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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와이드 인터뷰 “새 세상 만들 절호의 기회”

대통령에게 책임 묻고, 총리 뽑아 현안 관리, 개헌으로 미래 만드는 3트랙 제안

2016.11.24(Thu) 14:02:24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냉장고 안의 음식은 냉장고가 잠시 꺼져도 상한다.”

 

지난 3일 김병준 총리 지명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지명을 수락하면서 했던 얘기다. 세상이 다 아는 ‘노무현 사람’이 박근혜 정부 총리로 지명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파장과는 별개로 지명된 지 20일이 넘었지만 아직 국회에 임명동의안조차 제출되지 않았다. 그렇게 영영 묻히는 줄 알았던 ​김병준 카드가 탄핵이 가시화되면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여야 합의 총리는 요원하고, 황교안 총리가 박 대통령 탄핵 후 권한대행을 맡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비즈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11월 22일 ‘비즈한국’은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에서 김 총리 지명자를 만났다. 그는 1시간이 넘도록 정치와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털어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것과 별개로 국정은 계속돼야 한다. 그 국정을 운영하는 게 굳이 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드, 국정교과서 등 박 대통령과 이념, 정책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선택받은 이유가 뭘까. 협치일까, 위기 모면일까. 

“간단하다. 위기 국면이 없었으면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편한 세상, 무엇 때문에 불편한 사람을 데려오겠나. 위기 국면을 탈피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겠고, 또 한편으로 협치를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도 있었을 수 있다. 또 아무한테나 국가를 맡길 수 없으니 어떻게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수도 있다. 복합적이었을 것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위기 국면 아니면 나를 왜 찾겠나.”

 

―추천은 누가 했다고 보나. 

“총리 물망 오른 게 이미 4~5번 아닌가. 늘 총리 얘기 나오면 내 이름이 나왔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얘기 했겠지. 그런데 결정적인 건 당이라고 본다. 보도에 의하면 당에서 공식적으로 밝혔지 않나. 나를 1순위로 했다고 한다. 그게 맞다고 본다. 확인은 안 했다.”

 

―총리 후보 수락한 이유가 뭔가. 

“정치라는 것이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일 수가 있다. 그래서 1% 혹은 5%의 가능성이라도 지나갈 수가 없었다. 너무 답답하니까.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나 총리하는 거나, 다 마찬가지다. 너무 답답해서 ‘국가가 이래선 안 된다’ 이런 얘기 하고 싶은 거다. 지금도 같은 심정이다. 나라가 이래서 되겠나. 가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푸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칼로 삼아 상대 찌르는 데만 쓴다. 세월호 사태 터졌다. 그럼 안전문제 해결하고 나아져야 하는데 나아졌나. 아직도 30년 된 연안여객선 그대로 다니고, 분당서 오는 고속 광역버스는 여전히 입석 다니고, 재래시장 얽히고설킨 전선 그대로 있다. 도대체 뭘 했나. 세월호를 가지고 상대를 찌르는 무기로만 썼지 실제로 안전문제 해결됐나. 연평도에 포탄이 날아오면 햇볕정책 문제 삼았지만 도대체 해결된 게 뭐 있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확성기 볼륨 올리는 거? 이래가지고 나라가 되겠나. 좌고 우고 여고 야고 이게 아니다. 국가가 왜 이렇게 가야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총리를 한다? 우리 집사람 말마따나 그렇게 고생하고 또 공직하느냐고 한다. 공직하고 내가 남은 게 뭐 있나. 빚지고, 건강 해친 것뿐이다. 우리 집사람이 이제 좀 편하게 연금 가지고 살자고 하는데, 그런데 그게 안 된다. 지나갈 수 없고 소리치고 싶다. 그렇지만 나 아니라도 된다. 그러니 좋은 분, 진짜 추천했으면 했다. 그런데 결국 내 예상대로 추천 못했다, 실기해버렸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절차 전에 (다른 분을) 추천했으면 정국이 좀 나아졌을 텐데. 그래서 안타깝다.”

 

―이번 지명됐을 때 박 대통령 만났나. 

“당연히 만났다. 전화도 했고, 만나기도 했다. 만나서 헌법에 보장된 총리 권한은 다 써야겠다고 요구했고 약속 받았다. ‘총리로서 권한 다 달라. 개각권 포함해 사회, 경제 분야 맡겠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에게 외교, 안보 맡겨도 되겠느냐고 한다. 그건 내가 관여할 바 아니다. 그건 대통령이 따로 누구에게 맡길지, 내가 모르는 일이다.”

