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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겨울 남자는 모자로부터 시작된다

모자를 제대로 쓸 때, 남자의 스타일이 빛난다

2016.11.29(Tue) 13:41:38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들의 리얼 모자 룩에 관한 이야기

 

부쩍 날이 추워졌다. 온몸을 꽁꽁 싸매고 머플러에 장갑을 모두 갖추어도 바람은 어느새 몸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럴 땐 모자의 부재가 아쉽다. 보온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두껍게 겹겹이 옷을 칭칭 감아 멋을 내도 드러나지가 않을 때, 멋내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들에게 더 그러하다. 

 

얼마 전 이중섭 화가의  전시회를 찾았다. (그의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관심을 끌었던 건 아내를 향한 로맨틱한 편지, 그리고  한눈에 봐도 반할 만큼 매력적인 그의 사진이었다. 반듯한 이목구비를 빛내던, 한쪽 편을 비스듬하게 쓴 그의 모자가 잊히지 않았다. 이 남자는 자신을 어떻게 꾸미는 것이 제대로 드러내는 건지 아는 것 같았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이자 멋쟁이였던 것. 

 

몇 안 되는 남자의 액세서리 중 모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할 보물과도 같은 소품이다. 길을 지나다 모자를 제대로 스타일링한 남자를 본다면 여자들은 ‘이 남자 꽤나 세련됐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모자를 편히 쓴 남자들도, 제대로 쓴 남자들도 보기 힘들단 얘기다.

 

과거에 모자는 신분과 지위를 드러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사진=BBC 홈페이지


남자에게 모자는 신분을 드러내는 도구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물론 요즘은 모자가 남자의 지위를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서양의 역사나 한국의 역사에서 모자는 명백히 신분을 나타내는 주요 도구였다. 머리를 장식하지 않고 맨 머리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자신이 최하층임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노동자 계급은 주로 앞부분에 챙이 달린 모자나 심플한 펠트 모자를 착용했고 중상류층은 테가 둥글거나 원통형의 모자 또는 챙이 말린 높이가 낮은 중절모인 페도라를 썼다. 여하튼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신분에 관계없이 남자들은 여러 개의 모자를 옷장에 넣어두었다.

 

그랬던 모자도 1950년대가 되면서 현대화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되고, 모자 브랜드들은 판매를 독려할 광고를 시작한다. ‘모자는 유명한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필수품이며,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모자를 착용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생각과 당신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 ‘성공을 원하나? 그러면 모자를 착용해라.’ 모자를 성공의 상징으로 묘사하며  남자의 예민한 자존심을 긁었다.

 

남자들에게 모자는 부의 상징, 지위의 상징이었던 것. 하지만 지금 현재 모자는 남자들에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제는 패션 아이템의 일부로 생활화되었고, 모자를 잘 쓰는 건 그저 자신의 스타일을 잘 가꾸는 멋쟁이라 칭송될 뿐이다. 그러니 모자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페도라를 즐겨쓰는 가수 퍼렐 윌리엄스. 클래식한 모자는 부족한 스타일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과감히 도전해 보자. 사진=퍼렐 윌리엄스 페이스북


한국 남자들이 유난히 어려워하는 것은 클래식한 모자류다. 페도라, 헌팅캡 등등 말이다. 이런 클래식한 모자는 되려 부족한 스타일에 방점을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타일의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말. 특히 어둡고 칙칙한 옷들이 태반인 겨울이라면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하다. 한 번도 써보지 않아 걱정스럽다면 무채색 계열의 단색 모자부터 고를 것. 체온도 높여주고 스타일도 높여주는 일석이조 아이템이 될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 쓰기가 고민된다면 이 오래된 광고 문구를 되새겨볼 것. “나에게 당신의 모자를 보여주면, 난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지.”

 

 

필자는 남성 패션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와 ‘엠프리미엄’에서 10여년간 에디터 생활을 했고, 지금은 스타일리스트와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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