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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M16·AK-47 이후 50년, 개인화기의 혁신은 이뤄질 것인가?

자동조준 사격, 초소형 미사일 그래도 뭔가 부족해

2016.12.11(Sun) 18:03:17

누구나 아는 이야기로 이번 칼럼을 시작해 보자. 50년 전에 만들어진 F-86 세이버 전투기가 최신예 전투기인 F-35와 싸워 이길 가능성은 몇 퍼센트(%)인가? 혹은, 50년 전에 만들어진 플래처급 구축함이 최신예 구축함인 줌왈트급과 싸워 이길 가능성은 몇 %인가? 당연히 하늘의 도움이나 마법의 힘이 아닌 이상, 과거의 무기들이 현재의 최신무기를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50년 전에 만들어진 AK-47 자동소총과, 지난해에 등장한 최신예 소총 SIG MCX를 든 두 병사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숙련도와 여건에 따라 수십 년 전의 소총은 최신예 소총과 싸워 능히 이기고도 남는다. 자동소총을 비롯한 개인화기 기술이 수십 년 동안 넘지 못한 기술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세계최초의돌격소총 StG44. 사진=cheaperthandirt 캡쳐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만든 StG44는 세계 최초의 돌격소총으로, 보병 화력에 혁신을 가져다 준 기념비적인 물건이다. 위력이 부족한 권총탄을 쏘지만, 연발 사격이 가능한 기관단총과 위력과 사거리가 충분하지만 연발 사격이 안되는 소총의 장점만 결합하여 등장한 돌격소총은, 병사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화력을 크게 늘려, 보병의 전투력에 혁신을 가져다줬다. 

 

문제는 돌격소총이 등장한 이후 화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이 나오지 못한 것이다. 미국과 옛 소련은 각자 M16과 AK-47이라는 명품 돌격소총을 만든 이후, 상대방과의 보병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위해 새로운 소총에 대한 별별 연구와 개발을 수행했다. 

 

AAI사가만든 ACR라이플 후보. 사진-3gn.ar15 캡처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1980년대 미군의 ACR(Advanced Combat Rifle) 계획이다. 이때 미군은 ‘스타워즈’로 우주에서도 전쟁을 벌인다는 거창한 계획 하에, 지금까지도 완전히 실용화되지 못한 신무기들을 수 없이 연구했고, 이런 분위기에 소총을(벌써 20년 쓴) M16으로 만족하기에는 미국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CR라는 새로운 자동소총을 위해 각국의 총기 회사들은 혁신적인 개념의 소총을 제안했는데, 콜트가 제안한 ‘듀플렉스’ 소총은, 기존 M16 소총탄과 모양은 똑같지만, 한 발의 총알 안에 탄두를 두 개 넣어, 남이 1발 발사할 동안 2발의 총알을 맞추자는 개념을 제시했고,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사는 ‘플래쉐트’라는 화살형 특수탄을 사용해 방탄복을 관통하면서 총알의 무게를 줄였다. 

 

독일의 HK사는 구리 탄피를 없앤 무탄피 총알로 병사 1명이 1000발이 넘는 탄약을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ACR 계획은 의욕적인 목표와 달리, 실제로는 큰 성능 향상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일반 소총보다 좋긴 한데, 몇 배의 돈을 들여서까지 투자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결론을 맺고 미군은 M16을 계속 사용했다.

 

ACR을 대신할 차세대 소총인 OICW(Objective Individual Combat Weapon)는 그래서 기존 M16 총알을그대로 쓰지만, 그 대신 조준기에 첨단 전자기술을 사용하고 두 가지 탄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개발이취소된 XM29 소총. 사진=military-today 캡처


OICW는 전투기나 공격헬기와 같이 적외선 망원경과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가지고, 소형화된 폭발 유탄을 발사해서 적을 공격했다. 기존 총알은 근거리에서 쓰고, 새로 만든 폭발 유탄은 적의 머리 위에서 자동으로 터지는 컴퓨터 신관을 탑재했다. 머리 위에서 터지니 방탄복을 입어도 피해를 입기 쉬워 살상력이 강할 것이라는 게 처음 계획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고급 컴퓨터 망원경, 유탄발사기, 자동소총을 하나의 무기로 묶어 놓자니 고장도 빈발하고 무게를 줄이는 데에도 너무 힘들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총을 방아쇠 하나로 당기는 것, 적을 조준하면 자동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것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결국 미국은 OICW XM29 소총의 배치를 포기했다.

