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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재킷 안주머니에 펜이 꽂혀 있어야 하는 이유

스마트폰 시대, 좋은 펜에 대한 욕망은 더 커졌다

2016.11.21(Mon) 10:09:53

펜을 안 들고 다니는 남자는 매력 없다. 만년필이든 볼펜이든 상관없다. 비싼 것일 필요도 없다. 그냥 남자의 재킷 안주머니에 펜 하나 꽂혀 있지 않은 건 상상할 수가 없다. 요즘엔 펜으로 쓸 일이 별로 없긴 하다. 그러나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뭐든 다 하는 시대에도 펜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

 

사실 펜을 쓸 일은 여전히 많다. 중요한 사인은 손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종이에 멋지게 적은 메시지는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 강력한 무기기도 하다. 펜 쓸 일이 없다는 남자라면 오히려 더 분발해야 한다.

 

몽블랑, 듀퐁, 펠리칸, 워터맨 등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나오는 만년필이나 볼펜은 다들 한두 번은 써봤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다소 불편한 만년필보다는 볼펜을 선호한다. 멋스러움은 조금 부족해도 편해서다. 만년필은 잊고 있다간 잉크를 다 써버리거나 말라버리기도 한다. 그에 반해 볼펜은 꽤 오랜 시간 뒀다 써도 늘 제 역할을 해준다.

 

펜을 쓸 일은 줄었지만, 좋은 펜에 대한 욕망은 더 커졌다. 사진=몽블랑


점점 펜으로 쓸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만년필과 고급 볼펜은 잘 팔린다. 오히려 손으로 많이 안 쓰다 보니 이왕 쓸 때 좀 더 좋은 펜으로 쓰고 싶은 욕구가 커졌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우리에겐 좀 더 특별하고 비싼 펜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이제 펜은 그냥 필기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손의 촉감을 전하고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옮겨내는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손의 일부 혹은 입의 일부라 여기는 듯하다. 그러니 펜에 사치를 부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좋은 펜을 쓴다고 좋은 글이 써지는 건 아니다. 좋은 펜을 가졌다고 비즈니스에서 계약서 쓸 일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좋은 펜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린 명필이 아니기에 이왕이면 좀 좋은 걸 쓰면 악필이 조금은 보완될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펜을 따져가며 가지는지도. 한데 펜 좋아하는 사람치고 글씨 못 쓰는 사람 없더라. 펜을 좋아하기만 하고 펜으로 쓰는 걸 싫어하는 이들도 없더라.

 

바늘 가면 실이 따라가듯, 펜이 가면 노트나 수첩도 따라간다. 생각은 손끝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적이고자 한다면 노트에 펜으로 그리고 쓰고 끄적거리는 걸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억보다 기록이 강력한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스마트폰에 전자펜이 있어서 메모를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종이 위에 펜으로 적는 것만은 못하다. 결국 펜만큼 수첩도 남자의 필수품이다.

 

몰스킨의 노트는 탐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0년이 넘은 프랑스 브랜드 몰스킨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예술가나 명사들도 즐겨썼던 수첩이다. 고흐가 몰스킨 수첩에 스케치를 했을 것이고, 헤밍웨이가 소설의 아이디어나 초고를 썼을 것이다.

 

펜에 대한 탐닉은 노트로, 그리고 각종 문구에 대한 ‘탐험’으로 이어진다. 사진=워터맨


나도 몰스킨에 생각을 낙서하듯 옮겨 적는 걸 좋아하는데, 왠지 몰스킨에 쓰면 좀 더 생각이 잘 나는 듯도 하다. 200년간 예술가나 지식인에게 사랑받던 수첩이기에 몰스킨 수첩을 가진 이들의 ‘몰스킨부심’도 있을 만하다. 좀 더 비싸지만 가죽으로 된 하드커버에 질 좋은 미색 종이와 고무 밴드, 그리고 적당히 묵직한 무게감은 몰스킨을 애정할 충분한 조건이 된다. 당연히 이걸 수집하는 이들도 있다. 몰스킨은 세계적인 도시별로도 노트가 나와 있는데, 해당 도시에 있는 서점에 가서 하나씩 사 모으는 사람도 꽤 있다. 로디아 노트나 수첩도 즐겨찾는 이들이 많다.

 

노트가 끝이 아니다. 만년필, 볼펜에 이어 연필과 샤프 등 필기구를 지나, 펜을 담는 펜홀더에서부터 종이를 눌러주는 문진, 편지봉투를 뜯을 때 쓰는 우아한 페이퍼 나이프, 매력적 디자인의 아마다나 계산기, 발명가 이름인 호치키스로도 불리는 스테이플러, 노란색 3M 포스트잇, 우아한 명함꽂이, 가죽으로 된 검은색 데스크매트 등 책상 위를 채우는 문구들의 행렬은 길고도 길다.

 

문구에 대한 탐닉은 사치 중에서도 가장 지적인 사치, 우아한 사치가 아닐까 싶기도. 책상 위의 문구들마저 신경 쓰는 세심한 남자, 펜과 수첩을 늘 갖고 다니는 남자, 그건 멋진 옷 입고 비싼 차 타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일이다.

 

지금 당신의 재킷 안주머니에는 어떤 펜이 꽂혀 있는가? 당신의 책상 위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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