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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국민연금-이재용, 모든 것은 ‘합병’을 중심으로 돌았다

이재용 후계 구도 완성 삼성물산 합병 이면, 청탁과 대가성 의혹 정황 속속 드러나

2016.11.24(Thu) 08:13:23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3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국민연금공단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삼성과 국민연금에 대한 이날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 삼성 간 제3자 뇌물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청탁과 대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면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삼성에 대한 청탁과 합병 지원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금품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지난해 5월에서 7월 사이 삼성으로선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으로 후계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최대 현안이었다. 

 

지난해 7월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후계 작업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삼성물산 관련, 7.12%를 보유한 3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면서 합병의 성패는 10.15%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에 달려있었는데 국민연금 찬성으로 합병은 완성된다. 이 합병을 계기로 삼성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정리와 함께 크게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국민연금은 그해 7월 이전까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양사의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 근거는 합병과 관련, 삼성그룹이 제시한 비율 1 대 0.35(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로 교환)를 수용할 경우 주주확정일인 같은 해 월 6월 11일 종가 기준 3468억 원의 손해를 볼 것이란 진단이었다. 국민연금은 양사의 합병으로 삼성물산 보유 주식가치의 손실을 면하지 않기 위한 비율을 1대 0.46으로 산출했다. 

 

이 합병이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중대한 사안임에도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 참여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이례적으로 7월 10일 단 한 번 열린 내부 투자위원회 만으로 결정했다. 삼성물산 합병보다 보름가량 앞서 진행됐던 SK와 SK C&C 합병 때는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방향을 전문위원회에 맡겼다. 당시 전문위원회는 주주가치의 훼손을 이유로 SK의 합병안을 반대했고 국민연금은 주총에서도 반대했다.  

 

최근에야 박 대통령, 정부, 최순실 씨 쪽에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형표 국민공단 이사장은 삼성물산 합병 결정 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신분으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7월 초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이 만남 이후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에 찬성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연금은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와 장기 수익 제고 등 연금재정의 안정화 차원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홍완선 전 본부장은 복수의 국민연금 담당자들과 이재용 부회장을 공식 업무 차원에서 만났다. SK와 SK C&C 합병 때도 의결권 행사 전에 기업 측의 입장을 듣고 있다”라며 “문형표 이사장 본인은 장관시절 전문위원에게 합병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 통화한 적은 있다고 시인했지만 찬성하라고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 서초사옥. 사진=고성준 기자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합병 이후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직접 연루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자금 출연과 최 씨의 딸 승마선수 정유라 씨 등에게 대가성을 의심할 수 있는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 검찰 수사결과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직후인 지난해 7월 24일 비공개 면담한 박 대통령으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적극 지원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16개 그룹 중 가장 많은 204억 원을 출연했다. 

 

문제는 삼성이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미르·K스포츠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 씨 측에 곧바로 자금을 지원한 유일한 곳이란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쯤 최 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계좌로 280만 유로(한화 35억 원)을 송금했다. 승마선수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이 돈을 말 구입비와 훈련비로 사용했다. 한국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을 보면 삼성이 186억 원을 지급하게 된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실소유주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씨는 이 가운데 10억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이렇듯 삼성이 최순실 씨와 관련된 자금은 드러난 것만 440억 원을 넘는다. 

 

지난 20일 검찰의 공소장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 전달한 돈을 뇌물 성격으로 의심하고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이나 중재인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거나 제3자에게 받게 하는 경우 경우다. 제3자 뇌물혐의 등 뇌물죄가 성립될 경우 돈을 준 기업도 증뢰(뇌물 제공)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씨 같은 일반인의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과 같은 공무원과 공범 형태로 뇌물죄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삼성은 최 씨 모녀 독일 설립 회사에 돈을 직접 송금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검이 개시되기 전에 보다 많은 범죄 사실을 입증해 내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과 13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17일엔 이건희 회장의 사위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소환했다. 18일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장충기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삼성의 주가조작 의혹도 법원 재판과정에서 상당부분 드러나고 있다. 아직 대법원 판결 전이지만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은 옛 삼성물산 주주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가격변경 신청 사건에서 삼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산출방식에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판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고법의 판결 내용을 설명하면 법원은 삼성이 양사의 합병을 쉽게 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등 주가 조작 의혹이 강하다고 지적한다”며 “삼성물산 수주를 실제보다 축소해 공시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해외에서 수주한 2조 원 짜리 공사를 공시하지 않거나 수주내용을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넘기는 방식도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위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재산상 손실을 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현재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동시에 우리 그룹의 입장을 충실히 해명하겠다”며 “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변경 신청과 관련 고법의 결정에 불복해 상고했다. 삼성물산이 수주를 축소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부실공사 부분에 대해 상당 부분 공시 하지 않은 내용도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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