 

한국은 미국의 OICW를 모방한 복합 소총을 만들었는데, 미국과 달리 실용화에 성공했다. K-11 복합 소총이 그것이다. K-11은 미국도 개발하지 못한 무기를 우리가 만든 국방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K-11 역시 탄약의 폭발사고, 사격 통제 장비의 빈발한 고장 등 문제가 속출하여 제작사인 S&T 대우와 국방과학 연구소가 결함을 수정 중이다.

 

현재 개선 작업 중인 K11 복합소총. 사진=유용원의군사세계 캡처


이렇듯 인류는 50년 동안 돌격소총의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OICW와 K-11도 이미 40년 전 미국에서 SPIW(Special Purpose Infantry Weapon)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스웨덴에서 XM1970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었다

 

포기된 복합화기 개념을 다시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이다. 탄약과 소총의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50년간 자동소총의 기술이 정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다. 자동소총의 탄약과 위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실전 경험을 통해 최적화되고 보조 장비들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 군의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나 미군의 ‘넵튠 스피어’(빈 라덴 사살작전)에 쓰인 HK416은 겉으로는 M16과 똑같이 생겼지만, 2만 발 이상 작동해도 고장이 나지 않는 엄청난 신뢰성을 얻었다. 구조는 비슷해도 경험과 컴퓨터를 사용한 시뮬레이션이 효과를 본 덕분이다. 

 

사격술 역시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엄청나게 발전되었다. 자동소총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달리, 대 테러 전이나 침투임무의 특수전 부대들이 열심히 연마하고 연구한 결과, 자동소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쏘는 자세와 행동이 발명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격술이 나왔다. 권총에는 ‘위버 자세’, 자동소총에는 ‘크리스 그립’ 같은 새로운 자세들이 그것이다. 

 

자동소총에 붙는 부가 장비들은 기술력이 가장 발달한 부분이다. ‘피카트니 레일’ 이라는, 총에 붙이는 레일의 발명 이후 자동소총과 기관단총에는 온갖 종류의 라이트, 레이저 표적 지시기, 스코프를 편리하게 붙이게 되었다. 인체공학적 이유, 혹은 사격술에 어울리는 자세를 위한 손잡이나 개머리판들이 수천 가지 발매됐다. 

 

가늠자와 가늠쇠 대신 조준하는 도트 사이트, 홀로그래픽 사이트와 같은 신형 조준기들은 근접 교전에서 더욱 빨리 조준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현대적인 이론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적절한 부가 장비를 장착한 소총들은 병사를 무적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번개 같은 행동으로 적보다 빨리 공격을 개시하는 점에서는 엄청난 발전이 일어난 셈이다.

 

자동조준기능이 있는Tracking Point 저격총. 사진=Tracking Point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을 비롯한 그 누구도 아직 확신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 가지 살펴볼 부분들은 있는데,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은 ‘자동 조준 스코프’이다. Tracking Point 라는 회사가 처음 선보인 이 개념은 스코프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 그리고 전자식 방아쇠를 조합해서 사수의 손떨림이나 호흡으로 생기는 오차를 보정해준다. 총알을 날릴 곳을 찍으면, 총이 그 곳을 정확히 바라볼 때 자동으로 총알이 발사되는 원리다.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안경을 연결해서 벽 너머의 적을 쏠 수도 있다. 

 

레이시온의 PIKE미사일. 사진=레이시온 캡처


두 번째로 볼 것은 ‘초소형 미사일‘이다. 레이시온의 PIKE 초소형 미사일은 40mm 유탄 발사기에서 발사해서 적을 공격한다. 레이저로 적의 위치를 잡아줘야 하지만, 기존의 유탄보다 훨씬 정확하므로 미사일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21세기가 4반세기가 지난 시점에는, SF 소설에 등장하는 레이저 소총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놀라게 할 혁신적인 소총이 아마 등장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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