에서 국제대회를 여는 빅 이벤트가 되었다.

 

지난 8월에 열린 SNL. 사진=미래창조과학부 블로그


한국 대회는 영국문화원,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함께하여 2014년부터 시작되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발굴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것이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과학쇼는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가 함께 하며 관객도 함께 즐기는 파티이다. 

 

이번으로 4회째인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에서 색다른 성탄 전야 파티를 하는 것도 또 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참가신청: http://apply.kofac.re.kr/apply/baseInfo.do?id=302) 즐겨보시라, 과학을.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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