 

―권한을 보장받았다지만, 실제 가능할지에 대한 의심도 많다.

“기본적으로 국정 통할권, 제청권을 100% 행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받고 난 다음 매 이슈마다 대통령과 겨뤄야 한다. 명분으로 겨뤄야 하고 가치로 겨뤄야 한다. 그 다음에 논리로 겨루고 정치적 힘으로 겨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힘을 못 쓰는 단계다. 예를 들어 국정 교과서 문제를 두고 다양성이 역사를 지배할 것이냐, 획일성이 역사를 지배할 것이냐를 논리와 가치로 다퉈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을 2선으로 미는 데 월등히 유리한 입장에 있다. 사회경제 정책은 될 수 있으면 내가 주도적으로 통할하게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드렸다. ‘권한과 권력 내려놓는 거 아닙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권한도 권력도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 1년 반 어땠는지 다 압니다. 고통과 번민, 상처밖에 없는 게 이 기간입니다. 그걸 내려놓으십시오. 그 번민과 책임, 고통 다 내려놓으십시오. 그걸 총리가 다 안겠다는 겁니다.’ 총리가 되더라도 국회 여소야대니까 아무것도 못한다. 여도 지금 친박 비박으로 나눠져 있지, 총리가 국회 가서 살듯이 해야 한다. 국민은 이 문제 저 문제 안 풀린다고 야단인데 총리가 살아남을 것 같나. 살아서 그 사무실 떠날 수 있으면 정말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험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국가 경영해본 경험 있는, 돌팔이일지언정 치료 해본 의사인데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받았다.”​

 

김병준 총리 지명자. 사진=최준필 기자


―박 대통령은 탄핵 소추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도 남경필 도지사, 김용태 의원 등 탈당으로 어지러운데, 총리 임명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내가 가능성을 스스로 가늠해본 적 없다. 애초에 총리 인준 쉽게 될 거라고 받은 것도 아니다. 다만 아까 이야기 했듯이 우리 국가고 사회가 아픈데 난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추운 겨울에 작은 난로가 큰 난로 오면 비키는 거지, 당연히. 굳이 내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도 없고, 또 나 혼자 애국자도 아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는 거다.”

 

―집회가 있는 토요일에도 출근하나(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사무실은 집회 장소 바로 앞이다).

“여긴 안 나온다. 토요일은 내가 나와서 보고 싶긴 한데,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까 자칫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그러면 괜히 세상만 시끄러워지니까 안 나오고 있다.”

 

―지명자로 모셔온 입장인데 예우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우도 나하고 관계없다. 내가 예우 받으려 한 것도 아니다. 모셔온 입장도 아니다. 하라고 해서 했다. 이런 건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경실련 초기 활동할 때, 사람들이 나보고 경실련에 가서 참 기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오히려 내가 경실련을 이용했다고 생각했다. 경실련을 통해 내 가치를 전파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비슷하다. 내가 노 전 대통령에 도움을 드린 게 아니라, 내가 노 전 대통령에 얹혀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나에게 제안했어도 제안 받고 나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다. 그쪽이 나한테 감사할 일도, 그쪽이 나를 모셔올 일도 없다. 내가 선택했고, 내가 그 자리에 앉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다. 그리고 그게 상황에 안 맞고 도저히 할 수 없으면 보따리 싸서 일어서는 거다. 간단하다.”

 

―참여정부에서 핵심역할 했던 분이 총리에 지명되면서 참여정부 정신과 맞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참여정부의 가장 중심 인물이 누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신뢰를 갖고 참여정부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겼던 사람이 누군가. 5년 동안 단 2주 정도를 빼고 노 전 대통령과 같이했다. 그가 내 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나. 김병준이 노 전 대통령을 속였나? 노 전 대통령이 나한테 속을 사람인가.”

 

―문재인 전 대표 등 같이 일했던 참여정부 인사들, 소위 친노가 반대한다. 왜라고 생각하나. 

“그분들은 정치하는 분들이고, 나는 정책하는 사람이다. 정치하는 사람의 계산, 정치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 난 단 한 번도 제주해군기지, 한미 FTA, 서비스 산업 육성문제 등에 대해 바꾼 적 없다. 그분들은 노 전 대통령의 제주해군기지, 한미FTA, 서비스산업에 대해 다른 생각 갖고 있지 않나. 참여정부의 정신은 좌우로 나눌 수 없다. 좌도 아니도 우도 아니고 새로운 관점이다. 그걸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전통적인 좌우로 나눠서 그렇다. (좌우로 나누면) 한미 FTA는 노 전 대통령이 실수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실수하는 분 아니다. 한미 FTA 그냥 한 거 아니다. 1년 넘는 진통과 고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그 운명적 선택을 했다. 엄청난 고통과 진통 속에서 선택한 걸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여야 정치권과는 사이가 어떤가.

