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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박근혜, ‘신정아·변양균 판례’ 득템?

대법 “막연한 기대나 직무집행과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한 제3자 금품공여는 부정한 청탁 아냐” 무죄 선고

2016.12.13(Tue) 10:13:11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위해 녹취 파일 등 증거 분석이 한창인 가운데, 법조계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처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정농단 과정에서 청와대 기밀 문건이 빠져 나가는 등의 부수적인 혐의들은 몰라도, 법리적으로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여러 요건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씨의 스캔들 사건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신정아 씨의 제3자 뇌물죄에 대해 무죄 선고를 했다. 사진=비즈한국DB


제3자 뇌물죄 구성 요건부터 짚어보자. 판례에 따르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것은 돈을 건넨 측에서 의뢰한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부당한 경우여야 한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만든 미르·K스포츠 재단처럼 공익법인의 경우 이를 적용하려면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더라도 그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지급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즉 대기업들이 대가를 목적으로 돈을 건네고, 박 대통령도 대가를 주겠다고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학력을 위조하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신정아 스캔들 사건이 비슷한 예다. 신 씨와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 씨를 위해 2005~2010년 10개 기업에게 신 씨가 학예실장으로 있던 성곡미술관에 총 8억 5000만 원을 후원하도록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기업들의 후원금이 변 전 실장의 ‘위치’를 감안해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변 전 실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며 “막연히 선처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해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원이 먼저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적시했다. 변 전 실장이 먼저 요구하고, 기업들이 ‘막연한 선처’를 기대하며 줬어도 직무집행과 무관하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2006도8950).

 

이 문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설명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판례일 정도인데,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적용하면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할 때 검찰 수사 무마나 사면 등을 기대했다고 하더라도, 재단 성격에 대해 ‘공익적이었을 뿐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박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대법원이 스스로의 판례를 뒤집기가 힘들기 때문에 같은 맥락(무죄)을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후 첫 촛불집회가 열리는 1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종로구 자하문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재경지법의 한 검찰 관계자는 “그 판례에 따르면 공익재단을 위해 기업을 불러다가 모금을 요청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한 요청은 없었다는 게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일관된 주장 아니냐”며 “묵시적으로 기업 총수들이 바라는 게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면 대법원 판례에 정확하게 부합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제3자 뇌물수수죄 처벌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그럼에도 특검이 뇌물죄로 기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적 분노를 감안할 때 법원의 판단을 우려해 기소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법리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이미 넘어갔다”며 ”어차피 해체될 특검 입장에서는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법원에 기소하는 방법으로 ‘보여주기식 성과’만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원 관계자 역시 “이번 사건을 특검이 어떻게 만들어서 넘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무죄가 나올, 다소 무리한 내용들이 혐의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평했다.

 

사무실을 꾸린 박영수 특검팀은 어제(12일) 오후부터 대치빌딩으로 출근해 기록검토에 착수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오전 10시 2차 파견검사 10명과 첫 상견례를 하고 본격 수사 준비했는데, 1차로 이미 특검에 합류한 10명의 파견검사에 이어 이번 2차 파견검사 10명 중에도 특수통 검사가 다수였다. 특검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기업 수사에 밝은 특수통 검사를 대거 투입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거친 이지형 검사(사법연수원 33기)와 이방현 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되는데 대구지검과 인천지검에서 차출된 호승진(사법연수원 37기), 배문기 검사(사법연수원 32기)도 특수라인이다. 녹취 파일 등 검찰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 중인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참고인 등 소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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