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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여자가 원하는 슈트의 정석, 킹스맨보다 손석희

원칙을 고수하기보단 유연하게 자신만의 규칙으로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2016.12.13(Tue) 10:19:12

여자들은 슈트를 잘 입은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남자들이 긴 생머리 여자에게 느끼는 그런 감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시절이 어수선하다. TV는 온통 뉴스다. 뉴스의 기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양파처럼 까도까도 또 신비한 이야기들을 알려준다. TV뉴스를 매일 빠짐없이 챙기다보니 손석희 앵커의 슈트가 눈에 들어왔다. 나뿐 아니라 여자들이라면 한 번쯤 그의 슈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거다. 매일 같은 색의 감색 슈트에 타이 색만 바꿔 매었을 뿐인데, 그에게선 정갈한 이미지와 더불어 매너와 신뢰가 엿보인다. 여자들이 원하는 슈트를 입은 남자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즉 슈트는 자신의 몸에 맞는 색과 핏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입으면 된다. 여자들이 원하는 ‘킹스맨’의 콜린 퍼스가 아니라는 말.

 

슈트는 자신의 몸에 맞는 색과 핏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입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손석희 앵커는 여자들이 원하는 슈트를 입은 남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그러했듯 자신의 몸에 맞지 않게 커다란 사이즈의 슈트를 입는 것도 문제이지만, 몸을 갑옷처럼 덮어 부자연스러운 타이트한 사이즈의 슈트를 마치 잘 입은 슈트 스타일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 요즘 남자들의 잘못 입은 슈트의 사례이다. 슈트 입는 법을 책을 보고 배웠다고 할까.

 

사람은 슈트를 입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걷고 의자에 앉고, 무릎을 구부리고 등을 펴면서 활동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마네킹에 입히듯 고정되어 맞춰졌거나, 한 조각의 주름도 용납하지 못하도록 손을 본 슈트는 결국 하루종일 불편하기 마련이다. 외려 활동 시 자연스러운 주름이 생기고, 다시 편안한 자세에서는 그 주름이 펴져야 건강한 슈트다.

 

슈트는 답답하고 딱딱한 의복이 아니다. 원래 연미복의 경직성을 떨쳐버리려던 정신에서 출현한, 그러니까 도시 생활에서의 여유를 목적으로 한 라운지 슈트가 현대 슈트가 생겨난 배경이다. 그때의 관점에서 보면 슈트는 캐주얼복이다.

 

슈트는 ‘원칙’과 ‘유연함’ 두 개의 날개를 지녔다. 지켜야 할 원칙은 전통만큼이나 많다. 투버튼 재킷의 아래 버튼과 더블 브레스트 재킷의 마지막 버튼은 채워서는 안 되고, 셔츠의 깃은 재킷의 라펠 밖으로 나와선 안된다. 셔츠의 소매 끝은 재킷 밖으로 보여야 하고, 셔츠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야 한다. 타이는 딤플이 생기게 매듭을 지어야 하고, 슈트에 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는 것들은 아니다. 슈트 또한 사람이 입는 옷이니 유연함은 개인의 자유다. 

 

슈트에는 지켜야 할 원칙이 많지만 자신만의 규칙이 먼저다. 남의 옷을 통째로 베끼기보다는 좋은 부분을 자신에게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슈트를 멋지게 입었다고 말하는 남자들은 원칙을 자신만의 규칙 뒤에 놓는다. 요즘은 셔츠 대신 터틀넥 니트톱을 매칭하기도 하고, 캐주얼한 차림에만 하는 버튼다운 셔츠에 타이를 매기도 하고, 아에 타이를 매지 않는 스타일도 선보인다. 물론 처음에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을 가지기까지 슈트의 역사와 전통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옷차림의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의 룩을 참고하더라고 디스플레이된 룩을 통째로 사듯 완전히 따라 입기보단, 좋은 부분을 자신에게 맞게 재해석하고 달리 적용시키려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20대의 젊고 마른 모델이 입은 슈트는 아무리 좋은 테일러나 디자이너가 만들어도 멋지지 않다. 날씬하고 표준화된 모델들의 신체는 그 슈트가 어떠한 개선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키도 작고 적당히 배도 나왔으며, 인생의 무게가 얼굴에 드리운 우리 주변의 남자가 자신의 체형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입은 슈트가 더 아름답다는 말. 그것이 슈트의 본질이다. 

 

인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가치, 그것이 전통이나 규범에 맞느냐 아니냐보다 언제나 우선하기 때문이다.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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