“안 좋을 수 있다. 별로 좋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정치 안 했다. 정치 안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로 세상을 바꿀 시대가 지났다 생각해서 대안민주주의 운동 해왔다. 다음으로 기존 정치권 안에서 대한민국 문제가 해결 가능한가. 그 회의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글도 날카롭게 썼다. 별로 ‘관계가 좋다’라고 할 건 아니다.”

 

―지난주 김종인 전 대표가 ‘누군가 나서서 정책이나 경제의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두 달 후 경제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두 달이 될 수도 있고, 더 빠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우리 경제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IMF 위기를 겪을 땐 유동성 위기였기 때문에 일시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느끼는 어려움은 그게 아니다.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다. 산업구조 자체가 지금 글로벌 체계와 맞지 않고 떨어져 있다. 우리가 이미 정리해야 할 산업은 그대로 있고, 해야 할 산업은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다.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산업구조조정 하려면 노동이 이동해야 하고 신산업 쪽으로 자본이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동의 준비조차 안 돼 있다. 예를 들어 서구사회는 평생교육과 사회적 안전망이 강해 완충지대 통해 옮겨갈 수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실업 안전망도 굉장히 약하고, 평생교육체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김병준 총리 지명자. 사진=최준필 기자


“연구개발(R&D) 구조도 굉장히 허술하다. 기초나 혁신 부분도 약하다. 단적으로 독일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투자 성공률이 반 정도다. 우리나라는 정부 R&D 사업의 성공률이 98%라고 한다. 이건 뭘 얘기하나. 성공률 높다는 게 자랑이 아니다. 해야 할 연구를 안 한다는 얘기다. 도전할 만한 리서치는 안 한다는 거다. 혁신경제로 가기 위해 가장 핵심이 R&D인데 벌써 뒤처져 있다. 근본적인 것들이 지난 10년간 더 이상 발전이 안 되다 보니까 다 흔들린다. 그뿐 아니라 자본시장도 굉장히 불안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와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외자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으로 답답하다. 정말 이래도 되느냐. 당장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로 가면 더더욱 가슴이 터진다. 삼성 배터리 고장났다. 현대차 엔진 문제 생겼다. 다 구조적, 근본적 문제다. 그 이유가 우리 R&D 구조에 있다. 과거 죽었던 미국 제조업이 최근에는 미국으로 다시 옮긴다. 이제 사람이 필요 없다. 이제 에너지가 싼 쪽, 소비시장이 가까운 쪽으로 제조업이 옮겨간다. 산업 구조 문제, 자본시장 문제 다 잠복해 있다.”

 

―준비하면서 각 부처에서 보고 받고 있나.

“아직 요구할 형편도 안 돼서 그동안 사회 정책, 경제 정책, 그리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전체적인 윤곽만 보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 현안, 철도파업 등 선택적으로 내가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가 과제가 산재해 있다.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도 그렇고, 동북아가 민감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일 기본적 문제는 우리 나름의 동북아 구상이 있어야 된다. 근데 그 구상이 없다. 완벽하다기보단, 그나마 완전한 형태의 동북아 구상이 있었던 게 노무현 정부였다. 제주 해군기지와 서해안 평화 지대 문제까지 그때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로 없다. 민주당도 동북아 구상이 흐트러져 버렸고, 지금 대안 구상도 없다. 여당은 도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정부도 오로지 남북 대치 국면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 들어서서 남중국해에서 어떤 일 벌어질지, 또 중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이 얼마나 강해질지 모르는 데 우리가 덜렁 군사정보협정부터 하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는데, 필요성을 떠나 시점이 맞느냐 의문이다. 오히려 이것을 미국, 중국에 대한 카드로 쓸 수가 있는데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왜 이리 급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최근 소위 ‘기업 삥 뜯기’ 많은 비판 나온다. 

