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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바보야 문제는 ‘탄’이야…저탄고지 체험기의 끝

밥보다 설탕이 문제…그놈의 술이 최대 방해꾼

2016.12.10(Sat) 11:30:57

처음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를 시작하게 된 건 내가 뚱뚱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탄고지에 큰 관심도 없었으리라. 살은 인류 최대의 적 중 하나다. 또한 가장 강력한 적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이 커피를 마실 점심시간의 풍경. 사진=김태현 기자


저탄고지를 접한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저탄고지 유행을 따르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지방의 누명’으로부터 시작됐다.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급속하게 살이 찐 나를 평소 안타깝게 여겼던 주변인이 ‘너에게 딱 맞는 방법이다’라며 추천해줬다.  

 

아닌 게 아니라 ‘기자’는 매일 같이 약속이 있다. 그 약속은 대개 육류에 알콜을 섭취한다. 매일 그렇게 먹으니 하루가 다르게 몸이 불어갔다. ‘고기 때문에 살찐다’고 생각했다. 저탄고지를 실천하면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저탄고지를 하며 매일 같이 영양성분표를 보고 먹는 걸 체크하다보니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점이 있다. 매일 같이 엄청나게 많은 설탕을 시시각각 섭취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식. 불고기, 제육볶음 등은 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설탕 범벅이다. 그것을 알고 난 뒤에 입에 넣는 것이 망설여진다. 간식으로 먹는 과자, 빵, 빙수, 커피 제조 음료에도 설탕이 무자비하게 들어간다. 

 

설탕만이 아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바꾸기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다 보니, 얼마나 많은 탄수화물을 먹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인사말로 쓰이는 ‘밥 먹고 하자’처럼 밥은 어디나 빠지지 않는다. 라면,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저탄고지의 일환으로 차돌박이를 먹었다. 사진=김태현 기자


이렇게 먹던 음식들을 내 식단에서 삭제한 지 2개월하고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자리, 예를 들면 어려운 분이 ‘왜 밥을 안 드세요’ 할 때 억지로 몇 숟가락 먹은 것 말고는 나름 철저하게 지킨 것 같다. 물론 술은 여전히 못 끊었다. 술은 어쩔 수 없이 많이 마셨다.

 

저탄고지의 장점은 확실히 식욕을 많이 줄여준다는 것이다. 먹고 싶다는 욕구를 줄여 저절로 다이어트 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초기에 먹고 싶은 음식이 별처럼 많았던 밤이 지나면, 이후부터는 먹고 싶은 음식 생각도 많이 줄어든다. 개인적 경험에서 이런 좋은 효과를 무너뜨리는 게 술인 것 같다. 완전히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면 ‘꽐라’만 되면 ‘자니?’라고 묻는 못된 술버릇처럼 예전의 식욕이 알아서 돌아온다. 술자리가 많은 직업상 그게 가장 힘들었다. 

 

2개월간 저탄고지를 실천한 결과 약 9kg 정도 빠졌다. 초기에는 술도 안 마시고 약속도 미루며 철저히 지켰다. 그때는 엄청난 속도로 빠졌다. 그러다 약속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술을 마시며 빠지는 속도가 줄었다. 더 철저히 했다면 2개월간 더 빠졌을 것 같긴 하다.

 

저탄고지의 일환으로 돼지고기를 먹었다. 사진=김태현 기자


저탄고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물론 의견은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참고 정도만 하기 바란다. 저탄고지에서 ‘고지’보다는 ‘저탄’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TV에서처럼 억지로 지방을 더 먹는 것보다는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초기에는 먹고 싶은 게 엄청나게 많아도 조금만 참아보자. 시작하고 2주 정도인 초기에는 혹독하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초기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10g도 안 된 날이 많았다. 

 

2개월여가 지나고 난 뒤, 지금은 어쩔 수 없을 때는 조금씩 탄수화물을 먹는다. 모두가 라면을 먹을 때면 나는 절반만 먹는다. 밥도 약간씩 먹는다. 저탄고지의 핵심인 설탕,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느 정도 타협 가능성은 열어둔다. 저탄고지를 언제까지 할 거냐고? 앞으로도 쭉 설탕은 거의 먹지 않고,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과하지 않게 그러나 피하지 않는 식습관을 할 것 같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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