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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_런던 스타트업의 현 주소 (1)] 브렉시트 여파? 오히려 더 잘나간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여전히 많은 관심 “EU 때문에 접근 못했던 국가들도 접근”

2016.11.24(Thu) 18:54:13

영국 런던은 ‘유럽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손꼽혀 왔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됐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모두가 혼돈에 빠졌다. 브렉시트로 발생한 정치·경제적 변화를 전 세계에서 몰린 런던의 스타트업 역시 민감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결정 후 4개월, 런던의 스타트업들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비즈한국’에서 런던 현지를 직접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최근 몇 년간 영국 런던은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이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세계창업모니터(GEM)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해 총창업활동지수(TEA)는 6.9%다. TEA는 생산활동 인구 가운데 예비창업자와 창업 후 3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창업 초기 기업가의 비율을 말한다. 2014년 10.7%에는 못 미치지만, 그럼에도 독일(4.7%)·이탈리아(4.9%) 등 다른 유럽 선진국들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영국 창업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사람’을 꼽았다. 초기 스타트업은 필요한 자본·인력·시간이 적어 시작하기는 쉽지만, 기업 운영 노하우나 경험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에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에게는 다른 창업자나 외부 네트워크와의 교류가 필수인데, 런던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모인 인력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게 엑셀러레이터와 같은 창업보육 프로그램이다. 엑셀러레이터는 창업자가 좀 더 이른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자금 제공이나 앞서 프로그램을 거쳐간 선배 창업자나 투자자 등 멘토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영국은 이런 엑셀러레이터가 다른 유럽의 도시들보다 많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몇몇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런던으로 온 이유 중에는 창업 환경이 잘 갖춰졌다는 점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듯 런던이 스타트업의 ‘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던 지난 6월, 영국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Brexit)가 통과됐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특히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일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EU,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영국에서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통과된 당시 ‘더 선’의 표지.


브렉시트 결정 후 4개월이 지났다. 런던의 스타트업은 지금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영국 사람들은 여전히 브렉시트와 관련돼 여러 말을 하고 있었다. 가판대 신문에서는 ‘브렉시트’ 이슈가 1면을 덮고 있었다. 또 영국의 공영방송 BBC 등 방송에서는 매일 브렉시트와 관련된 토론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10월 20일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커네리워프에 위치한 원 캐나다 스퀘어 빌딩(One Canada Square)의 엑셀러레이터 클러스터 레벨39(Level39)를 방문했다. 원 캐나다 스퀘어는 50층짜리 빌딩으로 영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일 뿐만 아니라 HSBC, 바클레이은행, 씨티은행, JP모건, 모건 스탠리 등 글로벌 대형 금융그룹들의 본사에 둘러싸여 있다.

 

이 건물의 39층에 있어 이름 붙여진 레벨39는 금융·부동산·미디어 등 스타트업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혁신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는 요람이다. 지난 2013년 런던 테크시티(Tech City)의 기술력과 금융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성된 유럽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로, 핀테크 창업기업과 커네리워프의 대형 금융사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영국 핀테크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레벨 39에는 현재 220여 개의 스타트업 업체들이 입주해 있고, 이들을 돕는 각 분야별 멘토들도 공식적으로 100명, 비공식적으로 450여 명이 있다.

 

원 캐나다 스퀘어 빌딩 39층에 도착해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였다. 사무실과 응접실에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 화상통화로 해외 바이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 등이 수십 명이 한데 어우러져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레벨 39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마티 커스덴-로스 플럭스 대표.


영수증과 관련된 핀테크 사업을 준비 중인 플럭스의 마티 커스덴-로스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2년 전부터 레벨 39로 와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커스덴-로스 대표는 브렉시트 통과 이후 변화에 대해 “최근에는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자금을 모을 때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그럴 수 있다”면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금이 모여들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아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와서 그런 것 같다. 나중에는 또 괜찮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레벨 39에서 멘토 역할을 하며 HR(인적자원) 헤드헌터를 하고 있는 사람은 브렉시트 이후 변화를 어떻게 전망할까. 인력의 이동을 담당하는 ​이들은 사업의 전망과 미래를 가장 먼저 체감했다.

 

오베이(Aubay)의 릭 톨프레이 매니저는 “런던에서 브렉시트의 영향은 회사들이 인력을 고용하느냐, 그대로 유지하느냐를 보면 느낄 수 있다. 미디어에서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들이 인력을 채용하기보단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스타트업들은 요즘 펀딩을 많이 못 받는다. 최근 3개월 동안 3% 펀딩이 떨어졌다. 그에 대해 논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내가 체감하는 바는 뉴스 등에서 들리는 것과 다르다. 우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들은 브렉시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들 런던에 지사를 세우려고 하고, 인력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 BNP파리바은행이나 HP 같은 곳은 1년 내에 100~500명까지 고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가 다니는 오베이도 2020년까지 5000~1만 명까지 늘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존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의 현황에 대해서는 “레벨 39에서도 브렉시트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통과됐음에도 중국,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국 등 전보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런던에 오고 싶어 한다. 나 역시 레벨 39에서 6개 스타트업과 일을 하는데, 모두 6개월 내에 4~1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오늘도 18명을 고용하려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톨프레이 매니저는 “브렉시트가 결정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통과됐어도 우린 신경 쓰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다른 분야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있는 테크놀로지 분야나 인력채용 등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될 거라 본다. 나중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브렉시트가 스타트업 시장에 영향을 그렇게 강하게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조 킴 엑센트리(XnTree) 부사장은 브렉시트 이후 레벨 39 스타트업들은 초반에만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엑센트리(XnTree)는 레벨 39에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엑셀러레이터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조 킴 엑센트리 부사장 역시 브렉시트 여파는 초반에만 있었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 킴 부사장은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예상을 뒤엎고 ‘찬성’으로 나와 핀테크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이 안 돼 많은 사람들이 당황스러워했다”면서도 “지금은 레벨 39의 관계자들 모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아직 2년 넘게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해결하자’라는 의견이 많아 별로 민감하지 않다. 며칠 전에도 브렉시트와 관련해 컨퍼런스를 했다. 하지만 모두 브렉시트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짐작만 할 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EU의 변수를 지적했다. 조 킴 부사장은 “지금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또 EU의 중심인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에 대선이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양상이 많이 바뀔 수 있다. 브렉시트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오히려 런던은 상황이 좋다. 런던에는 스타트업이 2만 개가 넘고, 경제 인구도 100% 고용이 가능하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며 “브렉시트 영향은 아직 모르겠다. 런던의 분위기는 우리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때까지 지금 상태를 계속 유지하자는 것 같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는 더 몰려오고 있다. 그동안 EU 때문에 접근 못했던 국가들도 접근하고 있다. 영연방(영국과 과거 대영제국에 속했던 일부 국가들)이나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레벨 39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레벨 39의 관계자들 대부분이 브렉시트 통과로 인한 여파에 대해 비슷하게 생각했다. 기자가 레벨 39를 방문한 날은 스타트업과 관련된 행사가 있었다. 브렉시트가 결정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런던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여전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현지 리포트_런던 스타트업의 현 주소 (2)’​​로 이어집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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