“준조세는 어떤 형태로든 줄어들고 없어져야 한다. 그 대신 정상적인 조세로 거둬들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상적 조세로 거둬들이지 않고 엉뚱한 방법으로 기부를 유도한다. 이번 계기로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준조세로 거둬들이는 경우 내는 쪽은 불이익을 피하거나 이익을 얻거나, 어떤 거래로 생각하면서 낸다. 그냥 내는 법이 없다. 그래서 조세 기능을 더 강화해 조세 부담률을 높이고. 반대로 준조세는 좀 더 줄여 진짜 기업이 알아서 소비자들 대상으로 원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창출)를 했으면 한다. 정부와 대통령이 그러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전경련 해체 얘기도 나온다. 

“전경련은 해체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해체 안 되면 기능을 좀 바꿔야 한다. 자발적으로 사회적 기여를 많이 하게 한다거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논의하는 단체로 가야한다. 지금처럼 재벌기업끼리 뭉쳐서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도구로 쓰는 건 아니라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하나의 네트워크의 틀로서 존재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 

 

―탄핵이 가시화되고 있다.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난 한편으로 지금이 정말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에 시민 100만 명이 나오는 거 보고 정말 가슴이 떨렸다. 어떤 분은 분노, 좌절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 희망이 보인다. 이 시민적 에너지를 방향만 잘 잡으면 새로운 나라 만드는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자들이 물으면 난 희망을 봤다고 얘기한다. 난 절망했었다. ‘우리나라는 안 되는구나’ 이렇게 낙담했는데 이번에 와서 시민사회가 저렇게 분노하고, 또 반대로 너무 평화적인 분위기를 보니, 나는 우리나라 미래가 있다고 봤다. 그걸 만드는 책임은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런데 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게 참 답답한 거다.”

 

―지금 시점에서 야당이 총리는 인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쉽지 않다. 야당 입장에선 지금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너무나 심하게 하는데 야당 입장에선 화 안 나겠나. 대통령 때문에 자꾸 강한 톤의 불만을 표시할 수밖에 없는 구도, 강대강으로 가게 된다.”

 

김병준 총리 지명자. 사진=최준필 기자


―개헌 이야기도 나온다.

“개헌도 정치적 이해관계 떠나서 진짜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생각해보면 대답이 어렵지 않다. 이기려 하지도 말고, 얻으려 하지도 말고, 한번 쳐다보라. 그럼 길이 보인다. 왜 안 보이나. 생각이 부족한 게 아니다. 나는 3개 트랙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하야든 탄핵이든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트랙, 두 번째는 총리 뽑아서 우리 문제를 관리하는 트랙, 세 번째는 개헌을 포함한 미래를 만드는 트랙이 있어야 한다. 이 3개 트랙이 다 돌아야 하는데 정치권은 세 번째 얘기가 들어가면 책임공방이 희석되기 때문에 못한다고 한다. 이해한다. 그럼 이 트랙은 누가 돌려야 하는가. 지식인들이 돌려야 한다. 지식인, 언론, 시민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개헌의 트랙을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총리를 뽑아서 나라를 나라답게 돌아가도록 해줘야 한다.”

 

―두 번째 담화 이후 혹은 검찰 수사 전후에 대통령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 있나.

“정말 만나고, 통화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것이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잘못하다 오해 소지 있을 것 같아서 내 스스로 연락은 안한다. 그쪽에서 연락도 없었다.”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직 제안은 안철수 전 대표와의 친분에서 나왔나. 

“친분이라기보단 그냥 만나는 거다.”

 

―비대위원장, 총리 등 정치권이 여러모로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정치 안 하고 있으니까. 정치 안 하고 아무데도 안 속해 있으니까, 동네자산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총리로 지명된 이후 ‘노무현 정신’ 얘기가 계속 나온다. 본인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어떻게 얘기하나. 한마디로 얘기할 정도로 내가 도인이 못 됐다. 그래도 중심되는 것을 얘기하자면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이다. 노무현 정신은 어떤 내용에 머물지 않는다. 늘 새롭고 다양하고 개방적이다. 항상 의심하고 회의하고 그러고 또 확신하고, 그 확신을 또 의심하고 끊임없이 그러는 거다. 그 개방성과 다양성 때문에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고 토론을 좋아하고 회의를 좋아했다.”

 

―요즘 세간에서는 참여정부는 시스템을 너무 신뢰해서, 박근혜 정부는 시스템이 없어서 망했다고 한다.

“시스템이 없어서 망하는 건 알겠는데, 시스템이 있어서 망하는 건 난 잘 모르겠는데.”

 

―총리직 수용 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후회는 없나.

“후회가 왜 있겠나. 후회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어떤 분이던가.

“잠깐 만나봐서….”

 

―만남 시간은 얼마쯤 됐나.

“시간? 그건 내가 이야기할 수 없다.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나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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