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인터뷰(1)’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경제적 이슈가 많다. 어떻게 바라보나.
“그동안 우리나라가 너무 잘해와서 고생하고 있는 거다. 1945년 이후 독립한 식민지 출신 국가 중 세계에서 한국과 대만, 딱 두 나라만 선진국이 됐다. 경제적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펼치고 있는 촛불시위 등의 모습은 다른 권위주의적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게 가능한 것은 한국 경제가 그동안 대단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1960년 이후 연평균 대략 6.0% 정도 성장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년여 동안은 저성장 문제가 계속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이런 저성장 문제가 앞으로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공포, 우려가 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 문제는 이제 세계적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사회에 수많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성장’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평등 문제 등이 부각되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니계수 및 소득불평등지수, 자산불평등 문제 등과 관련된 숫자를 살펴보면, 가장 최악이었던 시절은 2006~2007년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자 되세요’ 이런 광고들이 히트를 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불평등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평등을 느끼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원인은 뭘까. 결국 나눠가질 파이가 작아지고, 파이의 성장속도가 예전에 비해 둔화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다.”
―그렇다면 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 사람에 투자하는 것, 두 번째 물적 자본에 투자하는 것, 세 번째는 기술혁신 또는 협업의 기술이다. 그런데 한국은 사람에 더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편이다. 오히려 그 투자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게 문제다. 이어 설비투자 확대 역시 한국의 설비투자 레벨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GDP 대비 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그걸 더 높이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다.”
“결국 남아있는 방법은 성장 속도가 앞서 두 분야에서는 둔화되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창의적인 부분, 기술혁신 및 협업에서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은 추상적이고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었던 게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었다. 다만 얼마나 구체적으로 대안을 가지고 잘 진행했느냐의 문제는 있는 거다. 어떻게든 인적·자본 투자를 효율적으로, 기술혁신을 더 유도할 수 있게끔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 전망은.
“비관도 낙관도 없는 재미 없는 전망이다. 수출은 회복될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억눌렀던 가장 큰 요인이 수출부진이었는데, 이건 좀 개선될 징후가 보인다. 반면 내수는 부동산 시장이 거의 유일하게 내수경제를 이끌었는데, 부동산 경기가 최근 금리도 오르고 정부 규제도 있어 빠르게 상승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보다 내년에 긍정적인 것은 수출, 부정적인 면은 건설이다. 희망을 약간 섞어서 수출회복이 이뤄지면 그래도 선순환이 나타날 여지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현 정국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다.
“6·10 항쟁이 있었던 1987년 2분기 성장률이 얼마였는지 알고 있나. 10%가 넘었다. 나라가 마비돼도 경제는 돌아간다. 물론 정국이 마비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폭이나 깊이가 얼마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지나보면 명쾌해 보이지만 그 안에 있을 때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비슷한 역사의 사례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안정적인 경제구조가 된 측면이 있다. 그렇게도 긍정적으로 애써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코노미스트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데, 어떤 점 때문에 신뢰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진실, 팩트에 접근하기 위해 이 사람이 노력하는구나’ 하고 인정받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얼마 전 영화 ‘부산행’을 보는데 펀드매니저를 개미핥기라고 묘사하더라. 그런 편견에 우리도 들어간다. 주식시장에서 기관의 이익을 위해서만 복무하는 편향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타당한 근거를 밝히고 그 근거를 찾기 위해 공부하는 태도와 꾸준함을 보여줘야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신뢰를 얻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뿐, 그렇게 신뢰를 얻었다고 보기는 아직도 멀고도 먼 길이 남았다.”
―독자들 중에는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사나 책을 접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팩트를 따져보라는 거다. 수많은 정보의 소음 속에서 제대로 된 진실을 발견하는 방법은 통계를 알고, 이해하고 수학적 사고를 하는 수밖에 없다. 직접 확인해보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귀찮아서 안 한다. 점검하고 체크하라. 반대편 의견은 없는가 들어봐라. 반증해봐라.”
―‘비즈한국’에 칼럼을 쓰기로 했다. 계획하는 방향이나 주제는.
“책을 읽다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으면 그것과 엮어서 쓰려고 한다. ‘그 대목이 정말 맞는지 확인해봅시다’는 형식으로.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고자 한다. 누구나 다 하는 건 재미가 없지 않나. 상식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큼 충격을 주는 건 없다. 내가 혹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런 부분을 알려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글 주제가 될 거라 생각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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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인터뷰(1) “책 속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